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애 전무 “패션 친환경은 재고 줄이고 오래 입게 만드는 것에서 시작”
한경애 코오롱FnC CSO 전무

발행 2022년 09월 05일

오경천기자 , okc@apparelnews.co.kr

한경애 코오롱FnC CSO 전무 / 사진=김동희 기자

 

전 세계 연간 의류 생산량 1천억 벌

그중 30%는 빛도 못 보고 버려져

 

[어패럴뉴스 오경천 기자] 매년 전 세계에서는 1천억 벌에 달하는 의류가 만들어지고, 그중 30%가 소비자들을 만나보지도 못한 채 버려진다. 옷이 만들어지고, 또한 버려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전 산업계의 8%, 폐수량은 20%를 차지한다.

 

패션 산업의 친환경을 트렌드의 범주로 바라봐서는 안 되는 이유이고, 패션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인식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리사이클, 업사이클, 생분해 소재 등 환경 영향을 줄인 소재 개발이 늘고 있지만, 이 역시 추가 생산이라는 점에서 2차적인 해결책이다.

 

그에 앞서 연간 생산량의 수십 퍼센트에 달하는, 그동안 ‘상식’으로 여겨진 ‘재고’가 지구에 거대한 해악을 끼치는 쓰레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패션이 친환경을 완벽하게 실천하기는 불가능하다. 다만 몇몇 제품과 소재로 친환경을 달성한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명백히 ‘그린워싱’이다. 그보다 노력의 과정을 정책화하고, 소비자들이 그러한 변화에 동참하도록 만드는 진정성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한경애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CSO(Chief Sustainable Officer) 전무는 지속가능성 패션의 프론티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경애 코오롱FnC CSO 전무 / 사진=김동희 기자

 

10년 전 업사이클 패션 래코드런칭

궁극의 제로 웨이스트시스템 구축 중

 

그는 10년 전 창고에 쌓인 값비싼 재고들을 보며, 그들의 운명을 바꾸기로 한다. 이는 2012년 업사이클 브랜드 ‘래코드’가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에피그램’, ‘코오롱스포츠’를 통해 리사이클 소재 활용부터 수선, 리폼 등 친환경 정책을 개척해 왔다.

 

최근에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새로운 방향으로 설정했다. 모노 머티리얼(단일 소재) 활용, 재고 또는 폐의류 상품의 활용 방안 등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상한 것이다.

 

한경애 전무는 “패션 기업이 친환경을 실천하는 첫걸음은 우선 재고를 줄이는 것이다. 다양한 지속가능 솔루션이 나오고 있지만,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대량생산에 의한 대량 재고, 그로 인한 쓰레기”라고 말했다.

 

그는 ‘에피그램’을 시작으로 4년 전 ‘코오롱스포츠’를 맡은 후, 가장 먼저 스타일 수를 줄이는 일에 착수했다. 불필요한 요소 제거다.

 

변화와 혁신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한 전무는 “어느 누가 간판 브랜드의 매출을 마이너스로 설정하고 싶겠나. 이를 감수해야 새로운 변화와 가치가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다. ‘코오롱스포츠’는 그 과정을 겪어냈고, 재고 축소는 물론 이익구조도 개선됐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성과 비즈니스의 이익은 흔히 상충 되는 개념으로 여겨진다. 한 전무의 지난 10년은 이를 감수한 시간이었다.

 

리사이클 소재 활용도 마찬가지다. 리사이클 소재를 사용하면서 생산원가는 올라갔지만, 가격은 올리지 않았다. 대신 비효율 제거를 통한 판매율 극대화를 위해 노력했다.

 

래코드 한남 아뜰리에 작업 현장 / 사진=김동희 기자

 

만들고 버려지는 모든 순환 과정 책임지는

확대된 개념의 리버스솔루션으로 진화

 

한 전무는 “최근에는 만드는 것에 대한 책임에서 만드는 자의 책임을 고민하고 있다. 친환경 제품 개발도 중요하지만, 고객들이 옷을 오래 입을 수 있도록 돕는 행위가 만드는 자의 진정한 책임”이라고 했다.

 

그러한 철학은 수선과 리폼, 중고 플랫폼 등으로 구현되어지는 중이다. ‘래코드’는 2016년부터 ‘리컬렉션’ 서비스에 이어 2019년 ‘박스 아뜰리에’ 운영을 통해 수선과 리폼 서비스를 추가했다. ‘코오롱스포츠’는 좋은 품질을 통한 ‘더 오래 입기’ 실현은 물론, 2018년 통합 서비스센터를 구축, 수선 리드 타임을 혁신적으로 단축시켰다.

 

최근에는 중고 거래 플랫폼(오엘오 릴레이 마켓) 사업도 시작했다. 자사 브랜드 제품을 중고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사이트다.

 

또 다른 행보로 단일 소재 활용도 확대한다. 원활한 재활용 순환 과정을 구축하고자 함이다. 올 하반기 ‘코오롱스포츠’의 안타티카 랩에서는 100% 모노 머티리얼로 작업한 제품들이 출시된다.

 

한 전무는 “리버스(Re;birth)의 개념을 더 크게 확대하고자 한다. 만들어서 버려지는 모든 순환 과정을 책임지는 솔루션을 설계하고 있다. 화섬과 혼용하지 않고 한 가지 자연 소재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면 순환 과정은 훨씬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래코드’를 통한 재고 또는 폐의류 상품의 활용 방안도 한 차원 진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통해 국내 패션 산업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나가고자 한다.

 

그는 “래코드를 보고 친환경 패션을 시작했다는 말을 들을 때 뿌듯하다. 더 많은 사람과 기업이 ‘친환경’이라는 공동의 가치에 참여한다면, 적어도 패션이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는 낙인은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프랑스 정부, “패션 산업, 재고를 통제하라”

올 1월 재고 소각 금지 법안 발효

지속가능 전환과 더불어 DX 부상

프랑스에서는 올 1월 1일 부로, 재고의 소각 처리를 금지하는 법률이 발효됐다. 시즌 오프 등을 마치고도 남겨지는 약 20억 유로(한화 2조6818억원)에 달하는 악성 재고의 소각 처리를 금지한 것이다.

 

이는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 환경 유해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근본적으로는 패션 기업들의 무분별한 생산 자체를 통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력하게 반영된 법률로 평가받는다.

 

연간 생산량의 최소 30%, 최대 절반 이상을 재고로 남기는 무책임한 대량 생산, 브랜드의 이미지를 지킨다는 미명 아래, 또 무책임하게 행해지는 소각 방식의 재고 처분에 철퇴를 내린 조치인 것이다.

 

이번 법안이 지난 2020년 12월 공표된 후 각 산업계는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중에서도 패션 의류 산업은 연간 소각되는 전체 재고의 약 40%를 차지하는 만큼, 하이엔드 업계를 포함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업사이클링, 수선, 중고 거래 등 각종 대안들이 등장했고, 소각할 필요 없이 완전 생분해되는 소재의 개발, 발굴에 대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버려지는 제품을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일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대안들은 어디까지나 사후의 대책이다. 발생한 재고를 처리하는 방식의 변화에 불과한 것이다. 글로벌 패션계는 이제 버려지는 재고의 양 자체를 줄이는 것, 즉 생산의 통제를 통해 쓰레기를 감축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SX(서스테이너블 전환), 즉 소재와 공정의 친환경 전환과 함께 DX(디지털 전환)가 그 방안으로 부상하는 움직임은 흥미롭다. 이는 데이터 과학에 기반한 상품 기획으로 재고에 대한 통제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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