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인] 펜트업 현상에 부응한 파리 패션위크

발행 2022년 11월 01일

어패럴뉴스기자 , appnews@apparelnews.co.kr

이혜인의 ‘유럽서 전하는 패션 이야기’

 

트라노이쇼장 전경 / 사진=서울시

 

펜트업 효과란 억눌렸던 소비가 급속도로 살아나는 현상을 말한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억제되었던 심리가 영향력이 덜 미치는 방향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펜트업’의 원래 뜻은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도록 막거나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코로나의 장기화로 인한 사회 구조와 소비자의 변화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소비 활성화의 흐름을 견인하고 있다.

 

엔데믹이 가시화되면서 유럽은 코로나 이전의 모습을 완전히 회복한 분위기다. 패션위크를 비롯해 다양한 전시회가 연이어 개최되고 있는 파리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는 바이어와 여행자들이 다시 돌아왔다. 지난 3월에 이어 파리 패션위크 기간에 함께 진행하는 트레이드쇼인 트라노이(Tranoi)를 참관했다. 이번 2023 S/S 트라노이 쇼는 지난 시즌보다 참여 업체가 60여 개 늘어난 170여 개로 전시장 2층까지 확장된 공간으로 바이어들을 맞았다. 170여 업체 중 84%가 해외 기업으로 30%는 정부와 민간 기관의 지원 아래 참여해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었다.

 

트라노이 측에 의하면 지난 시즌 전시회에서 개선할 점과 바이어들의 요구, 취향 등을 사전 조사 후 적극 반영하여 전시장을 큐레이션, 구성했다고 한다. 그 결과 엔데믹에 억눌렸던 요즘 소비자의 심리를 반영, 21개의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로 구성된 리조트룩 전문관을 신설하고, 이국적인 분위기와 수공예 감각의 제품들로 주목을 끈 아프리칸 디자이너 15개 브랜드를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리조트룩 전문관과 아프리칸 트라노이 부스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에 대한 기대와 힐링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아프리칸 트라노이관 / 사진=이혜인

 

지난 시즌에 이어 전시장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 서울 패션위크의 트라노이관은 서울시와 트라노이 간 협약을 통해 전략적으로 진행 중이다. 파리와 서울의 패션위크 기간에 트레이드 쇼를 통해 올해 500만 불 수주를 목표했던 서울시는 2022년 상반기 298만 불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트라노이 전시장의 서울 패션위크 부스는 9개 디자이너 브랜드의 내년 춘하 신상품들을 전시, 수주의 기회를 가졌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우리나라 디자이너 대부분이 지속 가능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특징이다. 전시장을 방문하지 못한 바이어들을 위해 트라노이 라이브 스트리밍쇼를 통해 서울 패션위크와 함께한 디자이너들의 새로운 컬렉션 제품과 그들의 성장 과정 등을 송출하기도 했다. 이제 온오프라인을 함께 고려해 진행하는 하이브리드 전시회는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올 3월 브롱니아르 궁에서 관계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던 서울 패션위크의 트라노이 패션쇼는 궁 밖으로 나와 두 번째 쇼를 진행했다. 브롱니아르 궁의 계단에서 쇼를 펼쳐 일반 대중들과도 함께 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환경 보호를 이야기한 라이, 구조적인 미학이 돋보인 쿠만, 마그넷 피싱을 테마로 업사이클링 패션을 추구하는 얼킨이 무대에 섰다.

 

2023 S/S 트라노이 서울 패션위크 디자이너 패션쇼 '얼킨'  / 사진=서울시

 

특히 얼킨은 낚시 조끼로 제작한 원피스, 이수 건설과 콜라보레이션한 업사이클링 백으로 주목받았다. 건설 현장에서 사용 후 버려지는 폐건축 자재 중 하나인 수직 보호망으로 가방을 제작하여 폐자재의 새로운 가치를 발굴했다.

 

서울 패션위크 부스 옆에는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GFCS)가 비건 타이거 등 6개 디자이너 브랜드의 전시를 지원하며 트라노이 쇼에 첫 참가했다. 비슷한 시기에 파리 한국문화원에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이 주최하는 패션 전문 쇼룸인 '더 셀렉츠(The Selects)'가 열렸고, 팔레 드 도쿄에서는 EENK의 단독 패션쇼가 진행됐다. 국내 패션 디자이너들이 파리 패션위크에서 다양한 경로로 글로벌 마켓의 문을 두드렸다.

 

글로벌 경기 악화, 금리 상승 등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어 전반적인 시장의 성장 둔화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조건 지갑을 닫기보다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것에는 과감히 돈을 쓰는 펜트업의 와중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비즈니스의 기회는 소비자들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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