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철] ‘슈퍼 그랜드 맘’을 응원하며

발행 2021년 04월 12일

어패럴뉴스기자 , webmaster@apparelnews.co.kr

영화 '미나리' 스틸컷, 배우 윤여정 / 출처=네이버영화

 

 

예전에 상품 개발을 위해 67세 남성과 63세 여성 부부 소비자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두 분 모두 예상과 달리 젊은 마인드를 가지고 계셨다. 요즘은 60대가 노인처럼 보이지 않는 시대다. 의생활과 식생활에서 각각 분명한 취향도 있고 본인들의 미래에 대한 계획도 있어 소비자 그룹으로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 예상되었다. 


그런데 공급자인 패션 기업의 입장에서 60대를 노인 세대라고 생각하면서 잘못된 상품기획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40~50대 상품기획 책임자들이 불과 본인보다 10~20세 많은 고객들을 본인과는 아주 멀리 있는, 나이 차가 많은 사람처럼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조사 과정에서 보면 60대 남성은 단순하고 많지 않은 소비그룹을 구성하고 있었지만 60대 여성은 매우 다양했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넘어가는 이 시기에 우리가 60대 시니어 세대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소득 크기는 다르지만 소비 성향과 구매력이 있는 소비 계층에 대해 너무 쉽게 판단하고 과거로부터 해오던 상품기획 방식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면 사업의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올해 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과 영화 ‘힐빌리의 노래’의 배우 글렌 클로즈, 최근 두 영화를 보며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두 배우가 연기한 할머니역에서 특히 깊은 울림을 받았다. 1978년 태어난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미나리’와 1984년 태어난 J.D 밴스의 자서전을 영화로 만든 ‘힐빌리의 노래’에서는 공통적으로 손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할머니를 볼 수 있다.

 

영화 '힐빌리의 노래' 스틸컷, 배우 글렌 클로즈 / 출처=네이버영화

 

두 할머니의 태도와 방법은 달랐지만 공통점은 딸을 돕기 위해 손주를 기꺼이 돌보는 것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화투를 좋아하는 할머니, 담배를 좋아하는 할머니는 다른 무엇보다 가족을 돌보는 것에 우선 헌신한다. 앞서 언급한 소비자 조사에서 만난 두 분의 60대도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와 즐기는 취미를 즐겁게 말하면서도,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일하는 딸을 위해 손주를 돌봐야 하는 책임감, 원하지는 않았지만 기꺼이 하겠다는 책임감이 있다고 말했다. 멋진 옷차림의 60대 여성이 손주를 금쪽같이 생각하는 그 모습이 영화 ‘미나리’와 영화 ‘힐빌리의 노래’를 보며 떠올랐다.


저출산, 고령사회에서 소비 세대의 무게 중심은 점점 고연령층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의 60~70대는 스스로 나이를 먹었다고 느끼지 못할만큼 너무 건강하고 관심과 취향도 다양하다. 심지어 유투브 활동을 열심히 하는 60대도 많다. 


이미 모바일과 SNS는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스마트 폰으로 많은 정보를 접하고 소비력도 있기 때문에 마케팅적으로 의미 있는 시니어 세대가 아닌가 생각한다.


필자가 있는 곳 가까이에 있는 한 백화점은 60~70대가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신도시로 이주해와서 자녀들을 공부시키고 결혼을 시킨 시니어 세대들이다. 이주 당시 40대였던 이들이 이제 나이가 들어 손주들을 데리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것이다. 그런데 그들중 할머니라고 하기엔 멋진 분들이 매우 많다. 건강을 위해 먹거리를 꼼꼼히 챙기고 스스로 운동도 열심히 한다. 


낡은 카디건을 입고 모아둔 용돈으로 손주에게 과자를 사주는 예전 할머니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40~50대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살며, 손주에게 멋진 키즈 패션을 입히고 손주가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는 우리의 슈퍼 그랜드 맘들을 응원한다.

 

 

 

박병철 요진개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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