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가 아니다

발행 2022년 07월 25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이재경의 ‘패션 법 이야기’

 

'백분토론' 임진모, 김태원 / 출처=MBC

 

잘 나가던 작곡가 유희열의 표절 문제가 심상치 않다. 최근 유희열이 발표한 연주곡이 일본 유명 작곡가의 곡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불거진 이래, 그가 예전에 발표한 인기곡들까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유튜브에는 유희열 표절 비교 영상들이 넘쳐나고 온라인에서 유희열 퇴출의 목소리도 높다. 시사 프로그램 ‘백분토론’에서까지 유희열의 표절을 강한 톤으로 비판하는 촌극이 연출되고 있다.

 

오랫동안 인기를 누려온 최고의 작곡가이자 방송인이기에 대중이 느끼는 배신 감이 큰 모양인데, 한 작곡가의 모든 업적을 부정하는 수준으로 나아가는 모양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경구가 있긴 하다. 하지만, 모방 행위가 다른 권리자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모방이 아니라, 한낱 파렴치한 절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만큼 모방과 창조 사이에는 까마득한 차이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패션 산업이야말로, 모방과 창조라는 경계 사이에서 교도소 담장 위를 걸어가는 곡예 산업인지도 모른다. 최근, 레이스 원피스와 관련된 부정경쟁방지법 사건의 판결을 살펴보면, 모방과 창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하게 된다.

 

최근 1심 법원 판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5. 28. 선고 2020노456 판결)에 의하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는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대여 또는 이를 위한 전시를 하거나 수입·수출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는데, ‘모방’이라 함은 타인의 상품의 형태에 의거하여 이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형태의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하며, 형태에 변경이 있는 경우 실질적으로 동일한 형태의 상품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변경의 정도, 착상의 난이도, 변경에 의한 형태적 효과 등을 종합 고려하여 판단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또 동조 제1호에서 이러한 규정의 취지는, 타인이 개발한 상품의 형태를 모방하여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상품을 만들어 냄으로써 경쟁 상 불공정한 이익을 얻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서, 모방 대상으로서의 ‘상품의 형태’는 일반적으로 상품 자체의 형상ㆍ모양ㆍ색채ㆍ광택 또는 이들을 결합한 전체적 외관을 말하는 것이므로, 그 보호대상인 상품의 형태를 갖추었다고 하려면, 수요자가 그 상품의 외관 자체로 특정 상품임을 인식할 수 있는 형태적 특이성이 있을 뿐 아니라 정형화된 것이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동목 단서에서 동종 또는 유사 상품이 통상적으로 가지는 형태를 모방한 경우는 부정경쟁행위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이는 동종의 상품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채택되는 형태로서, 상품의 기능·효용을 달성하거나 그 상품 분야에서 경쟁하기 위하여 채용이 불가피한 형태 또는 동종의 상품이라면 흔히 가지는 개성이 없는 형태 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법원은 가해자 원피스가 피해자 원피스의 전체적인 형태와 모양상의 특징을 갖추고 있고, 양 원피스의 레이스들의 스캘럽 처리 끝단 부분이 조금 다르지만, 이는 약간의 변형에 불과하고, 두 레이스들이 겹쳐졌을 때의 모습까지 고려하면 이 정도의 변형만으로 양 자 사이의 실질적 동일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블로그에 자신의 원피스를 광고하면서, ‘피해자 브랜드와 같은 원단을 사용하고, 훨씬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는 문구와 모방 대상 원피스 브랜드 해쉬태그를 삽입하였으므로 모방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했다.

 

그만큼, 창작의 길은 멀고도 험하고, 모방은 쉽고 달콤한 사탕같은 유혹이다. 모방 병에 걸린 디자이너는 창작자가 아니다. 출세는 더디어도 퇴출은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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