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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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릴리프'가 주최한 '2017 빨간코의 날' 기금 모금 행사 |
TV를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자선 단체의 광고를 보게 된다. 처음엔 가슴 아픈 사연에 공감해 후원금을 보내기도 했지만, 비슷한 광고들이 줄지어 나오다 보니 익숙해진 나머지 외면하게 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가 너무 냉담해진 것일까?
수많은 자선 단체들이 저마다의 구호를 외치면서 사람들의 동정심에 호소하고 있다. 누가 더 슬프고 안타까운 사연으로 캠페인을 보여줄지 매일 경쟁을 벌이는 듯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점점 죄책감을 유발하는 광고에 피로감을 느끼고, 기부금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치열한 경쟁 상황 속에서 영국의 자선 단체 코믹 릴리프는 ‘왜 기부 자금 홍보는 동정심이나 죄책감에 호소해야 할까? 기부가 진짜 재미있는 축제가 될 수는 없을까?’라는 역발상 끝에 ‘빨간 코의 날(Red Nose Day)’이라는 자선행사 이벤트를 시작하였다.
누구든 부담 없이 1파운드의 빨간 코만 사면 이 모금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제각기 장난스러운 공약을 걸어 친구들에게 모금을 받거나 길거리에 나가 재미난 복장으로 사람들에게 기부금을 받도록 하였다.
잠시도 수다를 멈추지 않는 수다쟁이 여성이 친구들에게 24시간 동안 말하지 않고 조용히 있을 거라는 공약을 하고 500파운드를 모금하기도 하고, 온몸이 털로 뒤덮인 남성은 털을 밀어버리는 공약으로 모금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 황당한 기부 문화가 영국 전체에 퍼지면서 이제 빨간 코의 날은 모든 영국 사람들이 국경일처럼 기다리는 축제의 날이 되었다.
‘블루오션 시프트’의 저자 김위찬 교수는 무한 경쟁의 시대에 경쟁에서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쟁하지 않는 것이고, 경쟁 없는 시장을 스스로 창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모든 경쟁자들이 하는 방식을 당연히 옳은 것이라 따라가며 스스로 레드오션 시장에 진입하는 오류를 범한다. 저자는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은 사람들이 기준을 만들었을 수 있다는 가정을 하고, 더 좋은 기준을 만들어 블루오션으로 이동하라고 조언한다.
역사상 가장 큰 인터넷 기업인 구글에는 지구상 가장 명석하다는 소위 0.01%의 천재들이 모여 있다. 그런 천재들이 모인 집단에서조차 수십 배의 성과 차이가 난다는 것은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회복 탄력성’의 저자 김주환 교수는 그 이유 중 하나로 비인지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인재 선발을 꼽았다.
기업은 머리 좋고 똑똑한 사람을 뽑으면 일도 잘 할 거라 여겨 인지능력이 높은 사람들을 우선 선발하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역경이나 고난을 극복하는 긍정적인 힘을 뜻하는 ‘회복 탄력성(비인지 능력)’이 강한 사람들이 더 큰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불경기에 하루가 멀다 하고 세계 경제 위기설이 나도는 지금, 모든 시장이 레드오션화되어 버렸다. 아무리 둘러봐도 블루오션은 없을 것 같은 현실은 새로운 시도조차 두렵게 만든다.
강력한 경쟁 상대들에 둘러싸인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의심하는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항상 솟아날 구멍은 있었고, 고난을 극복하고 이겨낸 회복 탄력성의 DNA가 우리 안에 뿌리 깊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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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식 대구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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