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 2023년 09월 17일
이종석기자 , ljs@appare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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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
직장인 커뮤니티 활황, 기업들의 이미지 세탁 의미 없어
젊은 세대 의견 경청 위해 직급 없애고 이름 부르는 회사들
[어패럴뉴스 이종석 기자] 퇴사한 지 11년이 된 회사에서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며 그 기념으로 한우 선물 세트와 편지를 보내왔다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회사는 전자제품 전문 쇼핑몰을 운영하는 ‘컴퓨존’이었다. 사연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면서 ‘컴퓨존’의 이미지는 급격히 상승했다.
블라인드·잡플래닛 등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회사 경영자의 언행부터 사내식당의 메뉴까지 모든 정보가 공유되며 실시간 평가가 이뤄진다.
소위 꼰대가 많은 올드한 회사인지, 워라밸을 존중하는 회사인지 실제 근무하는 직원들의 입을 통해 모니터링이 되는 세상이다. 광고나 홍보를 통한 기업들의 ‘이미지 세탁’은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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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존 퇴사자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이미지 |
LF는 지난 7월부터 일반 직원의 직급인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의 직급을 없앴다. 직책자를 제외한 직원의 호칭을 매니저(Manager)로 단일화했다. 연공서열보다 성과와 능력에 기반한 평가와 젊은 직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직급 간소화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가장 빠르게 도입한 바 있다. 2015년부터 그룹사 전체가 호칭을 파트너로 통일했다. 이후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2019년부터 임원 이하는 수석, 프로로 간소화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2021년부터 직급을 없애고 이름에 ‘님’을 붙여 부르고 있다.
한편에서는 직급을 타파하고, 호칭을 부르는 것은 형식일 뿐 수직적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의 인식에는 부합한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혹은 20~30대 타깃 브랜드를 키울 경우, 같은 타깃 연령인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중요하기 때문에 직급 간소화는 더 중요하다 본다”고 말한다.
2017년 온라인으로 전환하며 수평적 조직을 새로 짰던 LF의 ‘일꼬르소’가 성공적 예시 중 하나다. ‘일꼬르소’의 관계자는 “매출 상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아이디어는 25~35세 직원에게 나왔다. 수평 조직이 아니었다면 아이디어 제안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 외의 다른 산업은 어떨까. SK, LG, 삼성전자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은 비슷한 이유로 빠르게 수평 조직을 구성해왔다. 첫 시작은 CJ그룹으로 2000년에 직급을 폐지하고 ‘님’으로 호칭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2017년 네이버가 ‘리더’, ‘님’ 등으로 간소화했고, 카카오는 아예 직급을 없애고 영어 이름을 부르게 했다.
최근에도 조직 수평화는 진행 중이다. 지난 3월에는 두산그룹, 7월에는 신한투자증권이 선임과 수석으로 개편했다. 그러나 반대하는 시각도 아직 존재한다.
책임 소재의 불분명함으로 업무의 혼선이 일어날 가능성, 승진을 통한 동기부여 상실 등을 꼽는다. 또 능력이 뛰어난 사원·대리급 직원이 과장·부장 연차의 직원보다 더 높은 직책이나 연봉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9시 출근이면, 회사에 몇 시까지 도착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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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출근 논쟁 / 출처=유튜브 채널 'AND' |
온라인 ‘밈’으로 보는
MZ의 기업 문화 풍자
MZ에겐 기업 문화도 놀잇거리이고, 풍자의 대상이다. 온라인에서는 기업 문화를 풍자한 이른바 ‘밈(짧은 동영상)’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인기도 높다.
지난 1~2년 사이 가장 대표적인 논쟁(?)은 ‘9시 출근이라면 회사에 몇 시까지 도착해야 하나’였다.
대체로 반응은 두 가지로 갈린다. 9시까지 회사에 도착하면 된다는 주장과 9시부터 업무를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후자의 경우 외투를 벗는 등 여러 준비 과정이 있기 때문에 5~10분 전까지는 도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유명한 컨텐츠로 ‘90년대생 팀원들과 일하면서 황당했던 4가지 상황’이 있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끝낸 마지막 날, 상사가 회식을 제안했다. 그런데 ‘90년대 생’ 직원이 “선약이 있어 못 가요”하고 대답한다. 상황은 이어진다. 타 부서와의 협업이 필요해 옆 팀에 지원 요청을 부탁했는데, 부탁받은 ‘90년대 생’ 직원이 “제가 담당하는 일이 아니에요”라며 거절한다.
프로젝트 일정 때문에 모두가 야근하는 상황에서 퇴근 시간이라 내일 일하겠다며 혼자 퇴근하는 ‘90년 대 생’의 모습도 비춰진다. 마지막으로 다 같이 바쁜 시즌에 연차를 ‘당당히’ 내는 신입 사원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미지 속 상황을 지켜보는 재미도 크지만, 네티즌들의 반응 내지 논쟁을 지켜보는 재미는 더 크다. 댓글에서도 젊은 세대의 재치와 해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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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 팀원들과 일하면서 황당했던 4가지 상황’ |
출산축의금, 육아수당은 ‘비용’ 아닌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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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박경선 인동에프엔 경영지원부 팀장 |
인동 임금, 업계 평균 대비 22% 높아
안정된 조직이 15% 영업이익률의 비결
인동에프엔은 여성의 저임금을 해결하고, 출산축의금, 육아수당을 지급하는 유일한 패션 기업이다. 공채도 10년째 진행 중이다.
여성복 전문 기업은 디자인 파트 등 핵심 인력이 대부분 여성이다. 그리고 상품을 판매하는 고객도 여성이다. 경력 단절을 겪을 수밖에 없는 업무 환경과 조건을 개선하지 않으면, 양질의 인력 고용과 유지가 어렵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 왔다.
동시에 고객인 여성들의 삶을 이해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 곧 사회 환원이라는 철학을 실천해 왔다.
임금은 동종 여성복 업계 대비 22% 높게 지급하고 있으며, 출산축의금과 육아수당은 회사가 세워진 1990년부터 시작해 늘려나가고 있다. 육아수당은 첫째 출산 시 500만 원, 둘째 이상 출산 시 700만 원을 지급한다. 올 4월부터는 출산축의금은 1,000만 원, 초등학교 1학년까지 월 육아 수당 11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동시에 10년 이상 정기적으로 공개 채용을 통해 신입 사원을 뽑아 육성해 왔고, 비정규직 비중이 극히 낮다. 본사 265명의 직원 중 비정규직은 2명에 불과하다.
이 같은 일은 경영진이 이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바라볼 때 지속 가능하다. 그리고 회사를 사유 재산이 아닌, 공동체라고 여기는 인식이 있어야 실천할 수 있다.
인동은 3개 브랜드를 운영하며, 매년 15% 내외의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사람을 중시하는 제도를 통해 안정적인 조직력을 획득한 결과가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