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삼] 업그레이드 구독경제, 성공의 조건

발행 2021년 08월 24일

어패럴뉴스기자 , appnews@apparelnews.co.kr

최낙삼의 ‘포스트 리테일’

 

질레트 면도기, 네스프레소 커피머신과 캡슐

 

‘질레트 모델’ 혹은 면도기-면도날 모델(Razor-Razorblade Model)이란 수익모델이 있다. 1904년 창업한 질레트가 고안해낸 모델로 크라운코르크사의 세일즈맨으로 일했던 킹 캠프 질레트(King Camp Gillette)가 당시 유행하던 음료수의 한번 쓰고 버리는 병뚜껑을 보고 영감을 받아 한번 쓰고 버리는 면도날을 생각해 만들어 낸 것이다. 반복적으로 구매되는 보완재인 면도날을 고가에 판매하기 위해 기본제품인 면도기는 저가나 혹은 무료로 판매하는 사업 모델이다.

 

지난 7월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세대들을 위해 삼성전자는 새로운 가전제품 ‘비스포크 큐커'를 출시했다. '비스포크 큐커’는 전자레인지·그릴·에어프라이어·토스터 기능을 합쳐 네 가지 요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조리기기다.

 

삼성전자는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이를 런칭하는 자리에서 새로운 구독모델도 선보였다. 바로 자사카드 고객을 상대로 한 ‘마이큐커플랜’이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24개월 동안 월 약정금액인 39,000원을 내고, 삼성과 협업을 맺은 국내 대표 밀키트 업체 8개사 사이트에서 식품을 구매하면, ‘기기 값이 공짜’인 가전 서비스다. 요리 잘하는 2명의 남성 연예인들이 함께 한 1시간 남짓한 방송은 49만에 가까운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시청자 수, 판매량 모두 신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기기 값 공짜'라는 파격을 내세운 삼성전자는 겉으로는 다목적 조리기기를 판매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질레트 모델과 구독경제를 접목한 '가전의 서비스화(Electronics as a Service)' 전략을 내세웠다.

 

질레트가 면도기를 공짜로 주면서 면도날에서 이익을 챙기는 것이나, 네스프레소가 커피기계를 저렴하게 팔면서 캡슐커피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 닌텐도나 소니가 게임 콘솔을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게임팩을 팔아 수익을 창출하는 것과 비슷하다.

 

삼성의 새로운 서비스는 가전 시장의 수익창출에 대한 ‘틀의 전환’을 예상하게 한다. 마이큐커플랜 사용자들이 제휴를 맺은 파트너사들을 통해 구매하는 금액에서 취할 수 있는 판매 수수료와 이들이 구매 활동을 통해 남기는 데이터를 통해 이를 가공하거나 다른 기업에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이 서비스 자체를 자사의 다른 주방가전에 적용함으로써 사업모델의 확장과 수익창출의 방법을 다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질레트 모델에 기반하고 있지만 거기에는 구독경제가 더해져 있다. 마치 미국 내 혁신 기술 제품 전문 매장인 베타(b8ta)스토어와 같이 상품이 아닌 데이터를 취득하여 이를 활용하거나 판매할 수도 있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질레트 모델만으로 성공을 이어오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주목을 받은 기업들은 있지만 지금까지 이 모델만으로 지속가능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심지어 질레트조차 2011년 런칭된 쉐이브 클럽(한 달에 1달러만 내면 면도날을 보내주는 구독 서비스)에 한시적 위협을 느꼈던 일이 있었다.

 

이러한 서비스를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중요 요소들이 있을까.

 

우선 구독해야 하는 것에 대한 지속적인 요구가 발생되어야 한다. 계속 수염이 자라거나 계속 인쇄할 것이 생겨야 하는 것과 같다. 둘째, 발생한 요구를 해결하는 솔루션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가 적합해야 한다. 질레트가 끊임없이 3중날과 5중날을 개발했던 이유와 같다. 셋째, 해당 솔루션 하나를 생산하는데 투여되는 비용은 낮을수록 좋다. 닌텐도 PS4의 타이틀 게임 구입 비용 대비 한계비용이 턱없이 낮은 것과 같다. 스스로 그렇게 만들 수 없다면 낮게 만들 수 있는 기업과 제휴는 필수적이다. 넷째로 요구 해결이 어려운 과정이 아닌 놀이와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여러 패션 구독경제 모델이 실패했던 이유를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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