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이 ‘패션법 이야기’

사진=샤넬

요즘 ‘킬러 문항’ 때문에 수험생들 마음이 뒤숭숭하다. 킬러 문항은 시험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난이도를 높여 교과 범위 외에서 출제한 문항을 의미한다. 허를 찔리는 만큼 사전에 대비하기 어렵다. 패션 브랜드들도 킬러 문항의 등장으로 예상치 못한 습격을 받는 중이다.

패션 브랜드를 보호하는 법률적 구조는 의외로 간단하다. 상표 침해는 상표법으로 보호되고, 디자인권 침해는 디자인 보호법이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하여 보호된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정하던 패션 사업체들 사이 벌어지는 분쟁의 해결 방식이다. 이렇듯, 교과 범위 내에서 출제되는 분쟁 문제는 비교적 쉽다.

하지만, 최근 패션 브랜드가 교과 범위가 아닌 킬러 문항에게 공격받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패션 사업체가 아닌 다른 업종으로부터의 급습이 바로 그것이다. 유흥업소에서부터 치킨 업체들까지 명품 브랜드를 교묘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패션 브랜드, 특히 명품 브랜드가 지닌 파워와 지명도가 워낙 대단하다 보니, 다른 업종에서도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명품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는 사례들이 속출하는 것이다.

결국, 부정경쟁방지법은 진화해야만 했다. 패션산업의 킬러 문항을 해결하기 위하여 그전까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유형의 부정경쟁행위를 규율하는 일반조항(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의 개정에 이르렀고, 다소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패션 브랜드 분쟁들이 뉴스를 장식하는 중이다.

패션 브랜드의 킬러 문항은 노래방 등에서 비롯되었다. 2010년 ‘BURBBERY’ 브랜드는 ‘버버리 노래방’ 상호를 사용하는 업소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250만 원을 배상받았다. 이후, 킬러 문항은 치킨게임으로 번져갔다. 2015년 경기도 양평 소재 패러디 끝판왕 ‘루이비통닭’ 치킨집은 ‘Louis Vuitton’ 브랜드를 소유한 프랑스 LVMH그룹과 통 큰 승부를 벌였다. LVMH는 치킨 포장지까지 루이비통 문양과 흡사했던 루이비통닭에게 영업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여 포장지, 광고, 간판 등에 루이비통 로고 사용금지 결정을 얻어냈다.

치킨계의 명품을 표방하는 ‘프라닭’도 ‘PRADA’ 브랜드를 패러디하며 치킨대전을 이어갔다. 2016년 프라닭 측은 다이아몬드 형태 오각 테두리의 블랙톤을 지닌 로고에 대하여 2016년 특허청에 상표 출원했지만 역삼각형의 프라다 상표와 외관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등록을 거절당했고, 결국 로고를 제외한 ‘명품푸라닭치킨’ 문자 상표만 상표 등록한 바 있다. 다만, 향후 프라다가 푸라닭 치킨을 상대로 부정경쟁방지법을 문제 삼을 소지는 다분하기 때문에 푸라닭은 로고 모양을 변형하면서 PRADA와의 유사성을 줄이고 있다. 킬러 문항이 가져온 긍정의 힘이다.

통 큰 통닭 싸움에 이어 ‘샤넬주사’가 등장했다. Chanel은 2012년 이미 ‘샤넬 마사지’ 등 유흥업소를 상대로 손해배상판결을 얻어낸 바 있는데, 새로운 킬러 문항의 반격에 다시 칼을 빼 들었다. 2022년 피부 주름 개선 주사를 ‘샤넬주사’로 명명한 어느 병원을 상대로 부정경쟁방지법 2조 1호 다목의 부정 경쟁 행위 금지를 청구하여 인용 결정을 받아냈다.

명품의 매력, 영향력이 커질수록 이른바 ‘상표의 희석화’가 같은 패션업체가 아닌 다른 업종에서 종종 발생하는 중이다. 이렇듯, 부정경쟁방지법은 킬러 문항에 대비하는 만능 치트키로 작용한다.

이제 패션 브랜드는 킬러 문항까지 대비해야 한다. 일타강사를 찾아가는 정성과 전략이 필요하다. 부정경쟁방지법을 적절히 활용하는 킬러 본능으로 킬러 문항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