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비상하는 중소기업 수출, 추락하는 섬유패션 산업

발행 2021년 12월 07일

박선희기자 , sunh@apparelnews.co.kr

사진제공=가니

 

정부의 섬유패션 지원 예산은 지난 3년간 연평균 33.8%씩 감소해왔다. 2019년 270억 원이던 것이 2021년 173억 원까지 줄었다.

 

1970년대 유일한 수출 업종으로, 당시 벤처 산업에 가까웠던 섬유패션 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액의 46.5%를 담당했지만, 2018년 기준 2.4%로 내려앉았다. 고용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0년대 22.5%에서 2018년 기준 6.8% 수준이다. 예산이 줄어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올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돌파했다고 한다. 소위 소프트파워의 위상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것인데, 코로나 방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와 한류 콘텐츠의 세계적 유행 등 국가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진 결과라고 분석된다.

 

그동안 국내 중소기업의 연간 수출액은 1000억 달러 내외. 지금까지 국내를 대표하는 수출 품목은 자동차와 반도체, 조선 등 대기업 주도의 하드웨어가 중심이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중소기업 수출은 역대 최고치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달 29일 기준 중소기업 수출액은 지난 2018년의 역대 최고치인 1052억 달러(125조)를 이미 넘어섰다.

 

그 중 화장품은 한류열풍, K뷰티의 인기에 힘입어 2010년 수출품목 62위에서 2021년 2위로 급성장했고, K푸드 수출액은 2010년 대비 161% 증가한 15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섬유나 패션 얘기는 없다. 전형적인 중소기업 품목인 섬유패션이 수출 시장에서 어떤 영향력도 내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섬유패션과 관련한 정부 예산의 가장 많은 금액을 집행하는 곳은 한국섬유산업연합회다. 지금처럼 예산이 줄기 전인 4-5년 전까지만 해도 섬산련에 배당되는 정부 예산은 200억 원이 넘었다. 섬산련은 프리뷰인서울 전시회와 연말 섬유의날 시상식, 해외 전시 지원, 데이터 구축화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이 이토록 쪼그라들고, 예산 역시 줄어드는 동안, 사업 내용은 변화가 없고, 섬유패션 예산을 배정하고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는 주무 부처의 전관예우 인사를 내려받는 관행도 여전하다.

 

천연 소재는 유럽산에 밀리고, 합섬 소재는 중국산에 떠밀려, 국내 소재 산업은 마치 ‘노답’이라 말하면서 여전히 예산은 소재 산업에 다 쓰인다.

 

사진제공=효성티앤씨

 

하지만 정말 노답일까. 일례로 업계는 후가공 기술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소재 산업에 길이 있다고 말한다. 친환경 소재만큼은 ‘메이드 인 코리아’가 최고라고 대우받는 일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익단체가 할 일은 주무 부처를 움직여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에 대한 인식을 갖도록 정책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정책이 소비자 인식을 바꾸면 시장은 저절로 움직인다. 지금의 예산도 친환경 기술에 투자하는 기업들에 집중 투입해야 한다. 또 하나, 국내 생산 기반이 무너졌다 한탄만 할 게 아니라, 개성공단을 재건하기 위해 이익단체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정부 예산과 회원사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이익단체는 말 그대로 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해외 바이어가 오지 않는 전시회는 그냥 단합대회다. 업계 관심에서 멀어진 시상식 역시 마찬가지다. 산업의 위상이 끝을 모른 채 추락하고, 글로벌 경영 환경이 이토록 격변하는 마당에 수출 100억 불을 추억만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은 없다.

 

프랑스의 명품연합회 코미테콜베르는 위조품을 만든 사람이나 사는 사람 모두를 형사처벌하는 법규를 만들어냈고, 영국의 소재협회는 런던 시를 다니는 버스의 의자 시트를 모두 친환경으로 교체하는 정책을 이끌어내, 세계적인 친환경 가죽 업체의 탄생을 주도했다.

 

예산이 줄었건, 늘었건 섬유패션 예산의 사용처와 그 주체가 지금 그대로여도 될지, 이제 근본적인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된 것 같다.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이토록 주목받은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나. 세계 시장을 장악한 미국, 유럽의 패션 산업은 경제력과 문화 강성에 기반하고 있다. 이미지와 욕망을 파는 섬유패션은 국가 이미지, 문화의 수용도에 절대적 영향을 받는다. 해방 75년 만에 우리에게 온 이 기회를 그냥 날려버려선 안 된다.

 

박선희 편집국장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면 뉴스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