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팬덤은 거들 뿐, 그들이 뜨는 ‘진짜 이유’

발행 2023년 09월 17일

이종석기자 , ljs@apparelnews.co.kr

 

사진='태호서울' 대표 권태호 씨의 인스타그램 릴스

 

인스타그램 팬덤 구축, 리셀 브랜드 대열에

진짜 소울과 스토리가 그들에겐 있었네

 

[어패럴뉴스 이종석 기자] ‘나 그녀랑 헤어졌어, 그녀가 힙합이 아니어서’.

 

지난 7월 브랜드 ‘태호서울(taehoseoul)’을 전개하는 권태호 대표가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릴스 영상에 등장한 문구다.

 

영상은 이 문구를 종이에 프린트해 길거리 전봇대에 붙이고 카메라로 줌 아웃을 시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9월 초 기준 95만 조횟수, 5.7만 개의 좋아요를 기록했다.

 

이후 이 문구를 영어로 번역해 프린팅한 티셔츠를 자사몰과 홍대에서 판매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사진='태호서울' 대표 권태호 씨의 인스타그램 계정 / 태호서울 옷을 입은 2백만 팔로워의 유명 틱톡커 '김모이'

 

소위 10~30대 놀이터라 불리는 SNS 공간에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며 팬덤을 형성하고, 브랜드로 발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SNS, 그중에서도 특히 인스타그램이 크게 확산된 2018년 이후부터 급증했다.

 

무신사가 유통 업계의 판을 뒤흔든 것처럼, SNS는 마케팅 문법을 완전히 바뀌어 놓았다.

 

2015년 블로그 마켓으로 시작해 지난해 매출 500억 원을 달성한 ‘마뗑킴’, 인스타그램 컨텐츠로 팬덤을 만들고 재작년 매출 75억 원을 기록한 ‘우알롱’, 에이셉라키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입어 화제가 된 ‘떠그클럽’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외에도 ‘언더마이카’, ‘아워파스’, ‘파프롬왓’, ‘산산기어’, ‘더아이덴티티프로젝트’, ‘폴리테루’, ‘그레일즈’ 등이 있다.

 

사진='떠그클럽' 옷을 입은 에이셉라키 / 언더마이카 / 그레일즈

 

현재 이들의 매출 규모는 수천만 원에서 수십억 원대로 추산된다. ‘언더마이카’, ‘산산기어’, ‘그레일즈’ 등 일부 브랜드의 제품은 크림, 번개장터 등에서 발매가보다 비싸게 리셀되기도 한다.

 

이들은 누구보다 트렌디한 제품, 한정 수량 전략, 고객 소통 능력을 보여준다. 소비자들은 이들의 제품을 구매하고 SNS에 올리고 싶어한다.

 

정규훈 더아이덴티티프로젝트 대표는 “룩북 등 인위적인 이미지보다는 옷을 만드는 과정, 개인적인 소감을 담은 SNS 게시물이 더 큰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더아이덴티티프로젝트는 현재 7.6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자사몰과 SNS 브랜드를 넘어 이제 제도권 시장 안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떠그클럽’, ‘폴리테루’가 한남동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했고, ’더아이덴티티프로젝트’, ‘파프롬왓’은 작년과 올해 무신사에 입점했다.

 

사진=더아이덴티티프로젝트 / 파프롬왓 / 폴리테루

 

팬덤 브랜드의 시작은 SNS의 발달이 절대적이었다. 특히, 인스타그램은 전 세계 불특정 다수에게 해시태그만으로 브랜드를 노출시킬 수 있고, 비주얼이 중요한 패션 브랜드로서는 최적화된 공간이다.

 

SNS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90년 월드 와이드 웹(WWW)이라 불리는 웹사이트 공간이 대중에게 보급되기 시작한 후 1995년 ‘클래스메이트닷컴’이라는 최초의 SNS가 탄생했다.

