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의 합종연횡, 그 다음은
박현준 젠티움파트너스 대표

발행 2021년 09월 13일

조은혜기자 , ceh@apparelnews.co.kr

출처=게티이미지

 

앞으로 의류 커머스 플랫폼 간의 합종연횡은 업계 후발주자들(특히 스타트업 및 창업기업들)로 그 무게중심이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다름이라는 소비자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의류 스타트업 주도의 브랜드 인수 및 투자와 협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는 의류 커머스 플랫폼 업계에서 활발한 합종연횡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무신사의 스타일쉐어·29CM 인수와 지그재그의 카카오그룹 합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전자의 경우 같은 영역에서의 횡적인 합병에 가깝다면, 후자는 플랫폼이라는 영역에서 종적인 연합에 가까운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인수합병의 최종 목표 지점은 동일하다. 바로 스타일(패션)에서의 ‘슈퍼 앱’이 되는 것이다.

 

이전의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무신사도, 지그재그(카카오)도 투자자들의 ‘빠른 성장’에 대한 강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무수히 많은 회사들이 공존하는 자유 경쟁 시장에서는 속도만큼이나 다양한 방향들도 존재하지만, 회사가 빠르게 성장할수록 그 시장을 과점할 가능성이 커지는 현재 같은 상황에서는 그 방향이 대부분 중복되게 마련이고, 어느 지점에서든 부딪치게 된다. 즉, 막대한 투자 자금을 받은 회사들은 그 투자금을 가지고 충분한 성장이예상되는 지점에 집중하기 마련인데, 그 영역이 ‘커머스’ 또는 ‘결제’ 등 소위 말해 ‘사이즈’가 나오는 시장으로 좁혀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 상반기부터 시작된 이러한 의류 커머스 플랫폼들의 활발한 ‘합종연횡’이 하반기에도, 나아가서는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의류산업에서 시기적으로 현 상황을 규정해보면, 모바일 커머스 플랫폼 기업들의 산업 주류로의 진입과 메인 플레이어로의 부상이 시작된 지 불과 5년이 채 되지 않은 대변화의 초입인 상황이다. 또 새로 부상한 세력들 대부분이 전형적인 대기업 또는 그룹으로부터의 출생이 아닌, 스타트업 및 벤처 기업들이다. 때문에 환경적 측면에서 활발한 합종연횡의 가능성은 여전히 충분하다.

 

물론, 무신사나 지그재그와 같이 해당 분야 대표 기업 간의 합종연횡은 회사들의 수 자체가 제한적이어서 조금 둔화될 수 있겠으나, 투자자들의 ‘빠른 성장’에 대한 니즈를 충족해야 하는 과제를 받은(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하반기에도 합종연횡은 활발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보여진다.

 

 

출처=다운타우너, 맵데이

 

패션/뷰티 유튜브 구독자, 조회 수 최다

패션 출신 F&B 창업자들 성공 사례 증가

다름을 추구하는 일상 소비재라는 공통점

 

그렇다면 과연 의류 산업에서의 활발한 연합이 커머스 또는 플랫폼 간의 합종연횡에 국한될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커머스 및 플랫폼 간의 합종연횡보다 더 활발하게 ‘브랜드’에 대한 제휴 및 인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요즘 의류 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두 가지의 흥미로운 현상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그 첫번째는 F&B(Food&Beverage) 창업계의 패션 분야 출신 창업가들의 선전이다. 노티드도넛(카페&도넛), 다운타우너(수제햄버거) 등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푸드 브랜드 6개의 운영사인 GFFG의 이준범 대표는 동대문 의류업체 출신이다. 이 회사의 중역들 역시 유니클로, 한세실업, 탑텐 등의 출신들이 다수다. 평소 F&B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한 번 쯤 들어보았을 이야기다.

 

또 최근 GS25 전국 매장에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한 ‘맵데이’의 창업자 안군 대표는 패션 인플루언서 출신이고, 성수동을 ‘서울의 브루클린’으로 변화시키는데 상당한 기여를 한 ‘카페 어니언’의 유주형 대표는 온라인 쇼핑몰 피피비스튜디오를 운영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로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국내 유투브 이용자들의 행태분석에서 보여지는 ‘패션 뷰티’ 카테고리의 특이점이다. 얼마 전 스타트업 시장분석자료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하나의 그래프가 유독 내 눈길을 끌었다.

