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의 ‘패션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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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
패션의 생명은 브랜드에 달려있다.
사람들은 제품의 품질을 살펴보지 않고 제품의 브랜드를 믿고 구입한다. 브랜드의 가치는 패션이 아닌 산업에서도 중요하지만, 멋과 스타일을 추구하는 패션의 경우, 브랜드는 브랜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패션 소비자들은 패션 제품을 구입한다기 보다 브랜드를 소비하고자 하기 때문인데, 패션사업자가 브랜드에 목숨을 거는 이유다.
명품 브랜드에 향한 대중의 로망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자체 브랜드의 구축은 쉽지 않기에 우리 패션기업들은 비싼 로열티를 주고서라도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의 라이선스를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패션 라이선스의 지형도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패션이 아닌 브랜드가 패션에 진입하는 기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뉴스 채널 CNN, 다큐멘터리 채널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MLB, FIFA와 같은 스포츠 대회 네이밍, 코닥(Kodak) 같은 필름 브랜드 등이 패션의 옷을 입고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많은 학부모들의 선망의 대상인 아이비리그 이름도 패션 브랜드화되고 있다. 통틀어 ‘K라이선스’ 돌풍이라고 부를 정도로 강렬하다. 이제는 패션과 패션 아닌 것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있다. 2023년, 패션 라이선스는 어디로 가는 걸까.
F&F(시가 총액 5조6천억원)는 라이선스 브랜드인 MLB,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등을 통해 작년 50% 이상의 성장률과 함께 4천억 원을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업계 정상에 올랐다.
NFL,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더네이쳐홀딩스 뿐 아니라, FIFA 라이선스를 새로 도입한 코웰패션도 라이선스 업계의 강자로 50% 이상의 성장률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CNN어패럴, 코닥어패럴 등도 각각의 브랜드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2020년대 들어 라이선스 사업체의 성장률은 일반 패션상장사와 비교하여 무려 20배 넘게 앞서고 있다. 패션 라이선스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여기서 패션사업체의 고민이 시작된다. 글로벌을 향한 브랜드 개발은커녕 기존 국내 브랜드에 얽매인 지난날이 후회스러운 것이다. ‘제조업체 브랜드(NB)’와 ‘유통업체 브랜드(PB)는 이제 구닥다리인 셈이다. 지금이라도 다양한 비패션 브랜드 라이선스에 눈을 돌려야 하는건지, MZ세대의 소비패턴과 사업 확장성을 놓쳐버린 기존 패션기업의 한숨 소리가 들린다.
반면 라이선스 기업들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브랜드를 기반으로 의류뿐 아니라, 모자, 가방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라이선스 업계는 패션 시장의 트렌드를 이끄는 MZ세대가 비패션 브랜드의 인지도에 민감하다는 특성에 착안했다.
다양한 브랜드에 담긴 색다른 스토리를 마케팅하면서, 친근한 네임과 로고 덕분에 별다른 투자 없이 빠르게 안착했다. 매장 판매보다 소셜미디어 홍보를 통하여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면서 재고 문제도 해결했다.
다만, 라이선스 사업에도 위험요소는 많다. 우선, 과도한 이미지 소비로 인한 브랜드 가치 하락을 주의해야 한다. 또, 장기간 라이선스 확보와 함께 비경쟁조항을 통하여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아야 한다. 품질 우위가 없는 만큼 셀럽 모델을 반드시 등장시켜야 하는데, 광고 비용에 따른 원가 상승 부담과 셀럽 모델의 위험도 떠안아야 한다.
MZ가 이끄는 시대의 패션 라이선스의 모습은 달라졌다. 다채로운 브랜드의 패션 진입은 새로운 기회도 주지만, 예상치 못한 고민도 안겨준다. 패션 라이선스는 사용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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