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 브랜딩이 중요한 이유 똑똑한 소비자는 안다

발행 2023년 09월 25일

정민경기자 , jmk@apparelnews.co.kr

 

'참스' 23FW 서울패션위크 패션쇼

 

최근 국내 패션 산업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속도의 격변기를 건너고 있음을 느낀다.

 

과거 메인 유통 채널이 백화점밖에 없던 시절에는 브랜드가 유통 구조에 맞춰 스타일을 넓히고, 물량을 운용하는 등 늘 유통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이제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출현으로 유통 환경이 바뀌면서 비로소 브랜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온라인 시장에서 출발한 MZ세대 타깃의 영 패션 브랜드들은 백화점 유통의 변화를 이끌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실제로 최근 2~3년간 백화점 캐주얼 조닝은 대대적인 MD 개편을 단행해 이들을 유치했고, 올해는 여성 영캐주얼 조닝에서 많은 기성 브랜드가 위태로운 위치에 놓이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부상하고 있는 브랜드의 실력 좋은 젊은 대표들을 만나보면, 브랜딩에 대한 관점을 명확하게 갖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한 브랜드가 연간 1,000억 원의 매출에 이르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소진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잘 인지하고 있어, 무리한 외형 확장을 지양한다. 내수 시장에서는 연간 200~300억 원의 매출을 유지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소통할 수 있는 브랜딩에 집중한다. 브랜드의 밸류를 지키기 위한 적당한 경계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를 지키면서 해외로 또 다른 판로를 찾는, 즉 글로벌 브랜드로의 성장을 추구한다.

 

이들은 브랜딩을 이야기하면서, 배수율과 판매율 관리에도 레거시 기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데이터의 가시성이 뛰어난 온라인 채널에서 출발한 이들은 이것을 잘 활용하여 재고를 많이 만들지 않고 회전율을 높인다. 10여 개 매장에서 각각 월평균 2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더일마’는 이번 FW시즌부터 리오더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제2차 유통 아울렛이 존재하는 한국 리테일의 특성상, 연간 재고율을 30~40%에 맞추는 기성 브랜드가 상당수다. 이러한 관행은 라이징 브랜드의 브랜딩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시장의 중심이 유통 브랜드에서 브랜딩 브랜드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다.

 

물론 이 과정에서 소멸되는 브랜드도 많다. 올해 온라인 시장에는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한 브랜드의 소식이 유난히 더 많이 들리는데, 가장 큰 이유는 재고 이슈 때문이다. 팬데믹과 엔데믹을 겪으면서 시장의 수요와 공급 예측이 어려웠던 대외적인 상황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많이 팔기 위한 흥미 유발의 마케팅은 잘 했지만,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 즉 오리지널리티를 어필하지 못했다. 셀러브리티 마케팅 등 그럴듯한 포장으로 외형을 키워왔던 브랜드는 이제 승산이 없다. 브랜딩 없는 브랜드, 유행 따라 장사하는 브랜드는 이제 똑똑한 소비자가 먼저 알아본다.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를 잘 담아낸 상품을 만들고, 이 가치를 어떻게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게 알리느냐, 브랜딩 활동이 중요한 숙제가 됐다.

 

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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