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 기술은 ‘고객 눈높이’에 맞춰질 때 세상과 만난다

발행 2021년 07월 06일

어패럴뉴스기자 , appnews@apparelnews.co.kr

박현준의 ‘스타트업의 세계’

 

빅데이터를 분석해 상품과 이용자를 취향 기반으로 연결해주는 ‘AI 개인화 추천 서비스’ / 출처=에이블리

 

최근 학교 내 창업으로 설립된 젊은 스타트업 대표를 만났다. 회사로 보내온 IR 요청메일의 내용이 워낙 패기 있는 데다, 자료가 잘 정돈되어 있어 미팅이 결정됐다. 


이 회사는 사용자들이 자신의 정보 및 소유한 옷들을 플랫폼에 올리면, 인플루언서(혹은 셀럽)들이 그 옷들과 플랫폼에 등록된 제품들을 믹스매치해 스타일링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창업자는 미국의 스티치픽스(Stitch Fix)와 같은 기업이 되고 싶다고 했다. 


사실 AI의 이미지 인식 솔루션을 활용해 스타일 산업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아직 의류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AI 그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인 스타트업은 우리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다. 


물론 무신사를 비롯해 지그재그, 에이블리, 그 외 무수히 많은 패션 관련 스타트업들, 그리고 수많은 명품 관련 스타트업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은 의류 커머스 스타트업이 확장되면서 AI 모델링을 그들의 커머스 사업을 강화하는데 활용하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미국의 스티치픽스와 같이, AI 추천 알고리즘을 중심으로 성장해 커머스로 확장된 스타트업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결국 사업 영역이라는 것은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서 확장될 것이고 중복될 수 있기에 출발점이 어디냐는 어떻게 보면,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직관적으로도 쉽게 이해되는 AI의 비전 인식 기술을 활용한 스타일산업(특히 의류)으로의 진출 시도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전부터 가끔씩 혼자서 가져왔던 의문이었는데, 최근 타 분야 기술 스타트업 대표와의 정례미팅에서 그 실마리를 보게 되었다. 


이 회사는 비접촉 키오스크를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해당 분야에서는 8년 차 기업으로 오랫동안 연구 개발을 해 왔고, 작년 팬데믹 발발 이후 ‘오염을 통한 전염’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이 높아지자, 비접촉식 키오스크를 시장에 내놓으면 빠르게 침투할 것이라는 구상 하에 바쁘게 고객들을 만나왔던 차였다. 


그런데 이 회사 대표의 이야기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는 “고객들은 2~3cm 크기의 버튼을 잘 선택하고 작동시킬 수 있는 비접촉식 키오스크를 바라는 게 아니라, 1cm 크기의 버튼도 작동시킬 수 있는, 터치패널 수준의, 비접촉식 키오스크를 요구한다. 그래서 그 눈높이를 충족하는 기술 수준까지 개발한 후에 마케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말은, 고객은 이전 터치패널의 경험을 새로운 기기인 비접촉식 키오스크에도 똑같이 요구할 것이므로,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아예 시장 진입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결론이었다. 


의류 분야의 AI 적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아직까지는 AI가 ‘직접 매장에 가서 제품을 살펴보고 매장 직원에게 어울리는 제품을 추천받거나, 센스 만점인 친구에게 추천받는 경험들과 동등한 수준의 소비자 만족도를 주지 못한 것’이다. 


물론 필자가 현재 존재하는 의류 관련 AI 적용 스타트업들과 그 기술 수준을 모두 다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그러한 기술이나 기업이 존재하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늘 ‘고객 중심’이라는 말을 달고 산다.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투자자 역시 마찬가지로 늘 고객에게 해당 서비스나 제품이 필요할지, 먹힐지, 그들의 불편함을 해결해줄지 등등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하지만, 고객 중심이라고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자신의 눈높이’로 고객을 설정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끊임없는 경계가 필요하다. 고객의 눈높이는 스타트업 창업자, 그리고 투자자의 눈높이보다 언제나 위에 있을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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