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규] 중소 패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품 피해

발행 2022년 05월 20일

조은혜기자 , ceh@apparelnews.co.kr

이재규의 ‘진품가품의 세계’

 

나이키 에어 조단과 아디다스 가품이 뒷골목 시장에서 잘 모르는 관광객들에게 팔리고 있다. / 출처=게티이미지

 

가품 문제는 럭셔리, 프리미엄 브랜드(소위, 명품)보다, 오히려 중소기업 브랜드에게 더 치명적일 수 있다. 명품의 경우는, 소비자가 가품인 것을 이미 알고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구매한 제품의 품질이 열악하더라도, 해당 명품 브랜드 자체의 이미지가 훼손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가품 구매자로 하여금 “다음엔 돈 모아서 꼭 정품사야지” 하는 마음까지 들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 브랜드는 정품인지 가품인지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다. 즉, 정품인 줄 알고 가품을 사거나, 심지어는 가품을 끝까지 정품으로 오해하고 쓰기도 한다. 이럴 때 제품의 품질이 열악하다면, 그 중소기업 브랜드의 이미지는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대기업의 경우, 광고나 마케팅을 통한 회복력이 있고, 다양한 포트폴리오에서 한두 개의 라인 업이 망가지는 문제일 수 있지만, 온라인 중심 중소기업 브랜드의 경우, 한번 온라인에서 평판이 훼손되면 회복이 어렵고, 이는 기업의 생사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가령, 한번 특정 브랜드의 트렌치코트 가품이 정가보다 30% 싼 가격으로 대량 팔려버리면 이후에는 절대 정상적으로 팔기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이를 신속히 탐지하고 조치하는 것이 중소기업 브랜드로서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연 매출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 시장에서의 수요가 확인되고 인지도가 어느 정도 확보되면, 위조 상품이 출현하기 시작한다. 매출 규모가 더욱 커지고 위조 상품 관리를 전혀 하지 않게 되면, 상황은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소비자들은 정품 구매를 주저하게 되고, 브랜드 이미지는 하락한다. 도대체, 잘 알려지지도 않은 중소기업 제품을 뭐하러 굳이 카피를 할까하는 의구심도 있겠지만, 카피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신상품 개발과 기획에 들어가는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이유로 카피를 하기도 한다.

 

패션 브랜드를 예로 들 때, 일반적으로 연 매출 규모가 100억 원을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한국만이 아니라 중국, 동남아에서도 인지도를 확보하기 시작한다. 특히 한류로 유명한 한국의 연예인들이 입거나 사용하는 제품들이 홍보가 용이하여, 가장 빠른 가품 대상이 된다. 이렇게 해서 등장한 가품은 초기에는 조잡하거나 비슷한 스타일의 상품에 상표를 부착하는 방식이었다가, 가품 판매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정품을 데드 카피하는 제품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위조 상품은 주로 중국에서 제조되고, 중국에 거점을 둔 온라인 세일즈 플랫폼(알리, 타오바오, 1688등)을 통해 판매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위와 같은 중국 플랫폼에 게시된 상품들이 국내 플랫폼에 그대로 노출되고, 해외직구의 형태로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판매된다. 이제는 국내가 아닌 중국 등 해외에서만 위조 상품이 판매된다고 해서, 절대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중소 브랜드 군에 속하는 제품이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서 대거 가품으로 도배되면, 소비자들은 정품과 가품을 판별할 수 없어서 구매를 주저하게 되고, 브랜드 신뢰도와 정품 매출은 급격히 하락한다.

 

브랜드 사가 다행히 국내에 상표권을 갖고 있는 경우, 상표권 위반으로 판매자를 고소할 수 있고, 세관조치를 통해 위조 상품의 수입과 통관을 제지할 수 있다. 그러나 제조사인 중국회사는, 단속 조치가 내려진 한국을 포기하고, 동남아, 일본 등으로 판로를 변경할 수 있다. 한류 영향으로 한국 브랜드와 상품에 대한 인지도와 인기가 높아서 이러한 상품들은 대부분 잘 팔린다. 그런데, 동남아, 일본 등에서는 저명 브랜드가 아닌 한 중국에서 들어오는 그 위조 상품을 대개 정품으로 취급한다.

 

더구나, 중소기업은 이러한 문제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해외 진출을 추진하려다가 이미 타겟 시장이 가품으로 도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진출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브랜드 런칭 단계에서 미리 ‘가품’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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