 

그리고 인터넷에 언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는 애플의 아이폰이 탄생한 2007년 이후 SNS는 삶의 또 다른 공간으로 급속히 확산된다.

 

패션 업계의 핵심 SNS로 꼽히는 인스타그램은 2010년 시작, 2018년 이용자 10억 명을 돌파했다. 이후 단 2년 만인 2020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20억 명을 넘겼으니, 그 영향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 4월 국내 인스타그램 사용자 수는 2,167만 명이다.

 


 

우리는 패션 덕후, 독자적 문화 코드 키운다

 

(왼쪽부터)박진철·최승혁 캄프로그 대표

 

박진철, 최승혁 캄프로그 대표의 ‘언더마이카’는 신세계·현대·갤러리아 등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오픈하거나, 크림에 입점하며 주목받고 있는 신흥 브랜드다. 스트리트 웨어, 하이엔드 캐주얼을 지향하는 이들은 브랜드 런칭 이전 그 누구보다 빠르게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패션 덕후’였다. 이제는 소비자의 경험을 살린 생산자로 변신해 브랜드를 키우고 있다.

 

언더마이카는 광고 게시물처럼 보이지 않는 SNS 이미지를 보여주는 전략으로 주목을 받았다. 최 대표는 “기존 브랜드들은 전문 모델을 쓰는 등 형식적인 이미지를 써왔다. 우리는 스스로의 평상시 모습에 옷을 입혀 길거리를 배경으로 노출시킨다”며 “연예인 화보보다 더 자연스럽게 보이는 공항패션이 인기인 이유도 이와 같다”고 설명한다. SNS 이미지와 ‘힙’한 상품력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것.

 

박 대표는 “누구나 손쉽게 홍보할 수 있는 SNS가 브랜드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고 더불어 국내 생산 공장들의 변화도 한몫했다. 해외로 떠나는 공장과 브랜드가 많아지면서, 소규모 브랜드의 오더를 받아주는 국내 공장이 늘었다. 그 브랜드의 매출이 커지면 동시에 공장 발주도 늘어나 함께 성장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시즌제 라인 ‘엠유(MU)’를 런칭했는데, 크림 등에서 캐리오버 상품을 배출하고 있다.

 

최 대표는 “유명 해외 브랜드들은 문화 전반으로 패션을 확장시켜 파워를 키운다. 국내 브랜드들도 문화적 접근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단기 투자하듯 하는 패션 사업은 올드해

 

장준환 아워파스 대표

장준환 대표는 110CM 이상의 트렌디한 기장의 와이드 팬츠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2019년 ‘아워파스’를 시작했다. 해외 하이엔드 패션의 경향을 빠르게 도입하는 브랜드가 없었던 국내 패션 시장이 그에게는 갑갑하게 느껴졌다.

 

이후 그는 인스타그램이라는 SNS를 매개로, 명품과 저가 사이의 조닝을 공략하며 성장해 왔다. 장 대표는 “신흥 브랜드는 오리진 코드와 독자적 문화를 구축해야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국내에는 여전히 단기 투자를 하듯 사업을 하는 회사만 대부분 인 것 같다”고 말한다.

 

LVMH 등은 사업화와 동시에 장인정신 등의 문화기반을 잃지 않고 브랜드를 만들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와 함께 그는 국내 패션 업계가 문화적 기반을 계승할 수 있는 하우스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여긴다.

 

장 대표는 “일본 ‘꼼데가르송’을 통해 육성된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이다. 국내에는 그런 브랜드가 없다. 하우스 브랜드를 만드는 게 향후 국내 브랜드들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꼼데가르송 출신의 디자이너로는 ‘사카이’의 디자이너 아베치토세, ‘화이트마운티니어링’의 아이자와 요스케 등이 꼽힌다.

 

장 대표는 “한국은 ‘골프’는 취미지만, ‘패션’은 취미라고 말하는 게 어색한 사회다. 아워파스를 통해 옷을 의식주가 아닌, 취향의 영역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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