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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 흔들리는 섬유생산 기반 이대로 좌시만 할 것인가

발행 2019년 04월 22일

박선희기자 , sunh@apparelnews.co.kr

[어패럴뉴스 박선희 기자] OEM으로 의류 수출을 하는 A사는 한때 중국 상하이와 청도에서 봉제공장을 운영했다. 수년 전 이 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겼고 다시 캄보디아로 이전했다. 이유는 급격히 오르는 인건비와 세금 때문이었다.


최근 A사는 공장을 다시 미얀마로 이전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얼마 전 만난 A사 대표는 캄보디아 공장에 노조가 설립되고 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계약사가 제시하는 제품 가격은 도리어 떨어지는데 지금의 노임 체계로는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교역 규모도 한때 연간 6천만 달러에 이르던 게 작년에는 1,600만 달러에 그쳤다고 한다.


심각한 것은 이 같은 환경 변화가 A사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규모가 큰 대부분의 OEM 수출업체들이 겪는 공통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A사 대표는 최근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도 생산 거점을 미얀마로 옮기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어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봉제(경공업)만 그런 것인가. 섬유 원자재(업 스트림)에 속하는 면방이나 화섬은 괜찮은 것인가.


면방 산업의 경우 이미 오래 전에 공장을 해외(동남아)로 이전했다. 그 와중에 10여 곳에 이르는 중견 면방업체들이 회사 문을 닫았고 이제 국내 방적공장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물론 이유는 인건비 상승 등 생산 여건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적 설비 면에서 우리와 엇비슷했던 일본은 최소 단위의 공장 가동은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계속된 스크랩다운(설비 축소)을 통해 적정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고 지금은 고가품 개발을 통해 정상 가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가 경쟁적으로 방적설비를 해외로 옮겨 갈 때 일본은 이들 노후 설비를 자체 폐기 처리하면서 적정 규모의 설비를 유지한 것이다.


요즘 중국 의류업체들이 고급 원사 수입은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 말은 한국에서 넘어간 방적설비는 중저가 의류용으로 사용되고 고가 제품용 원사나 원단은 일본에서 사온다는 이야기다.


석유화학 쪽인 화섬 설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때 국내 섬유 산업의 기둥 역할을 해왔던 이들 화섬·면방산업이 우리보다 훨씬 오래전에 시작한 일본보다 이렇듯 쉽게 와해되어버린 건 어떤 연유에서일까. 한 마디로 체계적이고 치밀한 시장 분석 없이 우왕좌왕 생산처의 ‘쏠림 현상’이 빚어낸 결과물로 보여 진다.


지난 1960년대 국내 수출의 대들보 역할을 했던 잠사업(실크)이 흔적도 없이 붕괴됐고 화섬·면방업 역시 이런 전철을 밟아 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A사의 봉제공장이 동남아 국가에서 떠돌아다니는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A사 대표의 ‘집시생활’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이유다.


최근 일본 도레이사가 전북 새만금에 대규모 화섬공장을 건립해 한국을 생산 거점화 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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