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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편집 매장의 허와 실 과연 누가 실익을 얻는가

발행 2022년 10월 17일

이종석기자 , ljs@apparelnews.co.kr

 

영국 편집숍 '머신에이(MACHINE-A)' 중국 상하이점 / 출처=머신에이 인스타그램

 

“편집 매장, 우리도 하긴 합니다. 연속성은 없어요.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죠” 남성복 업계 임원이 얼마 전 기자에게 이야기한 내용이다.

 

최근 백화점 기반의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해외 바잉 상품과 자사 상품을 함께 구성한 편집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젊은 층 확보와 고급화에 맞춰진 유통 경향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더 현대 서울의 성공으로 바이어들의 평가 기준이 바뀐 영향이 컸다. 입점 브랜드의 집객력‧화제성‧감도 등의 정성 지표 비중이 확대됐다. 이에 점 단위 신규 브랜드 유치 경쟁이 매출보다 우선시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온라인 브랜드의 단독 매장 유치가 힘든 중위권 이하 점포에 대해 편집으로라도 변화를 시도하고자 하는 백화점의 욕심에, 그 짐을 입지가 불안한 브랜드들이 호구지책으로 떠안게 된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급조하다시피 만들어진 편집형 매장들에 대해 이미 오래전에 지속성 없음이 결론났다는 것이다.

 

바잉하지 않고, 입점 브랜드의 수수료로 운영하는 국내 백화점들이 점포 차별화를 위해 협력사에 편집숍을 요구해 온 역사는 길다.

 

10여 년 전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편집숍 아닌 편집숍들은 어느 날 출현했다 부지불식간에 사라지기를 반복해 왔다. 실상 대부분은 ‘편집숍’이라는 명칭조차 부적합한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편집숍이 무엇인가. 본래의 편집숍은 일반 브랜드 매장의 상위 개념이다. 다양한 메이커가 만들어낸 상품 중 숍 아이덴티티에 적합한 상품을 골라내, 한 차원 높은 스타일링의 정수를 제안하는 것이 본래 편집숍이다.

 

 

일본 편집숍 '유나이티드 애로우즈' 하라주쿠점

 

그래서 대형 유통이 아닌 편집숍이 패션의 주류 채널로 자리 잡고 있는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과 미주에서는 유명 편집숍의 바잉 여부가 디자이너나 브랜드의 명성을 좌우하기도 한다.

 

편집에 필요한 기본 기능은 ‘바잉’인데, 그 바잉 파워는 어느 날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존 브랜드 매장에 해외에서 매입한 상품 몇 가지를 더하거나, 카페, 리빙을 집어넣고 편집숍이라고 말하는 일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

 

신세계의 분더샵과 한섬의 무이, 삼성의 비이커 등이 현재의 명성과 인큐베이팅 기능을 구축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도 대부분이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사람들은 다 안다.

 

그럼에도 아미, 메종키츠네, 스포티앤리치 같은 브랜드를 발굴하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은 반길 일이다.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브랜드 발굴 기능은 오로지 백화점의 것이었지만, 요즘은 편집숍을 통해 뜨는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다.

 

편집숍을 급조하는 일을 멈춰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해외 상품을 살 수 있는 온오프 채널이 넘쳐난다. 해외 상품의 직구, 역직구 플랫폼이 경쟁적으로 증가했고, SNS를 통해 브랜드가 발굴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런 시대, 이런 소비자를 상대하면서, 편집숍을 급조한다는 생각 자체가 넌센스이고, 무지 내지 무책임에 가깝다.

 

그런데도 스스로 차별화할 수 없는 구조의 우리나라 백화점들은 업체들에게 여전히 ‘급조’를 요구하고, 그 물리적, 시간적 비용은 고스란히 입점 업체들이 지불한다. 해외 브랜드와 명품에 밀리며 불안해진 로컬 브랜드들이 처한 현실이다.

 

결국 대다수 편집 매장 비즈니스는 이제 미션 임파서블이 되어가고 있다. 과연 그들이 말하는 편집숍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임시방편과 호구지책의 사이, 그 어디쯤에 편집숍들이 있다.

 

 

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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