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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희] 감성을 수치화하는 미래 사업

발행 2022년 03월 07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출처=알리 익스프레스

 

코로나로 인해, 한층 한층 계단을 오르듯 진화하던 세상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몇개 층을 건너뛰었다. 몇 년 전 나는 한국패션협회가 주관한 2025~2035년 미래 패션 전망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 나의 발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2030년쯤에는 패션이 없어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유는 귀찮기 때문이죠.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일에는 노력이 들어가고 정신적으로 피곤한 일입니다. 같은 옷을 여러 벌 구비해서 매일 똑같은 옷을 입는 스티브 잡스의 방식이 어쩌면 인간의 본성인 ‘귀차니즘’을 대변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과거부터 그렇게 해왔죠. 남자들의 양복, 학생들의 교복이 패션을 없앤 전형입니다.”

 

의류업을 하는 이가 패션이 없어진다고 말을 했으니, 가히 파격적으로 들렸을 것이다. 나는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패션 즉, 멋을 부린다는 것은 타인의 시각으로 나를 바라본다는 의미이다. 타인으로부터 받는 칭찬은 나의 시간 투자와 노력의 결과다. 그것은 자유와 맞바꿔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혼자 있을 때는 자유롭다. 어디를 가고 어디를 가지 않고,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않을지 나의 결정에 의해 결과치가 나오지만 2명 이상이 있으면 나의 자유에 앞서 타인의 의사를 고려하고 맞춰야 한다.

 

합리적인 것과 합리화하는 것은 다르다. 코로나 이후 대다수 사람들은 합리적인 것보다 합리화하는 것에 돈을 지불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비싼 배달료의 음식에 돈을 지불한다. 1인분을 시키면 배달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게되지만, 코로나로 인한 위험을 피할 수 있다며 스스로를 합리화시킨다. 이런 예는 여러 분야에서 나타난다. 영화관에서 영화감상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몰입감이 있지만 넷플렉스와 디즈니 같은 구독 매체를 월정액으로 구매하며 자기 합리화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유통들이 무섭게 한국 시장을 파고들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알리바바의 소매 사이트 ‘알리 익스프레스’다. 그들은 배송비 무료 또는 1천 원 이하를 무기로 한국 온라인 유통을 확장해 가고 있다. 중국과 가장 가까운 우체국인 영종도 우체국에서 우편으로 배송, 한국 전역을 중국 생활권으로 묶어버렸다.

 

한국은 중국 입장에서 한 개 성 정도의 크기다. 배송비에 과감히 투자를 할 수 있게 되고, 수출자가 직접 배송하기에 직구의 최대 장점인 초저가 가격을 내세울 수 있다. 무의식적인 인간 본능을 새로운 유통들이 연속적으로 건드려주면 그것은 중독으로 이어진다. 중독은 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스스로에게 인지시켜 참을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중독시키기까지 예전에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했다면 요즘은 그 주기가 짧아졌다. 이유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참고 인내하고 끈기를 가지는 주기가 짧아졌기 때문이다. 한국 유통 채널만 바라본 몇 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중국 뿐 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 유통들이 온라인을 통해 한국을 거점으로 동북, 동남아시아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미래 사업은 합리적 방식이 아닌 합리화 방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한국 유통이라고 더 높은 점수를 쳐주지는 않는다. 오로지 나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얼마이고, 나에게 얼마나 득이 되는지에 따라 지갑을 열 것이다.

 

합리적인 것은 이성적인 판단이지만, 합리화하는 것은 감성을 수치화하는 것이다. 모든 사업 방식은 인간 본능의 움직임을 근거로 새롭게 수정되어야 한다.

 

 

오서희 몬테밀라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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