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재고 예측은 가능한가...‘재고 관리에 대한 다른 생각’

발행 2023년 09월 18일

정민경기자 , jmk@apparelnews.co.kr

 

 

2021년 호황 누렸던 글로벌 패션 업계

2022년 재고 과잉으로 이익 구조 악화

예측보다, 통합된 데이터의 흐름 관리가 관건

 

[어패럴뉴스 정민경 기자] 2021년 전 세계 패션 사업은 이례적인 호황을 누렸다.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 락다운에 따른 공급망 불안으로, 급증하는 보복 소비를 충분히 받아내지 못할 정도였다. 이듬해 패션 업체들은 일제히 생산량을 크게 늘렸는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이자율 상승 등으로 유동성이 얼어붙으면서, 이는 거대한 재고가 되어버렸다.

 

2023년 1월 기준, 글로벌 패션 업체들의 재고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나이키’ 역시 재고에 발목이 잡혔다.

 

‘나이키’의 2023 회계연도(2022.6~2023.5) 실적을 살펴보면, 연간 매출은 전년 467억1,000만 달러에서 10% 늘어난 512억1,700만 달러, 하지만 순익은 16% 줄어든 51억 달러다. 총 이익률은 전년보다 1.4% 줄어든 43.6%를 기록했다.

 

매출 증가에도 순이익이 감소한 가장 큰 요인은 2022년 공격적으로 공급한 물량이 소비 위축으로 재고로 쌓였고, 이 재고 정리를 위한 대대적인 할인 판촉전을 전개했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약 70억 달러였던 평균 재고 자산 규모는 2023년 1분기(2022.6~8) 97억 달러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2020년부터 강력하게 추진해 온 D2C 사업을 축소하고 도매 기능(판매 비중 58%)을 복구했다.

 

제2차 유통 아울렛이 존재하는 한국 리테일의 특성상, 필요에 의한 전략으로 연간 재고율을 30~40%에 맞추는 브랜드가 상당수다. 당 시즌 판매율은 60%로 손익분기점을 맞추고, 이듬해 재고 판매로 매출과 영업이익을 높이는 구조다. 생산량을 줄이면 원가가 올라가는 문제도 따른다.

 

그러나 재고가 너무 많으면 채산성이 악화된다.

 

패션을 경험하지 않았던 박영준 더네이쳐홀딩스 대표는 ‘내셔널지오그래픽’ 런칭 첫 시즌 목표 판매율로 90%를 제시했고, 당시 직원들은 말도 안 되는 숫자라고 생각했지만, 빠른 리오더 생산으로 회전율을 높이며 이를 달성해냈다. ‘노스페이스’와 ‘코오롱스포츠’는 최근 5년간 재고 자산을 줄이고, 신상품을 통한 매출 증가를 꾀했다. ‘노스페이스’의 신상품 판매 비중은 전체 90%에 달하며, ‘코오롱스포츠’ 역시 신상품 판매 비중이 월등하게 높다.

 

재고 관리는 수익과 직결되는 만큼, 질적 성장을 위해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팬데믹과 엔데믹을 겪으면서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고, 사업 뒷단에서 실행되는 재고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재고 예측은 불가능, 옴니채널 데이터 드리븐만이 살 길

 

온오프라인 데이터 통합의 자라

1분기 순이익 54% 증가

 

현실적으로 재고를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SPA ‘자라’를 전개하는 인디텍스는 2020년 착수한 온-오프라인 통합 재고 관리 시스템 ‘오픈 플랫폼’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

 

2020년까지 전 브랜드의 온라인 채널을 글로벌 전 지역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통합 재고 관리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 주문을 오프라인 매장 재고로 처리하는 전략을 세웠다. 바로 옴니채널이다. ‘자라’는 전 세계 매장의 재고를 통합 관리하게 되면서 신속하고 유연한 판단이 이뤄졌고, 판매 기회의 손실을 없앴다.

 

‘자라’는 팬데믹 기간 서플라이어와 매장은 줄었지만, 오픈 플랫폼을 통한 재고 관리의 최적화로 매출과 이윤을 높였다. 인디텍스가 2021년 매장에서 온라인 주문을 통해 거둔 매출은 11억900만 유로다.

 

인디텍스는 올 1분기(2023.2~4)에 전년 대비 13% 증가한 76억 유로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4억8,000만 유로, 순이익은 12억 유로로 증가율이 54%에 달했다.

 

인디텍스는 이 같은 성과를 디지털화 전략과 온-오프라인 통합 관리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라고 밝히고 있다.

 

인디텍스는 2012년부터 디지털화 전략을 실행했으며 2021년까지 130억 유로 이상을 투자했다. 디지털 솔루션은 본사 IT 센터가 직접 개발한다.

 

옴니채널은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작년부터 전 세계 디지털 경험을 극대화한 뉴 컨셉의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는 ‘자라’ 롯데월드몰점, 여의도 IFC몰점, 신세계 센텀시티점, 롯데 부산서면점이 이에 해당되는 매장으로, 스마트 피팅룸, 온라인 스토어와 연동한 스토어 모드, 셀프체크아웃(롯데월드몰점 제외) 등으로 효율적이고 편리한 디지털 쇼핑이 가능케 했다.

 


 

 

사진=이랜드 스피드 오피스

 

테스트 후 생산으로 판매율 극대화

 

이랜드 스피드 오피스

 

재고 관리에 있어 앞단의 생산량을 조절하는 일은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이랜드월드는 ‘무재고 경영’의 일환으로, 지난해 2월 서울 성동구 답십리에 약 300평 규모의 국내 생산 오피스인 ‘이랜드 스피드 오피스’를 오픈, 업계 최초로 2~5일 생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건물에는 편직, 가공, 자수나염 등 외주공정을 내재화시켰고, 니트 공장을 스마트 팩토리로 시험 가동 중이다. 이곳에서 스파오, 후아유, 미쏘 등 대표 브랜드의 주요 상품을 이틀 만에 기획하고 생산해서 매장에 입고한다.

 

기존에는 스타일당 만장 단위였던 제품들을 200장 내외로 생산해 주말 간 주요 매장에서 테스트를 펼친다.

 

결과에 따라 대량 생산으로 이어붙이는데, 베트남 등 이랜드의 글로벌 생산기지를 통해 120시간 안에 필요한 물량만큼 생산해 국내 매장 진열까지 완료한다.

 

성과는 고무적이다. 지난해 ‘스파오’의 정상 판매율은 80%에 달했으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00% 증가한 350억 원을 돌파했다.

 

이랜드는 2~5일 생산 시스템을 통해 장기적으로 정확한 고객 수요를 예측하여 팔릴 만큼만 생산해 재고 없이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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