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삼] 사람 목숨을 걸고 내달리는 ‘배달 경쟁’을 당장 멈춰라

발행 2021년 10월 01일

어패럴뉴스기자 , webmaster@apparelnews.co.kr

최낙삼의 ‘포스트 리테일’

 

출처=게티이미지

 

지난 8월 26일 오전 11시 30분쯤 내가 일하는 사무실 앞 선릉역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가 23톤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물차 운전자는 운전석의 위치가 높아 바로 앞에 정차해있던 배달기사를 발견하지 못하고 신호가 바뀌자 바로 액셀을 밟았다가 사고를 냈다. 과거 강남에서 직장생활을 했다고 알려진 배달 운전자는 코로나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5개월 전부터 배민 라이더로 일을 해 오다 변을 당했다.

 

3일이 지난 8월 29일, 같은 선릉역에서 또 사고가 났다. 오토바이 두 대가 교차로에서 서로 부딪히는 사고였다. 배달 운전자가 몰던 오토바이가 선릉역 교차로에서 선정릉역 방향으로 우회전하다, 직진하던 다른 오토바이 운전자와 충돌했다. 배달 운전자는 다행히 손목 골절상만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3일이 지난 9월 2일에는, 오전 12시 30분쯤 금천구 오거리에서도 배달 운전자가 배달 중 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갓 서른을 넘긴, 이제 결혼 2년 차의 배달 운전자는 야간시간을 이용해 넘치는 쓰레기를 수거하다, 유턴을 할 수 없는 곳에서 불법 유턴을 하던 쓰레기 수거 차량과 부딪쳐 그대로 사망했다.

 

일주일 사이 기사를 통해 보도된 배달 운전자들의 사고만 3건. 다른 배달 운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사망한 라이더가 우리의 모습이다", "가슴이 먹먹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그 라이더가 바로 내가 될 수도 있다"며 안타까워했지만 사고는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본인이 걸어가서 사는 것도, 가서 먹는 것도 귀찮고, 돈을 내고 주문을 했는데 여러 건을 배달하는 것도 싫다며 ‘단건 배달’만을 요구하는 수요가 늘면서 배달 오토바이 교통사고는 급증하는 추세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이륜차 사고 건수는 2016년 1만3076건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2만3673건으로 39.8%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사상자도 1만6201명에서 2만4112명으로 늘었다. 최근 배달 주문량이 급격히 늘어 올해 사고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배달 전문(유상운송) 이륜차는 1대 당 1년에 2회 이상 교통사고가 발생하며, 이는 택시 등 영업용 자동차 사고율의 7배, 개인용 이륜차 사고율보다는 15배 이상 높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같은 사실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단지 ‘배달 수요가 는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한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던 기업들까지 '퀵커머스'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런칭하기 위해 M&A까지 감행하고 있다. 음식에서 세탁물, 패션 분야까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나는 이 배달 경쟁이, 음식 하나를 시키면서 돈을 흔들며, 신호쯤은 알아서 하고 생명을 걸고서라도 빨리 오라고 요구하는 ‘포악한 갑질’처럼 느껴진다. 기업들은 연일 ESG를 말하지만, 진정으로 ESG를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일을 하면 안 되는지, ESG에 맞지 않는 사업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사실은 잊은 채 여전히 수익창출에만 몰두해 있다.

 

근로를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고 이 권리는 누구에게나 마땅히 있다. 배달 운전자도 당연히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다. 이들에게 주어진 마땅한 권리가 돈과의 경쟁에 의해 박탈당하고, 목숨을 걸고 곡예 하듯 오토바이에 오르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업들이 퀵커머스 사업을 더욱 확장하고, 소비자들은 물질이 주는 편리함과 이기주의를 쉼 없이 추구한다면, 앞으로도 우리가 먹는 점심 한 그릇에 사람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배달 속도 경쟁을 멈춰야 한다. ‘단건 배달’을 해서, 소비자들은 주문한 음식을 빠르게 받고, 운전자도 수입이 늘어 모두가 ‘윈윈’하는 양 홍보하지만, 운전자는 목표 달성을 위해 목숨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현대인은 모두 서비스 공급자와 서비스 소비자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복잡해진 세상에서 하루에도 수차례 입장이 바뀌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때 기억해야 하는 것이 성서의 ‘황금률’이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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