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소녀시대에서 소송시대로...제시카 피소 사건의 전말

발행 2021년 12월 21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이재경의 ‘패션 법(法) 이야기’

 

출처=블랑앤에클레어 페이스북

 

한때 우리 가슴을 한없이 설레게 했던 걸그룹 소녀시대.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지만, 걸크러쉬, 보이크러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소녀티를 갓 벗어나 숙녀로 탈바꿈하려는 맴버들의 눈물겨운 노력에 다들 박수를 보내는 와중에, 2014년 가장 먼저 소녀시대를 탈퇴해 발빠르게 패션 산업에 진출한 전 멤버 제시카의 성인식은 그리 쉽지만 않았다.

 

그래서, 제시카의 소송 뉴스는 여러모로 안쓰럽고 의문스럽다. 그녀가 야심만만하게 세계를 겨냥해 출시한 브랜드 '블랑앤에클레어'가 홍콩에서 무려 80억원 대 채무불이행 소송에 휘말리면서 호사가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지난 9월 홍콩 기업 조이 킹 엔터프라이즈(Joy King Enterprises, 이하 조이킹)는 제시카의 남자친구이자 브랜드 운영사 블랑그룹의 대표인 한국계 미국인 타일러 권 코리델 캐피털 파트너스 CEO 측에 원금, 이자 등 합계 682만 달러(한화 80억 원)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홍콩고등법원에 제기했다.

 

처음부터 블랑그룹과 조이킹 사이 금전 채권채무 관계가 형성된 것은 아니었다. 조이킹이 소송을 제기한 사연인즉슨, 블랑그룹은 스펙트라 SPC로부터 2016년 10월 300만 달러(한화 35억원 상당), 2017년 5월 100만 달러(한화 12억원 상당)를 각각 대여받았다. 블랑그룹이 이러한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가운데, 조이킹은 올해 8월 스펙트라 SPC 측으로부터 위 채권을 양도받았으므로 당초의 상환기일인 9월 10일이 경과한 이후, 법적으로 변제 청구에 나서게 된 것이다. 그 사이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서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 변제액수가 무려 한화 80억 원을 넘게 된 것이다.

 

제시카가 수석디자이너로 전면에서 활동한 패션 브랜드의 주력 상품은 선글라스였고, 그 외 제시카가 직접 디자인한 머플러, 액세서리 등도 주로 중화권을 중심으로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도 올해 초 청담동 플래그쉽 스토어를 오픈하며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블랑그룹의 재정상태가 그리 탄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소녀시대 제시카'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거액의 투자를 받았다는 식의 루머는 그 당시에도 돌고 있었다. 물론, 거액을 투자받은 측이나 투자를 감행했던 당사자는 이러한 악성 소문을 일축했지만, 서로 얼굴 붉히며 소송전까지 가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블랑그룹 측은 "2016년 대여받은 이후 3년간 성실하게 갚아오다 2020년부터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당초 약정한 대출 기한보다 상환을 늦추기로 원래 채권자인 스펙트라SPC 측과 합의했다. 조이킹으로 대출채권이 양도된 이후 갑자기 2주 안으로 전액 변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청구를 받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더 나아가 “거액의 이자 계산이 잘못 되었다”, “제시카 개인의 대출이 아닌 회사법인의 대출”이라는 점을 강변하면서, 소송을 둘러싼 명예훼손을 자제해 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출 및 채권양도의 법리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무척 간단하다. 채무자의 인식 없이 채권이 양도될 수 없으며, 대출채권에 붙어있는 각종 조건(기한, 이자율)은 채권양수인에게 그대로 이전된다.

 

그래서 원래 채권자와 상환기일을 늦추기로 합의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상환기일은 준수되어야 한다. 재정 규모에 맞지 않는 섣부른 대출이 회사는 물론 브랜드까지 무너뜨린다는 무척 명료한 진리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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