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쿠팡과 파페치, 그리고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발행 2023년 12월 27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김재환의 ‘명품의 탄생’

 

김범수 쿠팡 의장

 

나는 아재라서 그런지 아재 개그를 은근히 좋아한다. 아재 개그는 처음 들었을 때는 웃기지도 않는 말장난이라고 생각하지만, 지속적으로 듣게 되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짓게 하는 것이 매력이다. 가까운 친구 중에 음료를 주문할 때 항상 “난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외치는 녀석이 있다. 처음 그 말을 듣고는 어이없는 모순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어색하지만, 참신하게 느껴지는 사건을 접할 때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최근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은 기사를 접했는데 그것은 바로 ‘쿠팡의 파페치 인수’다.

 

개인적으로는 파페치 런칭 초기부터 파페치의 세계관을 리스펙하고 있다. 그것은 각국의 수입 편집매장(브랜드 본사가 직영하지 않는 매장)에서 발주한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판매한 후, 사이즈나 스타일상의 문제로 남은 재고를 다른 나라의 고객에게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즉 “한국의 편집숍 재고를 슬로바키아 혹은 멕시코시티의 고객에게 판매하자!”라는 아주 멋진(?) 슬로건이었다. 초기에는 한국고객은 한국매장의 상품을 주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구○ 상품이 DHL이 아니라 일양택배를 통해 빠르게 배송되는 것을 보면 초기의 세계관이 약간 변하기는 했지만, 명품(컨템포러리 포함) 해외 직구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이 바뀐 것은 아니다.

 

22년 3분기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잘나가는 쿠팡이 왜 파페치를 인수했는지는 유통업의 기본공식 ‘객수 × 객단가 = 매출’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된다. 쿠팡은 이미 전 국민이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가입자 수를 가지고 있어, 국내 고객만으로는 객수 증가의 한계를 보인다. 또 생활용품의 높은 매출 구성비는 쿠팡의 성공 요인이기도 하지만, 객단가 확대를 모색하기 어려운 원인이기도 하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시도했던 일본, 대만 등의 해외 진출과 패션 및 뷰티 상품 직매입 확대는 객수와 객단가를 높이기 위한 미래 성장전략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쿠팡의 파페치 인수’는 아픈 손가락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처럼 사업적으로 완벽한 쿠팡의 파페치 인수를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도 다른 파페치와 쿠팡이 과연 하나가 되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파페치는 공급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며 성장한 플랫폼이다. 공급자가 상품을 업로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상품 고유 코드 번호뿐이다. 대부분 상품의 사진을 파페치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진 촬영의 비용과 번거로움이 없으며, 주문이 들어오면 DHL 시스템과 연동되어 있어, 상품을 수거하기 위해 DHL 기사가 방문한다.

 

반면 쿠팡은 고객 만족을 위해 로켓 및 무료 배송, 최저가, 자유로운 반품 등 수익을 포기하는 ‘트래픽 사업’으로 가입자 수를 높이며, 지금과 같은 성장을 이루었다고 평가받는다.

 

물론 성공한 플랫폼인 쿠팡과 파페치가 만나, 공급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만족을 제공하는 화학적인 결합에 성공한다면 역사에 남을 M&A가 될 것이다.

 

하지만 두 플랫폼을 모두 이용해 본 소비자로서, 쿠팡과 파페치에서 얻는 가치(Value Proposition)가 크게 달랐기에, 이 둘의 만남이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은 물리적 결합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걱정 역시 지우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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