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현] ‘자력갱생(自力更生)’의 기업가 정신

발행 2022년 10월 18일

어패럴뉴스기자 , appnews@apparelnews.co.kr

소성현의 ‘패션과 금융’

 

출처=게티이미지

 

‘자력갱생’은 사전적 의미로 ‘자신의 힘으로 다시 살아간다’는 뜻이다. 어려운 처지에 있었으나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능력으로 극복하고 개선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2017년 작은 화장품 회사를 창업하고, 엔젤 투자자로 활동하며 살아가던 중 이전 금융업에서 같이 일했던 선후배들이 찾아와 가장 많이 물었던 질문은, 화장품 업에 특별한 관심도 없는데 누가 도와주고, 누가 창업하게 했는지 하는 것이었다.

 

15년 정도 기관투자자로 투자금을 집행, 운용하는 일을 했으니 정말 많은 산업의 창업자부터 경영자에 이르는 인맥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배경을 알고, K-뷰티 기업들의 M&A와 상장이 이어지던 시기였으니 분명 창업부터 마지막 기업 매각까지 계획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마무리할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했었다.

 

하지만 실상 나의 현실은 매월 나가야 하는 직원들의 급여와 물품 재고에 허덕이는 스타트업 창업자의 생활이었다. 그나마 엔젤 투자로 좋은 성과가 나고 있는 시기였기에 회사에 가수금을 끝없이 넣으며, 운영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는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대형 유통기업 임원인 선배가 밀키트 업체를 운영하는 후배를 도와줄 수 있는지 제안해 왔다. 공유 주방 기업과 1인 피자 시장을 연 기업에 투자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던 필자는 솔직히 밀키트 산업에 대해 이야기나 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미팅에 갔었다.

 

그런데 미팅 장소인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투자자로서의 촉에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알게 된, 잘되는 기업들의 전형적인 특징들이 바로 보이기 시작했고, 직원들의 에너지도 엄청났다.

 

그리고 철저한 계획과 겸손한 자세로 미팅에 임하는 대표와 경영진의 모습에 솔직히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그러던 도중 인생의 모토라며 나왔던 얘기가 자력갱생이었다. 너무나 관리할 것이 많은 산업이자, 대기업들과 경쟁해 위상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뭐든 스스로 해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얘기였다. 이미 압도적인 1위 업체임에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모니터링과 생산 혁신 등을 지속하고 있었다.

 

미팅을 마치고 나온 날부터 현재까지 나의 SNS 메신저 소개 글에는 ‘자력갱생(自力更生)’이 적혀 있다. 일과 환경에는 항상 기복이 있지만 무조건 끝까지 나쁘기만 한 일도, 기쁘고 좋기만 한 일도 없으니, 자신을 갈고닦아 현실에 임하며 생존해야 하다는 진리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나는 우리 화장품 회사에 더 이상 가수금을 넣지 않고,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자고 임원들에게 제안했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위해 우리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구분했고, 잘하는 것에 더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큰 회사가 되거나, 시장에 한 획을 긋는 성과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니지만 어려운 시장에서 잘 버텨냈고, 함께 생존해준 직원들에게 성과금을 지불할 만큼은 운영되고 있다. 그게 바로 자력갱생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두가 회사는 스케일업을 해야 한다 믿으며, 성장하지 못하면 죽는다는 각오로 투자를 유치해 경쟁사를 이기기 위해 자금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 순환고리에 들어가면 투자 유치 성패가 기업의 생존 여부를 가르게 되어, 창업자의 의지를 벗어난 길을 가게 된다.

 

우리는 과연 ‘자력갱생’할 수 있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면 뉴스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