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식] 세상을 바꾸는 한 사람의 힘

발행 2022년 0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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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보타니아 / 출처=거제시청

 

낚시를 하러 들른 섬에서 예기치 못한 태풍을 만나 민박을 하게 되었다. 노년에 섬에서 낚시나 하면서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 한 칸을 마련한 것이 일이 커지고 말았다. 한 사람이 집을 팔고 떠나니 다른 주민들도 서로 자기 땅을 사라고 보챘다. 당시만 해도 섬은 갇힌 세상이어서 한결같이 뭍으로 나가고 싶어했다. 내친김에 남은 일곱 가구 땅을 모두 사들여 그 섬의 주인이 되었다.

 

주민들이 고구마를 심던 밭에 밀감나무 3천 그루와 편백 나무 8천 그루를 심어 농장을 조성했는데 그해 한파로 초토화가 되고 말았다. 다음에는 돼지 80마리를 키웠는데 축산 파동이 일어났다. 섬을 모르는 육지 사람이 겁도 없이 시작한 것이 불찰이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부부는 식물원을 조성하기로 마음먹었다. 작은 고깃배로 섬을 오가던 시절, 실어 나른 건축자재와 꽃나무만 해도 수천 트럭이 되었다. 태풍으로 선착장이 일곱 번이나 파괴되고 물건을 나르다 팔이 부러진 것이 네 번이었다. 다들 미쳤다고 했다.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이 좌절했다. 그러나 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포기할 수 없었다.

 

부부는 30여 년간 3,000종이 넘는 식물과 조각품, 건축물로 섬 전체를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꾸었다. 남해안 천혜비경의 결정체인 ‘외도 보타니아’는 이창호, 최호숙 부부에 의해 이렇게 탄생 되었다. 기업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외도 보타니아’를 2019-2020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하였으며, 현재까지 2천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상 식물원이 되었다. 

 

조선소를 다니던 백순삼 씨는 은퇴 후 전원생활을 꿈꾸며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 정성 들여 밭을 가꾸었다. 그러나 2003년 태풍 매미가 남해안을 덮쳤을 때 그의 꿈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을 겪지 않겠다고 결심한 그는 홀로 성을 쌓기 시작했고, 마을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고 수군거렸다.

 

한 해 두 해 쌓기 시작한 그 성이 십수 년 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혼자서 아파트 3층 높이의 석성(石城)을 만들었다는 것도 놀랍거니와 유럽의 건축물과 비교해 손색이 없을 정도의 조형미도 갖추다 보니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외지로 떠났던 젊은 사람들이 돌아와 가게를 차리고 손님들을 맞으면서 마을이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매미성으로 불려지는 이 성은 이제 거제도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자리 잡으며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는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한 사람이 제대로 미치자 한 마을이 다시 살아나게 된 것이다. 

 

거제도를 여행하며 세상의 어떤 관광지보다 더 큰 감동을 받았다. 두 곳 모두 한 사람의 의지로 이뤄낸 결과였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한 사람이 제대로 미치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수 있다는 사실을 목도했다.

 

창간 30주년이 된 어패럴뉴스도 비슷한 세월을 지나왔을 것이다. 기업이 10년을 이어가기 힘든 세상에 30년 업(業)을 유지한다는 것 또한 사명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국내외 패션 정보를 전달하는 패션 전문지로 30년을 미쳐 한결같이 업을 지켜온 어패럴뉴스에 큰 박수를 보낸다. 대한민국 모든 기업이 자신의 업에 제대로 미쳐 세상을 밝게 변화시키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한 사람이 제대로 미치면 죽은 섬도, 죽은 마을도 살려낸다는데, 기업이 그에 미치지 못해서야 진정 면(面)이 서지 않을 일이다.

 

장창식 대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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