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짝퉁과 헤어질 결심

발행 2022년 0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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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의 ‘패션 법 이야기’

 

짝퉁 구찌 운동화 적발 사진 / 출처=부산본부세관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여주인공 서래는 자신의 혐의를 조사하는 형사와 오묘한 관계 속에 쉽사리 만나지도, 헤어지지도 못한다. 패션 명품의 짝퉁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마음도 비슷하지 않을까. 진품은 엄청난 부담 때문에 엄두가 안 나고, 눈길은 자꾸 가니 말이다.

 

여전히 짝퉁이 판치는 세상이다. 아니, 갈수록 짝퉁 거래가 더 심해지고 있다. SNS 등 온라인 채널과 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짝퉁은 바퀴벌레보다 더 활발한 번식력을 발휘하며 퍼져가고 있다. 게다가 물질 만능 배금주의와 얄팍한 말초적 상술에 찌든 요즘 세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명품에 대한 욕망이 더 거세지도록 부추기고 있다.

 

사람들 사이 소통을 촉진하는 소셜미디어는 짝퉁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유투버 등에서 인플루언서의 가면을 쓴 사람들이 채팅창을 통해 짝퉁 제품을 오늘도 열심히 팔고 있다. 명품 제조사와 수사기관의 합동 작전으로 장기간 추적 끝에 지능적인 짝퉁 제조 판매자를 단속하는 과정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짝퉁 판매자도 일종의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과거 상업적 매장의 진열대에 몰래 또는 가게 뒤편에서 거래하던 시절은 까마득한 옛날이다. 이제는 일반 가정에 비밀스러운 제조 공방을 설치해 끊임없이 가짜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면서, 평소에 자주 거래하는 소수 정예(?) 고객에게만 비공개로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판매를 한다.

 

'가품'이라는 사실을 알리고(또는 암시하면서) 판매하는 측이나 짝퉁이라는 걸 알면서도 구매하는 사람이나 어찌 보면 다 거기서 거기다.

 

‘가짜라도 최상급 제품’, ‘정품과 비교해서 디테일까지 똑같다. 심지어 더 괜찮다’라는 SNS의 현란한 설명들이 그들에게는 자랑이자 선망의 대상이 된다. 짝퉁에도 시장의 논리가 적용된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고, 공급이 받쳐주니까 꾸준히 수요가 뒤따르는 셈이다. 공급, 수요 모두 나쁘다.

 

하지만 법률적인 측면을 엄히 따지면, 짝퉁의 판매자와 구매자의 운명은 갈린다. 현행법상 상표권을 침해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데, 이는 판매자에게만 해당된다. 현행법상 짝퉁의 단순 구매자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그래서 짝퉁 구매자들은 그야말로 아무런 법적 위험 없이 쉽게 구매한다.

 

다만, 해외 직구를 통해 짝퉁을 구매해 국제우편물, 특송으로 반입하는 경우에는 수량이 1개인 경우라도 세관에서 단속되면 폐기 대상이다. 물론, 여행객이 여행 중에 선물용을 포함해 개인적인 용도로 짝퉁을 구매하는 경우까지는 1-2개 물품을 허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선물용이라도 품목당 2개, 총 3개 이상은 단속 대상에 해당한다.

 

여전히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등에서 밀수한 해외 짝퉁을 판매한 수입업자가 세관에 적발되었다는 뉴스들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동대문 등지의 짝퉁 밀수·유통조직이 불법적인 판매점을 운영하기 때문에 분산 반입 및 판매 루트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짝퉁 수입업자들은 상표 없는 정상 제품 사이에 짝퉁을 일부 진열한 뒤 희망 구매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EU가 최근 실시한 짝퉁 관련 설문 조사 결과는 짝퉁 시장의 존재 이유를 알려준다. 15-24세를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서, 무려 52%가 짝퉁을 구매했다고 응답했다. 이쯤되면 짝퉁 구매자들에 대한 적절한 단속, 심지어 처벌까지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진품이 만만한가. 단순히 짝퉁 제조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소비자들부터 짝퉁과 확실하게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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