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칼럼-김호종] 디지털이 만드는 상상 자본주의의 시대, ‘브랜드’란 과연 무엇인가

발행 2022년 01월 04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출처=화성 농장(Reshaping Mars)

 

상상해 보자. 애플이 전기차를 만든다면 당신은 구매할 것인가. 그렇다면 삼성에서 전기차가 나온다면? 애플의 시가총액은 3400조, 삼성은 480조로 기업 가치 차이가 7배에 달한다. 애플은 소프트웨어의 신(神), 삼성은 하드웨어의 신(神)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이 격차를 설명하기에 충분치 않다.

 

이것은 다름 아닌 ‘꿈 값’의 차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 혁명’으로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몽상가였다. 또 다른 몽상가 일론 머스크는 자율 주행 자동차, 스페이스X 우주여행, 화성 농장 프로젝트 등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비즈니스를 현실로 만들었고, 400조가 넘는 재산의 인류 역사상 최고 부자이기도 하다. 이 디지털 영웅들의 브랜드 애플과 테슬라도 그들의 스토리만큼이나 다이내믹하고 멋지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는 현 인류가 지구의 절대 지배 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과 ‘집단적 상상력’, ‘공동의 믿음’ 그리고 그로 인한 ‘사회적 협력’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전의 많은 동물과 인간 종이 “조심해. 사자야! 라고 말했다면 사피엔스는 ‘사자는 우리 종족의 수호령’이라는 허구를 만들어, 부족의 결속을 위한 메시지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유령과 정령을 믿던 원시 부족들의 애니미즘이 신과 신화로 그리고 종교로 발전했고, 현대에 와서는 문화, 테크, 컨텐츠, 브랜드로 확산되고 있다.

 

법률적으로 ‘법적 허구’라고 정의되는 브랜드는 종교와 비슷하다. 기독교처럼 강한 스토리가 있는 종교가 파워풀하듯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애플, 테슬라, 샤넬, 나이키, 파타고니아, 할리 데이비슨과 같이 철학과 감성이 있는 브랜드는 강력한 팬덤을 갖는다. BTS의 팬클럽 ‘아미’는 세계인으로 구성되어 있고, 애플빠 팬덤 1억 명 중 90% 이상이 애플 왕국에서 영원히 살고 싶어 한다.

 

신화처럼 브랜드의 스토리는 히스토리가 되고 다시 컬쳐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소비자는 그 왕국의 팬덤으로 강력하게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꿈을 전파하고 사회적 결속을 이끄는 현대 사업가들은 모두가 ‘강력한 마법사’들인 셈이다.

 

‘허구, 상상, 꿈’이라는 인지 혁명 이후 사피엔스는 이중의 실재 속에 살게 되었다. 한쪽에는 강, 나무, 사자, 공장, 제품이라는 객관적 실제가 있다. 다른 한쪽에는 신, 법인, 플랫폼, 브랜드, 디지털이라는 가상의 실제가 존재한다.

 

출처=로블록스

 

이런 가상 세계의 정점에는 ‘메타버스’가 있다. 디지털 생태계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혁명이라면, 메타버스는 ‘빅뱅’이다.

 

얼마 전 구찌는 미국 10대의 60% 이상이 사용하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디지털 가방 디오니소스 백’을 4115달러(한화 약 480만 원)에 팔았다. 향후 이런 ‘메타 패션’의 규모는 수십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패션도 물질적 한계에서 벗어나 넷플릭스(Netflix)나 스포티파이(Spotify)처럼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디지털 비즈니스로 전환될 것이고 향후 패션 생태계의 변화는 그야말로 빅뱅이 될 것이다.

 

인터넷이, 모바일이 과연 세상을 바꿀까 의심하며 반신반의하던 많은 기업들은 급하게 이커머스를 강화하고 자사몰로 팬덤을 만들고자 하고 있다. 이제 또 아바타와 가상현실, 증강현실, 디지털 상품과 함께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계관이 등장했고 상상하는 모든 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

 

패션은 꿈꾸는 산업이다. 그 중심에는 휴먼, 공감, 브랜드가 있고 팬덤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개인의 꿈은 꿈에 그치지만 모두의 꿈은 현실이 된다”. 징기스칸에서 일론 머스크까지, 영웅에 이른 호모 사피엔스들의 모토는 영원하다.

 

김호종 ‘오쏘앤코 씬다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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