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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애] ‘공감’의 목소리

발행 2022년 11월 14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사진=연합뉴스, 서울시

 

지난 한주는 스산한 가을바람과 함께 너무도 무거운 마음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이태원 할로윈 축제 현장에서 벌어진 참사에 애도하며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움의 한숨을 지었을 것이다. 이러한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누구누구의 잘못이 더 중한가를 따지기 바쁘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무수히 흘려보낸 시간 속에서 너무도 작게 느껴져서 지나쳤던 이야기들이 결국 이런 큰 사건을 막을 수 있는 길이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해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게 있다. 1920년대 미국 한 여행 보험회사의 관리자였던 허버트 W. 하인리히가 발표한 것으로 한 번의 큰 재해가 발생하기까지 29번의 작은 재해가 발생했고, 그전에는 300번의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혀진 것이다. 즉 어떤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전조 증상으로 나타나는 작은 문제 현상이나 오류에 신속히 대처하면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사건 발생 전날부터 사건 발생 시간까지 많은 신고들이 119와 112에 접수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 조금만 더 주의 깊게 대처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쉽사리 가시질 않는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사회적 이슈나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경우 무분별하게 생산되는 기사들 속에 진실이 보이지 않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번 사태에서도 사회관계망을 통해 여과 없이 퍼져나간 많은 영상들이 자극적인 제목으로 재생산됐다. 마구잡이로 올라오는 댓글들에 제2의 피해자들도 생겼다.

 

서울대 트렌드 분석 센터의 김난도 교수는 2022년 트렌드 분석서에서 ‘나노 사회’라는 표현을 썼다. 코로나 이후 개개인이 조각조각 부서진 모래알처럼 분해되었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해시태그 형태로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끼리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공명한다고 했다.

 

즉, 우리는 지난 3년간 우리 삶을 이루고 있는 공동체에서 떨어져서 개개인의 삶이 온라인으로 연결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공유되어 있었다. 이들 안에서 만들어진 정보는 생각과 신념, 정치적 견해가 비슷한 사람끼리 동질감을 확산해가며 증폭되어 오직 자신의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들과의 교류만이 남게 되는 에코체임버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에코체임버 효과는 어떠한 현상에 대하여 양자택일을 하는 경우 더욱 강하게 나타나게 되며 집단과 집단 간의 극단적 주장만이 남게 된다.

 

이태원 사태는 기나긴 코로나 이후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개인 중심으로 쪼개져 축소된 공동체 문화를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주고 있다.

 

또한 이러한 대형 사고를 실시간으로 접하게 되면 전 국민이 집단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이때 사회 구성원들 간에 내적 갈등과 분쟁이 심해지고, 점점 집단주의적 경향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공동체 사회는 끝없이 분열되는 현상과 타협 없는 상호 비난을 계속하거나 집단적 무기력과 깊은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게다가 이러한 사회적, 역사적 트라우마는 여러 세대를 거쳐 전달돼 부정적인 사회적 유산으로 후대에 전달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가 공동체의 유대 관계를 회복하려면 누군가의 잘못보다 우리 모두의 관심이 부족하지 않았는가를 돌아보고, 질책보다는 한 명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찾는데 집중해야 한다.

 

발생한 문제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유가족의 슬픔을 함께 나누는 공감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유미애 세원아토스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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