 

해당 그래프는 국내 구독자 수 20만 이상의 유튜브 채널을 분석한 것이었는데, 카테고리별 평균 구독자 수와 채널별 평균 주간 조회수(구독자와 비구독자 구분없는 주간총 조회수)를 분석한 것이었다. 거의 모든 카테고리는 평균 구독자 수에 한참 못 미치는 평균 주간 조회 수를 보이고 있었다. 이는 구독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1주일에 한 번도 그 채널에 접속해 시청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카테고리별로는 거의 1:1에 가깝게 평균 주간 조회 수가 구독자 수에 가까운 영역도 있었고, 반대로 평균 주간 조회 수가 평균 구독자 수의 20%에도 못 미치는 영역도 있었지만, 거의 모든 영역이 평균 구독자 수가 압도적으로 평균 조회수 보다 많았다. 그런데, 유독 2개의 영역이 달랐다. 하나는 ‘애니메이션’이었고, 다른 하나는 바로 ‘패션 뷰티’였다. 이 2개 영역은 다른 영역들과는 달리 채널별 평균 주간 조회 수가 평균 구독자 수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애니메이션이야 지금 당장 어느 식당을 가보더라도, 어린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이 패드나 핸드폰으로 애니메이션을 틀어주고, 허겁지겁 끼니를 해결하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평균 주간 조회 수가 평균 구독자 수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쉽게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패션 뷰티는 왜 그럴까.

 

위의 2가지 현상이 의미하는 바는 출발은 다르지만, 그 속성은 패션의류업의 본질과 밀접히 닿아 있다. 바로 ‘다름’이다.

 

 

출처=쓰리케어코리아의 새벽배송 서비스, 이마트 밀키트 제품

 

지금까지 합종연횡은 플랫폼 간 연합

브랜드, 업종 간 협업 다름충족

향후 플랫폼/스타트업, 브랜드 인수 증가할 것

 

F&B, 음식은 지역적이고, 다른 필수 소비재와 달리 거리 및 시간의 제약을 워낙 크게 받는 분야다. 그래서 ‘맛’, 나아가서는 ‘안전과 품질’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모바일 세대 이후로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음식 배송 서비스가 발달하고, 공유 주방, 새벽 배송 서비스, 밀키트, RTC(Ready To Cook)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F&B 유통의 일대 혁신이 일어났다. 그러자 소비자들의 관심사는 그동안의 ‘안전과 품질’에서 ‘다름’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누구보다 ‘다름’이라는 명제에 민감한 감각을 지니고 있는 패션업 출신의 창업자들이 F&B라는 장르에 연착륙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유튜브 패션 뷰티 영역의 특이한(?) 현상도 마찬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유튜브 영상 컨텐츠들이 그렇게 다양하고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늘 새로운 것에 목말라한다. 자신들이 구독하고 있는 채널이 아닌 다른 채널에서 언제든 새로운 제품이 발견되면 열광한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 준다.

 

‘패션’과 ‘코스메틱’의 영역은 엄밀히 말해서, 모든 이들이 매일 당면한 고민이자 숙제인 셈인데, 이렇게 일상에서 흔한 필수 소비재이기에 역설적으로 남과는 ‘다른’ 어떤 것에 대해 더 열광하는 특성이 유튜브의 시청 행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 최근 의류 스타트업 업계의 다음 스텝에 대한 힌트가 있다. 커머스 및 플랫폼들의 합종연횡만으로는 ‘숫자’ 또는 ‘성장’이라는 투자자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는 있어도, ‘다름’이라는 소비자의 요구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열쇠는 ‘브랜드’에 있지 않을까.

 

모두 알다시피, 최근 이종 브랜드 간의 협업은 흔한 일이 되었다. 초기에는 일부 매니아 및 열성 팬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협업이 많았다면, 요즘 편의점에는 수십 가지 이종 브랜드 간 협업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의류 분야 역시 그러한 협업은 이젠 흔하디흔한 현상이 되었다. 바로 ‘다름’에 대한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브랜드 인수 시장은 지금까지 대부분 대기업 또는 그룹이 주도해왔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름’이라는 요구를 해결하기 위한 의류 스타트업, 특히 커머스 및 플랫폼을 지향하는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종합해보면, 앞으로 의류 커머스 플랫폼 간의 합종연횡은 업계 후발주자들(특히 스타트업 및 창업기업들)로 그 무게중심이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다름’이라는 소비자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의류 스타트업 주도의 브랜드 인수 및 투자와 협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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