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 오너는 무엇으로 성공하는가

발행 2022년 05월 10일

오경천기자 , okc@apparelnews.co.kr

출처=게티이미지

 

얼마 전 입사한 지 반년도 채 안 돼 퇴사를 결정한 임원에게 왜 이렇게 빨리 그만두는지 물었다.

 

영업 분야에서 베테랑으로 인정받는 그는 “3개월이면 대단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오너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어서”라고 했다.

 

이어 “백화점 MD가 통상 6개월마다 이뤄진다. 최근에는 1년에 한 번꼴로 하는 점포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3개월 동안 매장을 못 열었다며, 그동안 뭘 했냐고 다그치는데 어쩌겠냐”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해당 업체는 1년 남짓 사이에 2명의 임원이 지나갔다. 앞서 나갔던 임원도 대형 패션 회사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며 실적과 공을 인정받았던 인물이지만, 이곳에서는 몇 개월 못 버텼다.

 

그 속에 몸담아 보지 않고 무엇이, 누가 문제인지 섣불리 결론을 낼 수는 없는 일이다. 오너의 문제라고 단정 짓기에는 그는 성공한 기업가이고 그 능력을 부정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해당 기업이 십 수년간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다. 앞선 문제들이 그 이유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이슈들이 해당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연봉이나 복지가 높지도 않은 이러한 회사에 어느 누가 가려고 하겠는가. 오히려 가려는 사람을 주변에서 말려 발길을 돌릴 수도 있다.

 

오너가 현장 일선을 뛰던 시절과 지금은 산업의 환경도, 비즈니스 방식도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과거의 잣대로 현재를 경영하려는 것은 때때로 어리석은 일임이 분명하다.

 

생물과 같이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경영의 세계에서, 더욱이 최근의 몇 년처럼 모든 가치관이 전복되고, 시장의 양태가 급변하는 시기, 오너가 가진 과거의 성공 경험은 독이 되기도 한다. 과거의 성공에 집착하다, 자가당착에 빠진 업체들이 한두 곳이 아닌데, 오너만 그 사실을 모를 뿐이다.

 

능력을 인정해 선택한 직원이라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결과를 지켜볼 줄도 알아야 한다.

 

국내 유력 브랜드들을 키워낸 업체의 대표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직원을 뽑았으면 믿고 맡기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직원마다 강점을 보이는 분야와 능력치는 다르기 때문에 이를 잘 조율하고 배치하는 것이 리더가 해야 할 일이고 능력이다”.

 

훌륭한 인재를 거느리고 싶은 리더라면 우선 인내심을 길러야 할 것 같다. 충분히 숙고할 줄 알고, 자신의 판단을 믿을 수 있는 강단도 필요하다. 그러한 인내심과 강단이,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기민한 촉과 통찰력에 기반하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취재 현장을 오래 다니다 보니, 저절로 알게 된 이치가 있다. 좋은 사람들이 모여 들고 오래 가는 회사는 반드시 흥하고, 좋은 사람들이 이내 내빼버리고 윗사람 비위를 맞추며 버티는 사람들만 남게 되는 회사는 반드시 기운다.

 

그런데 회사가 크건 작건, 그러한 결과는 오직 오너의 지성과 품격에 달려 있는 듯하니, 그것이 오너라는 지위가 짊어져야 하는 비애(悲哀)라면 비애이고, 동시에 명예가 되기도 한다. 참으로 어렵고도 외로운 자리다.

 

오경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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