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From Russia with no Love’ – 패션 기업의 전쟁

발행 2022년 04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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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의 ‘패션 법(法) 이야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피폭

 

2022년 러시아, 그리고 우크라이나, 그야말로 전쟁이다. 전쟁처럼 치열한 분위기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다. 1960년대 냉전 시대에 우리가 마냥 신비롭게만 바라보던 시베리아 설원을 배경으로 하여 007 제임스본드 영화 ‘From Russia with Love’가 만들어지던 그 시절이 아니다.

 

러시아의 도발에 맞서 미국을 비롯한 유럽 진영의 서방국가들은 일제히 경제 제재에 나섰다. 유수의 패션업체들은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하여 러시아 내 영업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LVMH, 에르메스, 프라다 같은 명품 브랜드들은 물론, 패스트패션 H&M, ZARA와 나이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은 러시아 매장의 전면 폐쇄 조치로 동참하고 있다. 10년 이상 러시아축구연맹에 스포츠 용품을 후원해온 아디다스는 하루 아침에 스폰서십을 해지했고, 나이키는 우크라이나를 구호하기 위하여 유니세프, 국제구호협회에 100만 달러를 기부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00여 기업들이 러시아 내 사업을 철수하거나 축소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달 성명을 통해 “인권을 침해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모든 형태의 침략을 규탄한다”면서 현지에서 사업을 계속하겠다던 기존 입장을 바꾸고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0년 러시아에 진출한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러시아 전역에 50개 유니클로 매장을 두고 있었다. 이는 아시아 이외 지역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ESG 경영의 시험대에 오른 기업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러시아 사업을 계속 감행하면 소비자나 투자자의 반감을 불러일으켜서 브랜드 가치, 주가 하락이 걱정스럽다. 미국 뉴욕주 연기금의 회계감사는 에스티로더를 포함한 자국 대기업들에게 컴플라이언스, 인권 보호의 취지에서 러시아 투자의 중지를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애플, 정유업체 셸 등 다국적 기업들에게 러시아 압박을 요청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를 포함한 세계 경영을 둘러싼 각종 전략의 전면적인 수정은 기업들에게 커다란 골칫거리다. 이미 수립한 글로벌 확장 전략은 당분간 물 건너 갔다. 심지어,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에게 비우호적 조치를 감행한 국가 목록을 발표하면서, 비우호국가 기업들에 대한 러시아 통화인 루불화로 상환하는 조치로 맞불을 놓았다.

 

서방 국가들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러시아 은행들을 배제하는 경제적 제재에 대하여 러시아 역시 초강수를 두고 있다. 러시아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비우호국가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운영 상 장애물이 커졌다. 금융적 측면뿐 아니라, 패션사업의 경우, 러시아에서 공급받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바람에 비상이 걸렸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적인 러시아 제재로 인하여 제조 원가 상승은 물론 각종 물류수단의 중단은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만행을 규탄하는 차원을 떠나 애꿎은 다국적 기업들만 경제 전쟁에 내몰렸다. 기업들의 리스크 목록에 전쟁까지 추가되다니...

 

러시아에서 성업 중이거나 런칭을 준비하는 패션 사업체 입장에서는 법률적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당장, 자금 결제에 있어 원활한 수급이 막히니 만기일을 경과할 위험에 처해있다.

 

계약서 조항에 ‘천재지변’ 등을 적시하였더라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불가항력적 상황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다투어질 것이다. 원자재 상승으로 인한 손해 역시 재협상해야 하는 처지이다. 결국, 늙은 정치인이 전쟁을 선언하고, 젊은 기업들만 전쟁의 희생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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