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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고부가가치 소재 산업 내팽개친, 거꾸로 가는 정부

발행 2023년 02월 21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에코 레더 / 사진=어패럴뉴스

 

연초 정부의 프리미엄 소재 예산이 반토막 나면서 섬유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프리미엄 소재 산업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섬유 패션 활성화 기반 사업’ 예산 180억 중 매년 절반을 차지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종전 92억에서 51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삭감됐다. 증발된 41억 원의 예산은 섬유 패션 빅데이터, 디지털 분야로 넘어갔다.

 

정부 예산은 사업의 연속성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큰데, 이번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다. 수년 전 산자부 섬유 예산이 200억대에서 180억대로 내려앉은 상황에서도, 소재 개발 예산은 유지됐었다.

 

새 정부는 사업성이 떨어지는 기초 산업보다 단기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일 수 있는 퍼포먼스형 사업에 관심이 큰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나 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관여할만한 메타버스, AI, NFT 등 소위 미래 지향 비즈니스를 주목하고 있다.

 

이런 결정을 내린 산업부가 본분과 본업을 망각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시기도 적절치 않다. 현재 섬유 산업 인프라가 급격히 붕괴되고 모든 지표들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로 위기 대응에 필요한 자금 수혈이 급선무다. 일례로 한국고용정보원의 ‘2023년 상반기 주요 업종 일자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기계, 조선, 전자, 섬유, 철강,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제조 분야 10곳 중 섬유 업종 고용만 전년 동기보다 3,000명(1,8%)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3분기 연속 감소세다. 대구, 부산 지역 전문 기업들의 폐업 소식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미래 지향 산업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현재 투자시장의 흐름과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 업계는 IT, 플랫폼, 메타버스 분야 버블이 꺼진다고 판단, ESG 소재, 딥테크, 후가공 특수 소재 기업, 제조 등 인프라 구축 기업에 관심을 돌린 상황이다. IT나 온라인 플랫폼, 기술 서비스 기업들에게 흘러 들어간 투자금이 오히려 메말라가고 있다. 업계는 원천 기술을 보유한 소재 기업을 더 눈여겨 보고 있다는 얘기다.

 

다음은 기회의 상실이다. 알다시피 전 세계적으로 K패션의 주목도는 높아지고 있다. K패션, K스타일을 내세워 독자적이고 차별화된 K소재를 접목해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정부는 K텍스타일을 더해 마케팅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구상하고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글로벌 소재 전시회나 패션 행사에 K텍스타일을 접목한 아이돌의 의상을 전시하거나, 글로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브랜드와 전략적 제휴를 노려 볼 만하다.

 

국산 소재가 진화하지 못하면 K패션도 크지 못한다. 유럽, 미주 일대는 ESG 검증을 강화, 리사이클 플라스틱도 수출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어느 때보다 프리미엄 소재 개발과 마케팅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는 말이다.

 

더구나 샌드위치 신세이던 한국 소재 시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기회도 찾아왔다. 차세대 고어텍스, 생분해소재, 리사이클 플라스틱, 메디컬 소재, 스마트 소재, 식물유래 PLA, 스포츠 기능성 소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일부는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프리미엄 소재 시장에서 유럽, 대만, 일본 다음으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대만, 일본, 이탈리아, 독일 등의 사례를 본보기 삼아야 한다. 이들은 정부 주도의 과감한 기술 투자, ESG 인증 지원, 철저한 기술 보안으로 명성을 유지해왔다. 한국 정부도 개발 자금 지원과 협회들의 활발한 활동 및 측면 지원을 동시에 병행해야 한다.

 

섬유 산업은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산업이다. 민간 주도는 분명 한계가 있다.

 

정부가 고부가가치 소재 기업들을 키우지 않고, 비전 없는 하향산업으로 여기며, 금전적 지원까지 줄인다면 K텍스타일의 비전도 미래도 없다. 산자부와 섬유산업연합회 역시 자신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산자부는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섬산련은 이익단체로서 정부와 기업의 정책을 이끌어 내는 일을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하길 바란다.

 

 

박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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