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 ‘타이밍’이 될 때까지 살아남기

발행 2024년 01월 11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박현준의 ‘스타트업의 세계’

 

 

우리나라 관련 법령의 기준에서는, 보통 스타트업을 '창업기업'이라고 하고 '설립된 지 7년 이내'의 기업을 이야기한다. 그중에서도 '설립된 지 3년 이내'의 기업을 별도로 '초기창업기업'이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내가 지난 연말 투자를 집행한 11년 된 기업은 여전히 성장국면에 있고, 시리즈 A 정도의 낮은 기업 가치를 받고 있기에 '스타트업'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오래된 기업이기에 스타트업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하다. (단순하게 '설립 연차'를 기준으로 스타트업을 분류하는 현 기준의 한계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의 기사에서 자세히 다뤄보겠지만, 오늘은 주제가 아니니 이 정도로 줄인다.)

 

이번 투자가 특별했던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2014년 이미 엔젤투자를 했던 기업이었고, 9년 만에 소위 '후속(Follow On) 투자'를 한 것인데, 일반적인 후속 투자는 짧으면 1~2년, 길어도 2~3년의 인터벌을 가진다.

 

내가 후속 투자한 기업은 순수한 기술 스타트업이다. 11년간 한 우물만 파면서 해당 분야에서의 IP(지적재산권)는 매우 공고해졌고, 등록 특허 수가 100개에 육박하고 출원 특허 수까지 합치면 300개 가까운 특허 포트폴리오를 갖춘 우수한 기술기업이다.

 

그렇지만, 사업화는 여전히 기반이 약했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최종 적용처(application)을 찾는 시도들이 진행됐고, 그중 몇몇 시도는 사업화로 이어져 B2B 기업 두세 곳과 매출을 막 발생시켰거나 발생이 임박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매출의 증가속도는 더디기 짝이 없고, 안정성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이 높은, 아직 걸음마 단계의 기업이다.

 

순수기술 스타트업에서 소위 Killer application(매출을 낼 수 있는 적용처)을 찾아내는 것은 시행착오가 반복되는 어려운 과정이다. 해당 기술이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혁신기술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수차례에서 수십 차례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고, 그중 대다수는 찾아내기 전에 시장에서 사라지곤 한다.

 

스타트업 투자와 관련해 유명 영상 중 하나인 빌 그로스(Bill Gross)의 ‘The single biggest reason why startups succeed?’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성공 요인은 아이디어, 팀(창업자), 사업모델, 자금조달, 타이밍 등 5개로 요약된다. 200개 스타트업의 성공과 실패사례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요인을 찾아봤더니, 타이밍-팀(창업자)-아이디어-사업모델-자금조달 순서로 나왔다고 한다.

 

스타트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성공요소이지만, 동시에 가장 사람의 노력으로 획득하기 어려운 요소가 결국 타이밍이다. 다른 4가지와 달리, '타이밍'은 다분히 '운'의 영역에 한발 걸쳐 있는 요소다.

 

다시 2023년 마지막 투자로 돌아가 보자. 해당 스타트업은 설립한 지 11년이나 되었는데도 아직도 생존해 있다. 단순히 생존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간 동안 끊임없이 기술고도화를 진행해왔고, 한 명의 인력 이탈 없이 팀을 유지해왔다.

 

이러한 기업이 이번 5번째 적용처이자, 첫 B2C 사업으로 어플리케이션을 내놓으려 한다. 이번 시도가 마지막이 되기를 투자자로서는 간절히 바라지만, 11년을 생존해왔기에 이렇게 적용처를 찾으려는 시도도 반복해서 할 수 있는 것이다.

 

2024년은 스타트업의 투자 환경이 개선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다. 허리띠를 가능한 한 졸라매고, 시도를 멈추지 않으며 타이밍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다. 새해 모든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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