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지혜로운 토끼의 위기관리 ‘교토삼굴’

발행 2023년 01월 16일

어패럴뉴스기자 , appnews@apparelnews.co.kr

월요마당

 

사진=게티이미지

 

2023년 토끼의 해가 밝았다. 용왕님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토끼전에서도 볼 수 있듯이 토끼는 무척 지혜로운 동물이다. 토끼의 지혜에 대한 고사성어로 요즘 '교토삼굴'(狡兎三窟)이 많이 회자된다.

 

'교활한 토끼는 굴을 3개 파놓는다'는 뜻으로 고대 중국 제나라 공자 맹상군(孟嘗君)의 일화에서 비롯된 ‘교토삼굴’은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올해의 키워드로도 꼽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민주당의 신년회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지혜가 유달리 뛰어나다는 흑토끼의 계유년(癸卯年)에도 국내외에는 다양한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유행과 경제적 흐름에 민감한 패션 산업에도 격변의 2023년은 예측불허의 위기와 도전이 시간이 될 전망이다.

 

코로나 사태로 3년을 견디는 동안 모든 산업은 비대면을 포함한 문명사적 전환을 겪었다. 2023년에는 더 새롭고 다양한 위험 요인들이 등장한다. 미국의 자이언트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 유가 상승과 극심한 원자재 공급 부족 현상, 경직된 노동시장은 국가 경제에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과거 상대적으로 사소한 문제로 치부했던 기후변화, ESG경영 등의 요소들도 심각하게 등장하고 있다. 패션 사업체들도 각양각색의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토끼보다 더 민첩한 묘수를 발휘해야 한다.

 

패션업계는 코로나를 거치면서, 일찍이 사업의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 사업 확장이 두드러졌던 지난 3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발발 이후, 건강, 위생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달라지면서 많은 패션기업들도 그에 발맞춰 대응하고 있다. 패션아이템과 결합하기 쉬운 마스크 출시부터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대기업을 위시한 많은 업체들이 패션을 가미한 천 마스크, 덴탈, 보건마스크 등으로 새로운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대기업들은 자사 브랜드에 마스크를 주력 업종으로 키워왔고, 위비스 등은 별도의 마스크 브랜드를 런칭했다.

 

제2, 3의 코로나 재발이 우려되면서, 마스크 수요는 끊이지 않을 것이며, 황사 미세먼지를 포함한 기후, 환경 문제와 맞물려 사업의 확장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시장의 점진적 포화, 단기적 가열 상황을 감안한다면, 장기적으로 재고 처리나 가격 정책에 대한 유효적절한 대응이 절실하다.

 

패션 대기업들은 주력 부문인 패션산업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자 여기저기 굴을 파면서 묘책을 찾아내고 있다. 우선, 브랜드의 옥석을 가려서 과감하게 처분하거나 전격 투자하여 인수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자식 같은 브랜드들이기 때문에 쉽게 내보내거나 덜컥 붙잡을 수 없다. 수익성, 미래 성장성을 잘 따져야 한다.

 

나아가 패션이 아닌 분야에서 사업 다각화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한다. LF는 패션업 비중을 줄이면서, 금융업, 주류, 식자재 분야로 눈을 돌린 지 오래다. 문어발 확장이라는 비난도 감수하고, 고강도의 체질 개선을 감행하는 이유는 그만큼 교토삼굴의 지혜로 각종 위험에 대비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그 와중에 각종 위험에 대비한 계약 조항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든 위험 요소를 계약서에 다 포함시킬 수는 없지만, 새로운 위험들이 속속 등장하는 기업 환경 하에서 계약서에는 소설가와도 같은 창의성, 재단사와 같은 꼼꼼함이 녹아 있어야 한다.

 

다중적 위험에 노출될수록 리더는 시대적 흐름을 읽고, 대처해야 한다. 토끼처럼 영민한 지혜로 3개 아니 수백 개의 굴을 파놓으면서 다양한 위기를 피해 가는 2023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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