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패션 상표권, 그 끝나지 않는 전쟁

발행 2021년 06월 15일

어패럴뉴스기자 , appnews@apparelnews.co.kr

이재경 '패션법 이야기' 

 

테커스 아웃도어의 '어그' / 출처=HIPHOPER

 

우리는 제품의 품질이 아니라 상표, 브랜드에 의존해 살고 있다. 패션산업에서 상표는 단순한 이름이 아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얼굴이다. 첫인상, 중간평가, 뒤끝 그 모든 것을 결정한다. 그래서, 패션 전선에서는 피비린내 나는 상표 전쟁이 매일매일 일어난다. 


스포츠 패션 브랜드 ‘챔피온’은 자신의 심볼과 유사한 문양뿐 아니라 ‘CHAMPION’ 문구의 상표를 사용하여 슬리퍼와 샌들 등을 판매한 국내 한 업체의 등록상표 취소를 명령하는 법원의 판결을 이끌어냈다. 챔피온에 대항하여 이 업체는 자신의 등록상표는 20여 년간 신발류 상품에 사용해 국내 수요자들 사이에 일정한 정도의 신뢰가 형성됐으며, 상표가 사용된 제품, 판매처, 수요자의 범위 등에 차이가 있어 오인이나 혼동을 일으킬 가능성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법원은 챔피온의 상표가 국내에서 주지성을 획득한 상표라는 전제 하에 상대 업체가 등록상표를 고의로 변형해 챔피온과 유사하게 만들어 사용함으로써 수요자가 상품의 출저를 오인, 혼동할 우려를 만들었다고 판단, 그 주장을 배척했다. 이 업체의 제품이 판매된 포털사이트 판매 페이지에서 ‘짝퉁 티 너무 나요’, ‘공식 정품 인증 스토어 아닌 것 같은데’ 등 챔피온 브랜드를 인식한 소비자 댓글들도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예전 한참 인기를 끌었던 양털부츠 ‘어그부츠’의 상표 전쟁도 해외에서 발발하였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어그부츠 상표권을 보유한 미국 데커스 아웃도어와 호주의 오스트레일리언 레더사의 5년간의 소송에서 데커스 아웃도어의 손을 들어주었다.

 

“어그”란 단어는 1930년대부터 호주에서 양가죽과 양털 소재로 만든 물건을 통칭했고, 1980년대 호주의 한 사업가가 미국에서 어그의 상표권을 획득한 후 미국 업체인 데커스 아웃도어에 매각하면서, 데커스 아웃도어는 1995년 ‘어그 오스트레일리아’라는 상표를 미국에 등록했고, 130여 개국에서 같은 이름으로 상표권을 행사 중이다. 그리하여, 데커스 아웃도어는 오스트레일리안 데러를 포함하여 양가죽 부츠를 ‘어그부츠’란 이름으로 판매한 기업들에게 상표권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오스트레일리안 레더는 “어그 단어의 상표 등록 자체가 무효”라고 반발했으나, 미국의 1, 2심 모두 오스트레일리언 레더사에 45만 달러(약 5억원)의 피해보상을 명령했다.


상표 전쟁의 승패는 기본적으로 고유한 ‘식별력(특별현저성)’ 유무에 달려있다. 상품 출처(Origin source)나 각종 서비스를 경쟁사와 확실히 구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식별력의 판단 요소/기준을 살펴보면, 1차적으로 상표 구성상 ‘호칭’, 그 다음으로 상표가 시각적인 모양과 형상 일체를 뜻하는 ‘외관’,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상표의 뜻과 의미를 담고 있는 ‘관념’이 등장한다. 최근 특허청의 상표권 등록 실무 차원에서는 식별력의 객관적 3요소 중에서 ‘호칭’에 대한 중요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이 밖에 상표의 사용실적, 거래실정, 서비스 상황 등도 포함된다. 챔피온 사례나 어그 사건에서처럼, 식별력을 선점한 브랜드의 승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상표법 제6조는 식별력 없는 상표를 오랜 기간 특정인이 독점 사용한 결과 수요자 간에 2차적 의미(Secondary Meaning)를 획득한 경우에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한 것으로 보아 상표권을 예외적으로 인정한다는 법리도 주목해야 한다.


상표의 판단 기준은 변한다. 영원불변한 진리가 아니다. 항상 움직이는 사회 현상과 함께 항상 변화하고 있으므로 브랜드 네이밍에 있어 특허청의 동향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어제의 상표가 오늘은 상표가 아닐 수 있다. 상표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지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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