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억] 선망성(Envy)에 대하여

발행 2023년 0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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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억의 ‘커머스 인사이드’ <3>

 

김동억 이커머스 디렉터

스투시, 코스, 나이키, 아이앱스튜디오, 조던, 애플, 아미, 아디다스, 살로몬, 슈프림, 뉴발란스, 야스히로, 아크테릭스, 메종키츠네, 아식스.

 

방금 나열한 브랜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리셀 플랫폼인 크림(KREAM)의 톱15 브랜드들이다. 많이 팔린 순서이지만, 여기서 더 중요한 키워드는 ‘리셀’이다. 마켓 내에서의 버즈와 관심, 사람들의 선호도가 크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는 ‘선망성(Envy)’이라고 하겠다.

 

브랜드를 평가하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지도(Brand Awareness, 이하 A)와 선망성(Envy, 이하 E) 두 요소이다. 인지도와 선망성을 동시에 가지는 것은 어렵다. 대중적이면 깊이가 있기 어렵고, 깊이가 있으면 많은 대중이 공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두 요소의 유무에 따라 4가지 케이스로 나누어질 수 있겠다. 이 경우 ⓛ가장 좋은 것은 당연히 2가지를 다 가진 슈퍼브랜드이다. 좋은 케이스이므로 직접 언급해도 무방하겠다. 나이키와 애플 등이 해당된다. 지구를 대표하는 브랜드라고도 하겠다. ④가장 안 좋은 케이스는 둘 다 없는 브랜드. 사라졌거나 곧 사라질 것이다. ②는 A만, ③은 E만 있는 경우다.

 

인지도는 정량에 가깝다. 지속적으로 알리기 위한 노력들을 더하면 빠르던 늦던 차곡차곡 쌓인다. 덧셈의 개념이다. 이에 반해 선망성이 만들어지는 양상은 설계하거나 예측하기 매우 어렵고 다양하다. 오랫동안 헤리티지를 만들어 온 케이스(나이키, 아디다스)가 있는가 하면 스트릿패션이나 SPA같이 시류를 타면서 스타가 되는 경우(스투시, 코스), 그리고 기존의 공식을 해체하고 뒤집으면서 갑자기 터지는 신흥 명품군(오프화이트, 톰브라운)도 있다. 꼭 친숙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사기 불편하고 불친절해도(?) 뜬 경우(슈프림)는 있다. 이와는 별도로 자신만의 기본철학과 품질을 잘 지켜나가다 고프코어룩과 잘 맞아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는 케이스(살로몬, 아크테릭스)도 있다.

 

이 가운데 여전히 아쉬운 것은 위 리스트 중 국내 브랜드는 아이앱스튜디오 단 하나라는 점이다. 그것도 패션 회사가 아닌 뮤지션(빈지노)의 디자인스튜디오에서 만든 브랜드이다. 왜 국내 브랜드는 선망성을 그리고 팬덤을 만들지 못할까.

 

다시 4가지 케이스로 돌아가보자. ⓛ의 경우 이미 두 가지를 다 가졌음에도 조절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견제는 많고 소비자는 변덕이 심하므로 생태계적 설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애플은 디바이스 별로 OS를 엮어 쉽게 탈출할 수 없도록 장벽을 만든다. MP3플레이어와 휴대폰에서 패드로, 워치로, 클라우드로 그리고 다시 PC로 확장되는 식이다. 나이키도 어린이 구독을 통해 맥도널드의 해피밀처럼 미래 소비자를 선점하고 SNKRS 서비스 등을 통해 코어소비자 역할을 하는 신발매니아를 락인(Lock-in)하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개발해낸다.

 

인지도와 선망성 하나씩 가진 브랜드들이 애매한 경우인데, ②A만 있는 경우는 장기적으로 지속성이 문제가 되고 ③E만 있는 경우는 단기적으로 현금흐름이 문제가 되니 버틸 수 있는 체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한 매스로의 타협이든 편입이든 되어야 비즈니스가 오래 갈 수 있을 것이다.

 

③의 케이스에서 많은 저력 있는 브랜드들이 매니아들 사이에서 회자되다 사라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자인의 깊이와 엣지, 그리고 브랜드 철학이 매력적이고 확고할수록 대중에게 외면받는 브랜드들을 많이 보아왔다. (반대로 말하면 애매한 브랜드들이 오히려 성공의 확률이 높다. 희한한 일이다. 깊이 있는 브랜드 빌더는 왜 실패했는지 답답해하고 브랜딩을 모르는 장사꾼은 본인의 실력을 자신한다.)

 

깊이 있고 탄탄하게 브랜드를 만든 이들은 한국 시장에서 마지막 불씨를 자존심과 바꿀지 말지 고민하다 대부분 그 수명을 마치고 만다. 운도 중요하고 타이밍도 중요하고 매스와의 밸런스도 중요하다. 분명 모두에게 기회는 있다. 확장이든 투자든 마케팅이든 그 미묘한 선택의 차이가 성패를 좌우하므로 브랜드 사업은 냉철하게 스테이지별 플랜을 미리 잡고 시작해야 한다. 재무와 유통, 인적 배합까지 파이프라인에 따라 완전히 다를 수도 있는 전술을 구사해야 한다.

 

그렇다면 가장 어려운 케이스는 ②인지도는 있으나 선망이 없는 경우. 하나를 가졌으니 이미 반은 성공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이미 인지도가 있다는 사실이 발목을 잡는다. 리뉴얼보다 새로 만드는 것이 더 쉬운 법. 선망을 나중에 넣는 일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는 다음 칼럼에서 얘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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