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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철] 옷을 사라고 얘기하기 전에

발행 2022년 10월 17일

어패럴뉴스기자 , appnews@apparelnews.co.kr

오늘 당신이 버린 옷, 어디로 갔을까? / 출처=KBS 다큐

 

누군가에게 전달되어 재활용되겠지 하면서 의류수거함에 헌 옷을 넣었던 행동은 정확히 틀렸다.

 

지구상에서 매년 생산되는 옷이 1,000억 개, 매년 버려지는 옷은 330억 개로, 우리의 경우 ‘의류수거함’을 통해 죄의식없이 버려진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헌 옷 수출국으로, 수거된 헌 옷의 5%만이 국내에 유통되고 95%는 수출된다. 버려진 옷들이 이동하는 곳 중 한 곳이 서아프리카의 최대 중고시장 칸타만토인데, 그곳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한 40%의 옷은 시장에서 1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오다우 강에 버려진다. 가난한 아프리카의 나라가 살기 위해 택한 일은, 그들의 터전을 오염시켜 빼앗고 있다.

 

1인당 연간 옷 구매량 68개, 구매 후 한 번도 입지 않고 버리는 옷이 12%에 달하는 현실에서 파타고니아는 일찌감치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광고 카피를 통해 패션이 환경을 파괴하고 있음을 고백했었다.

 

알려진 대로, 옷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합성섬유가 사용되고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10%는 패션산업에서 발생되며 이는 비행기와 배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 면화를 생산하기 위해 세계 농지의 약 2.5%가 사용되고,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데 놀랍게도 500ml 물통 5,400개가 소요된다.

 

이런 현실을 마주하면서 우리 패션산업은 과연 옷을 더 사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까. 무거운 사회적 책임이 드러난 현실에서 패션산업을 지속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패션산업 현장에서의 공감이 선행되어야 한다. 공감은 진화를 만들고 실천하는 힘을 갖게 된다. 지속가능 패션을 위해서는 기술적 지원과 원가 구조 등이 필요하지만,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는 힘들다. 단계별로 이행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시작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의 차이는 크다.

 

H&M, 자라, 아디다스 등이 유기농과 재활용 원료를 사용한 친환경 라인업을 출시하고도, 패스트패션의 가장 큰 문제인 과소비 촉진 문제는 외면한 채 보여주기식 그린 워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속가능 패션을 추구함에 있어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대목은 원료, 생산, 판매, 수거의 전체 단계에 걸친 순환구조다.

주력 원단에 대한 대체원료 개발은 가장 확실한 지속가능성 요소다. 원단 회사와의 지속 협력, 세계 원단 개발 서칭 및 지속관리, 자사 내 R&D 등을 통해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생산단계에서 가장 현실적인 해결방법은 수요예측이다. 과잉생산을 막고 재고를 없애기 위해 자사 내에 쌓여있는 시계열, 스타일별, 트렌드, 이슈 등에 따른 예측시스템에 더해 민감 생산시스템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오래 입을 수 있는 슬로우 패션 라인업의 판매 비중을 높여가는 방법도 있다.

 

판매단계에서는 과소비를 촉진시키는 광고가 아닌 지속 가능 광고로 전환하고, 성분이나 원료에 기반한 Ingredient 브랜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협동적 소비 모델, 새로운 거래 시스템을 포함한 웰빙 의류 운동을 기업이 직접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선 아카데미, 의류 공유 플랫폼, 업사이클링 인프라까지 갖춘다면 완전한 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다.

 

패션은 이미 지구 공동체를 위험에 처하게 했다. 더는 모른척할 수 없다. 옷을 사라고 하기 전에 함께 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안준철 컨셉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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