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식] 중요한 것은 브랜딩이다

발행 2022년 11월 07일

어패럴뉴스기자 , appnews@apparelnews.co.kr

사진=게티이미지

 

도시 브랜드 자문을 해온 지자체의 담당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올해 시장님이 바뀌어 도시 브랜드를 다시 만들고 싶어 하시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것이다. 진심으로 안타깝다며 첫마디를 건넸다. 오랜 시간 가꾸며 정체성을 나타내야 할 도시 브랜드가 지자체 기관장이 바뀔 때마다 운명을 달리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고, 이러한 일이 거의 4년마다 반복되는 우리 현실이 더욱 안타까웠다. 우선 지금 도시 브랜드가 나쁘지 않으니 새롭게 만들기보다는 브랜딩에 집중하기를 권했다. 이미지를 나타내는 브랜드보다 그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게 만드는 브랜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결국 시장님을 다시 한번 설득해 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대다수 브랜드가 이미지에 집중하느라 정작 중요한 브랜드 경험을 소홀히 하여 그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리 잘 만든 브랜드라 하더라도 그 이미지를 고객이 경험하지 못한다면 곧 그 가치를 잃기 마련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연출하고 만드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같은 콘셉트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고객이 경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브랜드들은 당연히 ‘우리 브랜드는 좋은 브랜드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브랜딩이란 소비자로부터 ‘이 브랜드는 좋은 브랜드군요’라는 말을 듣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좋은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게 만드는 브랜딩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1999년, 뉴욕의 아베크롬비앤피치 매장 안에서 고막이 터질 듯한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 흘러나왔다. 음악은 대화가 힘들 정도로 시끄러웠고, 창은 어두운 블라인드로 인해 내부를 볼 수 없게 원천 차단되었다. 삼십대 이상의 고객들을 돌려보내기 위해 입구 주변엔 십대의 훈남 직원들로 배치했다. 전략은 제대로 먹혀 들어갔다. 이제껏 무난한 스타일의 매장에 염증을 느낀 멋쟁이들은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는 이 핫한 매장으로 물밀 듯 밀려들어 갔다.

 

나이와 상관없는 무난한 스타일과 간소한 인테리어를 지향하며 오랫동안 사랑받던 갭(GAP)은 젊은 고객층이 이탈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에 빠졌다. 경영진은 각종 수치를 검토한 뒤 유행을 따르기로 결정했고, 손바닥만한 상의와 밝은 핑크색 바지, 미니스커트 등으로 상품을 교체해 나갔다. 갭은 떠나간 옛 고객을 다시 잡기 위해 ‘모든 세대를 위하여:갭’이라는 슬로건 아래, 융단 폭격하듯 광고를 퍼부으며 구애에 나섰다.

 

하지만 이러한 수많은 노력에도 결과는 비참했다. 갭의 영업 실적은 계속해서 곤두박질쳤고 29개월 연속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갭은 젊은 고객층을 잃어버린 것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드넓은 중간층 시장을 내팽개치는 우를 범했다. 실수를 자인하고 다시 중간층을 아우르고자 했을 때, 이미 갭의 중간층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브랜딩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약속하고 의미하는 바를 규정하기 위해 생산자와 고객 간에 벌어지는 지속적인 힘겨루기의 과정이다. 다른 브랜드에게 고객을 빼앗긴다고 해서 내 브랜드의 정체성을 던져버리고 유행을 쫓아 가서는 결코 좋은 브랜드로 남을 수 없다는 것을 수많은 사례를 통해 경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콤한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는 브랜드들이 기억해야 할 불편한 진실을 고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브랜드가 아니라 브랜딩이며, 브랜딩은 내가 아닌 상대의 인식 속에서만 자라날 뿐이다.’

 

장창식 대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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