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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스트리트 패션과 명품

발행 2022년 11월 17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김재환의 ‘명품의 탄생’

 

사진=발렌시아가, 생로랑

 

생로랑, 발렌시아가, 버버리, 발망의 로고 폰트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저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브랜드 명이 정확히 인식될 수 있도록 단순하고 두꺼운 폰트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피어 오브 갓 에센셜오프화이트의 그것이 연상된다.

 

학창시절 지구과학과 지리를 꽤 잘하는 학생이었지만, 기압의 측정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친절히 설명해주시는 선생님께 소리 높여 따질 만큼 이해하지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패션 리테일, 그 중에도 대한민국 트렌드의 정점에 있는 청담동 소재 백화점을 20년 넘게 다닌 사람이지만, ‘스트리트 패션’ 역시 ‘기압의 측정’ 못지않게 이해하지 못한다. ‘슈프림’이나 ‘베트멍’이 유명세를 탈 때도 그랬지만, 당시 담당업무인 명품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베트멍의 뎀나 바잘리아가 발렌시아가의 디자이너에 선임되었고, 슈프림과 루이비통의 콜라보레이션은 대박이 났다. 먹고 살기 위해 스트리트 패션을 글로 배우던 나는, 버질 아블로의 ‘오프화이트’의 성공을 보며 이번 생엔 영영 이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스트리트 패션은 구찌의 미켈레와 루이비통을 거쳐 현재는 디올로 옮긴 킴 존스까지다. 킴 존스의 루이비통과 버질 아블로의 루이비통이 내 눈에는 너무 달랐다. 킴 존스의 그것이 독창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스트릿 감성을 더한 것이라면, 버질 아블로는 감성과 이미지만 전달하는 느낌이랄까.

 

베이직한 스타일에 레터링이 가득한 옷에 시장이 열광하는 것을 보며, 백화점 바이어로서의 내 수명이 다 되어 간다고 느끼는 동시에, ‘톰 포드’가 매 시즌 보여주는 창의적인 디자인에 감탄하는 사람들은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라 위안하고 있다.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스트리트는 대세이고, 명품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다. 그 감성을 이해하지 못해 은퇴까지 생각하는 바이어도 이러한 트렌드를 금방 확인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았으니, 그건 바로 브랜드 로고 폰트의 변화다.

 

생로랑, 발렌시아가, 버버리, 발망의 로고 폰트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저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브랜드 명이 정확히 인식될 수 있도록 단순하고 두꺼운 폰트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피어 오브 갓 에센셜’과 ‘오프화이트’의 그것이 연상된다. 이것은 브랜드 로고를 가독성이 높은 폰트로 변경하고, 상품에 브랜드명을 직접 레터링하는 스트리트 브랜드의 성공 공식을 따르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스트리트 감성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명품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인지 할 방법을 찾았다는 점에서 바이어 생활의 연장 통보를 받은 기분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어떠한 트렌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고가 수제화의 정체성을 유지할 것만 같은 ‘벨루티’ 로고의 귀여운(?) 변화다. 에디 슬리먼의 오른팔로 디올 옴므를 이끌던 크리스 반 아쉐를 디자이너로 선임할 때부터 그들의 지향점이 엿보였지만, 로고 폰트의 변화는 벨루티의 변화를 퍼블리싱 한 것으로 보여진다. 개인적으로 벨루티를 사랑하는 팬 입장에서 고객의 요구에 따르는 그들을 응원한다. (사실은 국내 런칭 당시 ‘벨루티’ 백화점 1호 매장을 갤러리아 명품관에 오픈시킨 장본인으로서 특별한 ‘사심’이 있음을 고백한다.)

 

스스로 가지는 ‘열폭(열등감 폭발)’ 일수도 있지만, 젊은 후배들은 나와는 다르게 스트리트 패션을 정확히 이해할 뿐만 아니라 어떤 브랜드가 시장의 선택을 받을지도 아는 것 같다. 나는 이제 후배들의 직관을 전적으로 믿고 지지해 주려고 한다. 10년 전의 선배들이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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