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 우리 회사가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

발행 2022년 11월 01일

어패럴뉴스기자 , appnews@apparelnews.co.kr

박현준의 ‘스타트업의 세계’

 

사진=게티이미지

 

20년 이상 투자업에 종사하면서 일관되게 느껴온 것 중 하나가, 하락은 예상한 속도보다 늘 빠르다는 것이다. 이번 하락장도 예외 없이 정말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경기의 위축 속도, 자산가격의 하락 속도, 그리고 투자심리의 위축 속도까지.

 

스타트업 및 벤처회사들 역시 온몸으로 하락을 체감하고 있다. 투자시장 위축 기사가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투자집행액이 전년 대비 얼마가 급락했다는 소식들이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게다가 해외, 특히 미국이나 유럽 언론에서는 다운라운드(Down Round: 투자가치를 낮춰 펀딩을 받는 것) 기사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운라운드 투자유치가 올 하반기부터 나타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경영을 해야 한다는 식상한 이야기를 다시 하려 한다. 작년까지 지속되었던 활황기의 대규모 투자유치 소비재(브랜드) 스타트업들의 일반적인 투자 직후 행동 패턴은 고급인력 확보와 마케팅 투자의 두가지 영역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투자성과가 나타나는 속도는 시차가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나 중장기적으로나 ‘매출성장’이라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당연한 수순으로 해석되었고, 경쟁적으로 두 가지 영역 투자에 집중하다 보니, 인력의 급여 상승과 마케팅 효율의 지속적인 체감이라는 부작용도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위의 두 가지 영역, 고급인력과 마케팅에 전처럼 돈을 넣지 못하게 된다고 가정해보자.

 

고급인력은 아마 ‘쿨하게’ 다시 떠나갈 것이다. 냉정한 현실이지만, 떠나가는 고급인력의 미래 이력서에 우리 회사가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 그 의미는 적어도 미래의 우리 회사가 이력서 경력으로 인용할 만한 알려진 회사로 생존해 있다는 뜻이 된다.

 

문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우리 회사다. 고급인력의 이탈로 곧바로 가시화되는 손실, 그것은 프로그램 개발 능력일 수도, 기획력일 수도, 영업력일 수도 있지만, 그 손실을 최소화하고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여유’가 회사에 존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인력이 이직하면서 그만큼의 회사자산이 상실되는 것이다.

 

고급인력이 이직했는데 전혀 충격이나 손실이 없다면? 그건 애초에 잘못된 인사를 했다는 뜻밖에 안 된다.

 

마케팅은 더 문제다. 마케팅이 줄어들면 매출도 일정 부분 위축을 피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그 하락비율은 완만해야 한다. 마케팅과 매출이 같은 비율로 오르내린다면, 그것은 그동안의 매출이 마케팅에 의존한 ‘사상누각’임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단단하게 소비자의 신뢰 위에 쌓아 올린 매출과 그렇지 않은 매출이 뚜렷하게 구분되기 시작할 것이다. 결국 마케팅비의 축소는 우리 회사의 매출이 진짜인지 거품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미경이 될 것이다.

 

주식투자 현장에서 자주 거론되는 경구가 있다. ‘수영장의 물이 빠지면 누가 바지를 안 입고 있는지 알게 된다’. 지금의 시장 상황이 바로 그렇다. 풍부한 유동성이라는 수영장의 물이 빠르게 빠지고 있다.

 

늘 그렇듯 불난 집 구경에 내심 신이 나는 심리도 있겠지만, 자신부터 챙겨야 할 것이다. 바지를 잘 입고 있다 여겼는데, 물에 빠지고 보니 애초에 바지가 없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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