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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 실화가 될지도 모를 이야기, ‘돈 룩 업!’

발행 2022년 01월 27일

박선희기자 , sunh@apparelnews.co.kr

출처=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2021)’

 

최근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돈룩업(Don’t look up)’이라는 영화의 포스터에는 이런 부제가 붙어 있다. ‘실화...가 될지도 모를 이야기’.

 

영화에서는 인류를 멸종시킬 혜성이 지구로 날아든다는 사실을 알고도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해괴망측한 거짓과 결정을 반복하는 미국의 대통령이 등장한다. 영화 제목 ‘위를 보지 마!’는 이 해괴한 대통령이 대중에게 내뱉는 구호같은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정치를 풍자한 블랙코미디인 줄로만 알았는데, 코미디의 탈을 쓴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고, 극사실주의 같기도 한 것이, 볼 때는 큭큭거리다 막상 TV를 끄고 나면 생각이 많아지도록 만든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더 근본적으로는 생존을 위해 적응하기를 선택하는 존재다. 그래서 처음엔 이상하다 여겼던 상황도 반복이 되면 정상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의식의 치환을 겪게 된다.

 

영화나 문학 같은 문화의 힘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 익숙함에서 빠져나와 제3자의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보게 만든다는 데 있다. 이상한 것은 이상한 것이라고, 마비된 감각을 깨우는 각성의 힘이 문화에는 있다.

 

영화 중간중간에는 진짜 다큐멘터리 장면들이 등장한다. 아이가 태어나는 장면, 바다표범과 돌고래, 빙하와 바다 등등. 그제서야 나는 감독의 의도를 깨달았다. 감독은 환경 오염과 지구 생존의 문제를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지구로 날아오는 혜성의 존재를 알고도 모른 척하는 인류나, 이대로 가면 30년 후 지구의 온도가 몇 도는 더 상승하고, 그래서 사람이 사는 땅의 30%가 사막화된다는 예정된 미래를 알고도 행동하지 않는 인류나 심각한 비정상의 상태임은 마찬가지라고.

 

영화가 자주 패러디한 트럼프는 실제 취임하자마자 선진국들의 탄소 감축을 결의한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었다. 그는 선거 기간부터 임기가 끝날 때까지 오로지 가난한 백인 노동자들을 선동해 갈등을 조장하는 일에만 몰두했다. 그는 미국의 번영, 지구의 평화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정작 자신은 지구를 탈출할 우주선을 준비해놓고, 거짓말을 일삼는 영화 속 대통령처럼 말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러한 대통령보다 더 섬뜩한 존재들은 정작 따로 있다. 혜성의 존재를 버라이어티쇼의 웃음 소재로 써먹는 진행자들, 시청률과 SNS 조회 수가 낮다며 혜성에 관한 첫 소식을 저버리는 메이저 뉴스, 혜성의 존재를 가지고 SNS 팔로워를 늘리는데 몰두하는 사람들, 혜성의 금속을 확보해 부자가 되겠다고 인류 구원의 마지막 기회를 가로채는 기업가.

 

그렇다. 선거철만 되면 저들이 그 기능을 잃은, 말이 아닌 말들을 저토록 거침없이 쏟아낼 수 있는 것은 정치가 쇼이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말을 해도 눈감아버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혜성을 발견한 과학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영화 후반부에, 여전히 시시덕거리는 TV 쇼에 나와 오열하듯 외친다. “거대한 혜성이 지구로 오고 있어요. 에베레스트산 만한 거대한 혜성이 지구로 날아오는 게 좋은 게 아니잖아요. 우리끼리 그런 최소한의 합의도 못 하고 쳐 앉았으면! 대체 정신머리가 어떻게 된 거에요? 아니, 서로 대화가 되기는 해요? 어디가 망가진 거에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어느 쪽의 편이 아니라, 그냥 진실을 말하는 것 뿐이에요!”

 

고구마 100개를 삼킨 듯 답답한 지경은 인류 멸종이라는 결론을 향해 간다. 나이를 먹으며 알게 된 진실 중 하나, 현실은 때때로 영화보다 훨씬 더 황당하다.

 

박선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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