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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애] 다시 시작되는 길 위의 여행

발행 2022년 03월 28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영화 ‘노매드랜드’ / 출처=네이버영화

 

2000년대 들어 IT 기술의 발달과 함께 장소와 시간에 대한 제약이 점점 희미해지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꿈꾸었었다. 


‘넥타이 부대’, ‘9 to 6’로 불리던 기성세대에게는 전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하여 업무를 하고 어떤 기업에도 속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그들이 다른 세계 사람들 같았을 것이다.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 3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노매드랜드’에는 모든 것을 잃은 후, 작은 밴에서 길 위의 삶을 택한 중년의 여성이 나온다. 은퇴 후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맞이하는 노마드에게 길 위의 삶은, 젊은 세대의 자유로움과는 다르다.


길 위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물들은 사실 노숙자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들은 하루의 잠자리를 위하여 싸구려 오토캠핑장을 찾아 돌아다니고 철 따라 이동하며 일용직 일자리를 전전한다. 이들 삶의 고달픔은 과거나 현재나 별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주인공 펀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평생 일구어 온 자신의 기반을 모두 잃고 남편마저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외로움과 무력감으로 새로운 여정에 오른다. 하지만 그는 그 여정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가진 사람들보다 풍요로운 삶이 나에게도 있다는 믿음을 잔잔하게 전하고 있다. 


영화가 주는 감동과는 별개로, 과연 나도 주인공처럼 자의든 타의든 길 위의 여정을 떠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내가 젊은 시절 가졌던 노마드의 환상이 사라짐을 느끼게 된다. 


사실 유목과 여행의 가장 큰 차이는 일상으로의 회귀라고 생각된다. 우리 모두는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을 꿈꾸며 여행을 떠나지만, 그것은 충전을 통해 다시 돌아오고자 함이 목적이다. 


2년 넘게 코로나 사태를 지나오면서 단절과 고립이 주는 상실의 무게를 사람들은 온 몸으로 느껴야 했다. 이달 21일을 기해 해외여행 후 격리 면제(일부 국가에 한하지만)가 발표되자, ‘보복 여행’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하나투어와 노랑풍선 여행사는 격리면제 발표 이전보다 예약 건수가 1.5 ~ 2배 정도 늘어났다고 한다. 


국내 여행은 조금 더 빠르게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아웃도어 캠핑 인구는 2016년 600만 명에서 2020년 700만명으로 늘어, 캠핑 산업 규모도 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캠핑장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장비빨’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는데, 요즘은 각자의 감성을 뽐낸다. 


감성 캠퍼 부부가 런칭한 캠핑 용품 브랜드 ‘달빛아래공작소’는 아기자기한 범량 식기와 꽃무늬 파라솔 등 소녀 감성이 물씬 풍기는 캠핑장비를 판매한다. ‘스노우피크(코오롱스포츠)’, ‘제로그램(젠아웃도어)’ 등과 같은 기존 아웃도어와 차별화한 제품이 제법 매력적이다. 


요즘 캠핑을 가면 부드러운 면 텐트에 은은한 꼬마 조명, LP 레코드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장작 타는 소리와 불멍 등 개성 강한 캠퍼들의 ‘갬성’ 가득한 사이트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 ‘노매드랜드’를 보면서 우리는 너무도 빠르게만 달려왔구나, 조금 천천히 나를 돌아보며 살아도 되는 것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사태로 힘들게 지나온 세월의 무게만큼 이제 자유로운 삶을 소중히 즐기자. 후회하지 않는 시간으로 채워나갈 준비를 해야겠다.

 

유미애 세원아토스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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