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 ‘눈속임 상술’ 막장의 현장에 품위 따윈 없다

발행 2023년 05월 09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명품 플랫폼 발란이 또 구설수에 올랐다. 특정 브랜드의 운동화를 30만 원에 판매한다고 홍보해 놓고 실제로는 한 치수에만 이 가격을 적용했다. 할인가를 적용한 특정 치수 상품은 재고가 부족해 살 수도 없었고, 나머지 치수 상품은 가격이 두 배에 달했다. 이 일로 발란은 공정위로부터 경고를 받았고, 하루 만에 문제가 된 ‘옵션 추가금(같은 상품이라도 수요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설정)’ 기능을 없애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발란 측은 "명품 카테고리 특성상 희소성 있는 인기 옵션의 가격을 높게 설정하거나 재고 소진 목적으로 비인기 옵션의 가격을 낮게 설정하는 것은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사실 플랫폼 업계의 눈속임 상술(다크패턴)은 만연해 있는 게 사실이다.

 

매진 임박, 오늘까지만 할인, 폭탄 할인 등 과장 정보로 고객을 유인하고, 결제 직전에 배송료,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일부 아이템을 제외하고 결제 가격을 더 올리는 식이다. 최근 발표된 소비자 보호원 보고서에서도 온라인 구매자들의 50% 이상이 다크 패턴을 경험한 바 있다고 한다.

 

상술의 수위가 도를 넘자, 공정위는 ‘다크 패턴’ 행위에 대해 칼을 빼 들었다. 우선 온라인상에서 저렴한 상품인 것처럼 클릭을 유도한 뒤 실제로는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거나, 결제가 진행됨에 따라 숨겨진 가격들을 차츰 보여주는 '순차 공개 가격책정' 행위 등에 대해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다크 패턴 행위에 대한 규정을 신설하고 자율 규약을 제정하기로 했다. 주요 명품 플랫폼을 대상으로 소비자 청약 철회권 제한, 취소 수수료 과다 부과 등에 대한 조사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정판, 콜라보레이션 등 극소량의 물량만 준비해 솔드아웃으로 처리하고, 목표 매출을 10만~100만 원 수준의 즉 최저로 정해 놓고 목표 대비 수천, 수만 퍼센트를 달성했다고 홍보한다.

 

이처럼 비합리적 소비를 유도하는 기만형 세일즈 전략은 팬데믹 기간 플랫폼 시장 경쟁이 과열되면서 더 확산됐는데, 오프라인 매장까지 옮겨붙기 시작했다.

 

오픈런, 줄 세우기 등 소위 브랜드사들의 과도한 상술이나 판매 행위가 팬데믹 기간 급증했다. 명품 브랜드에서 시작돼, 이제는 로컬 브랜드, 고가에서 저가까지 고객들을 줄 세우고 있다.

 

롤렉스 등 명품들은 전일 예약 없이 매장 입장이 불가능하고 매장에 들어가도 손에 쥘만한 물건이 없다. 또 백화점 문 앞에서 새벽부터 줄을 서도, 정원에 걸려 못 들어가는 고객도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미스치프, 탬버린즈 등 소위 핫하다는 브랜드에 이어 전 패션 업계에 퍼지고 있는 분위기다. 팬데믹 기간 인원 제한이 생기고 리셀 마켓이 커지면서 줄 서는 게 브랜드 인기의 척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었다고,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보다 현명하고 전략적인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대기 체계를 정비하고 판매 방식을 전환해야 할 일이지 자랑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처음에는 주목도 받고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판매사들이 선을 넘거나 대기 줄이 너무 길어진다면 안전이나 불평 신고 등 후속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고객들의 참을성도 그리 길지 않다. 명품이라면, 고객의 품위도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 자칫 고객들을 길들이려다, 브랜드에 대한 혐오만 키울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적절한 거리의 유지가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다. 개인 간의 관계도, 고객과 브랜드의 관계도 다를 것이 없다. 서로의 품위를 지켜주는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제아무리 비싼 명품이라도 고객들에게는 ‘싸구려 상술’이 될 뿐이다.

 

박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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