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 성적표 검사

발행 2022년 0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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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의 ‘스타트업의 세계’

 

오늘은 의류 업종 기업들의 작년 성적표에 대한 소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무신사의 실적은 여전히 돋보인다. 공시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2500억에 달하는 이익잉여금을 기록 중이며, 그 대부분을 1900억에 달하는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매출액 4667억(+40%yoy)에 영업이익 541억으로 영업이익률은 12% 정도인데, 이미 2019년 493억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3년간 외형 성장세는 견고하지만, 수익성 개선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점이 옥의 티인 것 같다. 물론 작년에 스타일쉐어/29CM의 인수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여전히 관련 업종 실적 사슬의 최상단에 위치한 포식자인 것은 분명하다.

 

올해 성적표 검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기업은 비케이브(구 배럴즈)이다. ‘커버낫’ 등 성공적인 브랜드들을 보유한 회사로 일찌감치 주목받아 온 회사지만, 2020년까지만 해도 매출 성장세에 비해 이익률 개선은 다소 느렸다. 하지만 2021년에는 전년 대비 2배 가까운 매출 성장세(1596억)와 293억의 영업이익(+86%yoy)을 기록하며 인상적인 이익률 개선을 보여주었다. 비케이브가 1600억의 매출을 달성하는데 투하한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는 약 60억에 불과했다.

 

반면, 무신사와 같이 의류 커머스 플랫폼을 지향하는 브랜디의 성적표는 아쉽다. 매출은 1382억으로 전년 대비 60%의 성장세를 보여주었지만, 판관비는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해 영업 손실이 594억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났다. 비용은 여러 부분에서 증가했지만 특히 전년 대비 두배 가까이 늘어난 판매촉진비와 200억 이상 증가한 급여 부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작년 브랜디가 외부 투자 유치로 확보한 자금의 60% 가까이를 마케팅과 고급 인력 확보에 집중시켰다는 것을 보여주는 성적표이기에,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비용 통제’라는 숙제를 남긴 성적표임에는 분명하다.

 

이렇게 비상장 기업들을 살펴본 후, 상장 시장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우선 상장 의류 업종시장의 최상위는 작년에도 F&F가 차지했다. 2021년 매출이 1조891억에 영업이익 3226억으로 거의 30%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였다. F&F가 1조891억의 매출을 올리는데 쓴 광고선전비는 403억에 불과하다. 참고로 5월 10일 현재 F&F의 시가총액은 4조7692억원이다.

 

전통의 의류 브랜드 강자인 한섬은 지난해 1조3848억원의 매출과 1596억의 영업이익(+52%yoy)를 기록하였다. F&F의 압도적인 영업이익률에는 못 미치는 것이 분명하지만, 이익률 개선이 인상적이며, 5월 10일 현재 시가총액은 9113억원이다. 한섬의 광고선전비 역시 347억 정도로, 매출 대비 광고선전비는 F&F보다 더 낫지만, 현대백화점이라는 강력한 모회사를 가지고 있는 프리미엄 효과를 감안한다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코로나 이후 골프 붐에 가장 잘 편승한 의류 상장 기업은 크리스에프앤씨로 보인다. 지난해 매출은 3760억(+30%yoy), 영업이익 874억(+78%yoy)을 기록했다. 광고선전비+판매촉진비는 163억원으로 2020년 161억원 대비 거의 늘지 않았다. 크리스에프앤씨의 5월 10일 현재 시가총액은 5천억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의 작년 성적표들을 종합해 브랜드 회사들과 커머스 플랫폼 회사로 구분해 본다면, 상대적으로 저평가였던 브랜드 회사들의 반격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상장기업과 비상장 기업으로 구분하면, 상대적으로 비상장 스타트업들이 고평가되었다는, 최근 들어 한층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주장이 여기에서도 반복될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분명히 생각해볼 점은, 비상장 스타트업의 마케팅비에 관한 것이다. 브랜디에서 범위를 넓혀보면,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 등과 같은 명품 커머스 플랫폼 회사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투자를 받은 대부분의 현금을 마케팅비와 인력 확보에 집중시켜서 미래 성장을 유도하는 성장 공식이 늘 작동하는가?’라는 질문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성장 공식이 작동하는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가 있고, 작동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가 있을 것이다. 이는 경영자의 선택이고 어떤 회사를 선택하는가는 투자자의 몫이지만, 시기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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