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 2023년 09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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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마당
스티브 잡스가 루이비통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을 만난 적이 있었다. ‘캐시미어를 입은 늑대’라는 별명의 아르노 회장은 명품 제국의 황제라는 명성과 기업을 헐값에 사들이는 사냥꾼이라는 부정적인 평판이 함께 한다.
애플을 ‘IT 업계의 샤넬’로 만들고 싶었던 스티브 잡스는 명품 제국 LVMH에도 관심이 많았다. 각 산업의 아이콘이었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고, 스티브 잡스가 “몇십 년 후 아이폰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때도 사람들이 돔페리뇽을 마실 것은 확실하다”라는 덕담을 남기며 헤어졌다고 전해진다.
새롭게 리뉴얼 된 뉴욕 5번가 애플스토어 1호점 / 사진=퀴츠 |
빅 테크의 대표기업 애플의 포지셔닝은 ‘기술 선도 프리미엄 세그먼트’다. 기술 기반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추구했던 애플은 패션 산업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나이키의 마케팅을 존경했고 샤넬이 되고 싶어했다.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애플 광고는 나이키를 닮았다. 애플의 첫 광고인 ‘Think Different’는 제품의 혁신성이나 기술 대신 앨버트 아인슈타인, 버키 민스터 풀러, 존 레논, 마틴 루터 킹 주니어같은, 세상을 바꾸고 인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 혁신가들에 대한 존경으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은 애플과 스티브 잡스가 20세기 비전을 가진 거인들과 함께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에게 이런 영감을 준 브랜드는 나이키였다. 스티브 잡스는 나이키가 신발의 기능 보다 마이클 조던, 라파엘 나달, 타이거 우즈 등 스포츠 영웅들에 대한 존경과 경외심으로 브랜딩 했던 것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또 하나는 샤넬이다. 애플은 전자 기기의 샤넬이 되고 싶어했다. 검은색이나 회색의 투박한 디자인에 기능만 강조했던 IT산업에서, 애플은 샤넬의 ‘순수한 화이트칼라’를 빌려 프리미엄을 지향했다. 애플스토어 1호점을 뉴욕 5번 명품가에 오픈한 것은 그들의 이런 전략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매장의 아이콘인 유리 큐브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을 모티브로 했고, 벽의 마감재는 이탈리아 대리석 카스카나(Castagna)를 사용했다. 애플 스토어는 IT 매장에 ‘명품의 욕망’을 담았다.
올해 말 출시 예정인 공간 컴퓨팅 헤드셋 ‘애플 비젼프로(Apple Vision Pro)' / 사진=애플 |
애플은 올해 6월 헤드셋 ‘애플 비젼프로(Apple Vision Pro)’를 발표했다. 맥이 퍼스널 컴퓨터,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터 시대를 열었다면 비젼프로는 공간 컴퓨터 시대를 열 것이라고 한다. 영화 ‘마이너리 리포트’에 나왔던 공간 컴퓨팅이 애플의 기술로 현실이 되었다.
이렇게 세상이 한 번씩 바뀌는 변화를 사람들은 이제 ‘아이폰 모멘트’라고 부른다. 혁신, 혁명의 보통명사가 된 것이다.
최근 뜨거운 논쟁의 주역인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산업혁명, 아이폰에 이어 인류의 삶을 바꿀 세 번째 ‘아이폰 모멘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AI는 5조 개의 문서를 학습했고,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접속(Plugged In)해서 스스로 업데이트한다. 앞으로 ‘그’는 파리, 뉴욕 등의 패션쇼를 데이터 베이스 삼아 엄청난 양의 디자인을 쏟아 낼 것이고, 그것은 디자인 산업에 핵폭탄 급 충격을 줄 것이다.
영화 ‘오펜하이머’의 원작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이 불로 어둠을 밝힐 것인가, 이 불에 타 죽을 것인가.”
어패럴뉴스의 창립 31주년을 축하하며, 언제나 우리의 앞길을 밝게 비춰 주는 불이 되어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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