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현] 신의 성실과 주주 환원, 그리고 주식회사

발행 2022년 05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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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현의 ‘패션과 금융’

 

3월 16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53기 정기 주주총회’ / 사진=삼성전자

 

매년 3월이 되면 투자한 기업들이 보내오는 주주총회 통지 및 참석 요청서, 대표들의 상담 전화, 그리고 주주 서한 등으로 바빠진다. 지난 한 해, 얼마나 열심히 문제를 해결하고, 계획한 일들을 실행했는지 점검하는 시기이자 주주들에게 평가받는 시점이기도 하다. 한 회사를 경영하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1년 중 가장 부담스러운 시기이기도 하다.

 

주주총회를 한다는 것은 곧 법인을 소유한 주주들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주총회가 필요한 주식회사를 만드는 이유는 사업 성장 또는 시작의 시점에서 모험 자본을 유치하고, 그 증서로 주식을 받은 투자자들을 모아 자본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모험 자본을 투자한 주주들은 매년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었고, 투자한 수익금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회수가 가능한 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1년에 한 번 그 내용을 주주들 전체가 모여 공유받고 주요 사안들을 결정하는 것이 주주총회이다.

 

나는 수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해 왔기 때문에 성공과 실패의 사례를 직접적으로 많이 볼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다. 성공이라 함은 투자한 기업이 잘 성장해 좋은 수익률을 실현시켜 준 경우라 할 수 있고, 실패는 모험 자본이라는 말 그대로, 투자가 정말 모험으로 끝나는 폐업의 경우다.

 

성공과 실패는 결과적으로는 완전 반대 방향이라 볼 수 있지만, 주식회사의 경영자는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 일을 하지, 실패하기 위해 일을 하지는 않는다. 경영자와 투자자 모두 성공을 원하며, 경영자는 신의성실의 의무를 다해 회사와 주주 입장에서 신뢰에 반하지 않도록 행동하고 판단해 사업을 운영하지만, 그럼에도 여러 요인으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경우의 수로 보면 성공보다는 실패의 사례가 훨씬 많다. 그러므로 사업 성과가 좋아 성공에 한 걸음 다가선 기분 좋은 주주총회는 극히 적고, 지난 한 해의 고민과 반성, 투자금 회수 가능성 여부만 계산하는 주주총회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경영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힘든 것이 3월이다.

 

내가 경영 중인 회사도 힘든 시기에 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도와준 주주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주주들의 투자금 회수 기회를 높여주기 위해 내년부터 이익잉여금의 상당 부분으로 자사주를 매입 소각해 이익을 주주들과 함께 나눌 계획이라고 주주총회에서 공개했다.

 

물론 상장이나 M&A 등을 통해 자본차익을 얻는 기회도 있겠지만 아직은 준비할 것이 많은 회사여서 가시적인 환원 정책을 제안한 것이다.

 

반대로 최근 피투자사 대표들로부터 후속 투자자에게 보유 주식 일부를 매각해 2년 전 투자한 자금의 일부를 회수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 그리고 힘든 시기를 지나갈 수 있게 해준 투자였기에 최소 원금은 회수하고 나머지로 미래가치를 같이 봐주면 고맙겠다는 것이 대표의 의견이었다. 회사가 주주에게 주는 주주 환원은 아니었지만 힘들었던 시기를 잊지 않았고, 투자자의 투자금이 소중하다는 것을 먼저 생각해주는 마음이 고마웠다.

 

주식회사는 주주들의 자본으로 만들어진 회사이며, 청산 전까지는 영속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무리한 주주 환원 정책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반대로 주주들의 것이기에 이익을 나누어 투자금에 합당한 자금 회수의 기회를 제대로 제공해야 할 의무도 있다.

 

2023년 3월에 있을 주주총회에서는 지난해보다 더 좋은 모습을 주주들에게 공유할 수 있기를, 그리고 주주 환원 정책을 제안할 만큼 성장하는 한 해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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