[오서희] 당신을 설명하는 무언의 언어, ‘옷’

발행 2022년 08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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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타인에게 비추어지는가. 내가 만난 주변인들은 나를 어떤 형상으로 기억하는가.

 

한국인들조차 한국인들은 타인을 너무 의식한다고 말을 한다. 나는 그것이 틀리다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 속에서 다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우리는 당연히 타인을 의식하고, 타인의 관점에서 보여지는 나를 객관화하려는 노력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낯선 사람을 처음 마주했을 때, 우리는 무엇으로 상대를 처음 판단할까. 대화를 하기 이전 우리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겉모습을 보게 된다. 다시 말해 대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앞에 앉은 타인에 대한 평가를 시작한다. 장소와 만남의 목적 등에 따른 적절한 복장을 갖추었는가는 이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나 스스로를 살펴보는 일 역시 그러한 타인을 의식해서 나를 바라본다는 뜻이다.

 

간혹 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스티브 잡스는 매일 같은 옷을 입지 않았는가! 매일 검정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었으니 타인을 의식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 질문에 답은 나와 있다. 독보적인 위치의,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서사는 그를 동경하는 사람들이 써 내려 가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옷’에 대한 해석 역시 마찬가지다. 실상 그의 옷은 해석이 필요한 대상이 아니지만, 그를 설명하는 오브제처럼 설명되어지고, 그조차 멋진 ‘애티튜드’가 된다. 그것이 스티브 잡스의 뜻은 아닐지니, 범인들은 때와 장소에 부합하는 복장을 갖춰 입는 것이 유리하다.

 

사람을 보고 느낀 선입견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고 그것을 바로잡는데 드는 평균 시간은 20시간이라고 한다. 4시간씩 5번을 만나야 한다는 얘기다.

 

보통 일로 교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정 기간 5번의 만남을 갖기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처음 만날 때 제대로 복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20시간의 기회는 쉽게 허락되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몇 년 전, 헐리웃의 유명 배우 브래드 피트가 내한한 적이 있다. 그의 전 와이프인 안젤리나 졸리가 당시 그에게 “한국에서는 검정 색 옷을 입어야 한다”고 조언했다는 일화는 디자이너들 사이 유명한 이야기다. 한국인들은 어떤 자리에서도 튀지 않고, 감추려 한다는 선입견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SNS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늘면서 그러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골프장, 등산 그리고 여행지에서는 어두운 옷보다 컬러풀한 옷들이 적합하고, 회사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무채색이나 단색의 복장을 갖추려고 한다.

 

한여름에는 화려한 색상의 판매율이 더 좋다.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SNS로 타인들의 복장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사고방식이 유연해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선입견의 사전적 의미는 대상에 대한 고정된 자신의 사고방식이다. 실제는 답답한 사람이 아니지만, 장소 불문 무조건 어두운 옷을 입는 사람은 자신의 본모습과 관계없이 갑갑한 사람으로 인식되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진실을 알기 전에, 혹은 알고자 하지도 않고 선입견을 먼저 가지는 것일까. 그것은 본능적인 방어 때문이다. 축적된 경험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고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본능이 작동한 결과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옷’은 언어다. 나를 설명할 시간은 언제나 충분치 않고, 선입견은 쉽다. 제대로 평가를 받으려면 무언의 언어인 옷을 제대로 갖춰 입는 것이 좋겠다. 한눈에 내가 설명되는, 나만의 컨셉을 옷으로 드러낼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오서희 몬테밀라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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