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철] 패션, 즐기자

발행 2021년 10월 04일

어패럴뉴스기자 , appnews@apparelnews.co.kr

출처=고아웃 홈페이지

 

최근 같이 일하는 후배는 노스페이스와 수프림의 콜라보레이션 재킷을 중고로 구했다며 엄청 기분 좋은 표정으로 자랑을 했다. 그 후배는 캠핑, 낚시를 즐기는 아웃도어 매니아여서 그 재킷이 정말 잘 어울렸다. 좋아하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후배의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지 않았다면 아무리 노스페이스, 수프림이라도 잘 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상품의 가치와 평소의 삶이 연결되지 않았다면, 아무리 좋은 가격에 구입했다 해도 검소한 사람이 보기엔 과한 소비라 여겨졌을 것이다.

 

얼마 전에는 아웃도어 전문 매거진 ‘고아웃’이 만든 편집매장을 방문했다. 평소 꼭 갖고 싶거나, 관심 있던 물건들이 많아 개인적으로, 또 사업적으로 깊은 매력을 느꼈다. 본사 담당자 연락처를 문의하다, 마침 매장에서 상품 MD 책임자를 만나게 됐다. 인사도 나누고, 따로 만나 상담도 하게 되었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좋은 상품 구성의 이유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매거진 발행을 주 사업으로 하는 전문 기업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이 매장을 만든 사람들 자체가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소비자였다. 고아웃 매거진의 매력적인 컨텐츠 속에 담당자가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다.

 

내가 좋아하지 않고 이해하지 못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지 않고 이해하지 못하는 상품을 잘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고객들에게 그 상품을 잘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을까. 맡겨진 일이니까, 시킨 일이니까 해야 한다면 참 슬픈 일이다.

 

최근 업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자리에서 시장의 주도권이 리테일에서 상품으로 다시 넘어가고 있다는 주제가 떠오른 적이 있다. 코로나로 인한 소비 위축, 온라인 모바일 시장의 성장 과정에 나타난 과점 현상 등으로 중소 리테일러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것도 이유겠다.

 

하지만 그보다, 패션을 정말 좋아하고 상품의 기획에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작지만 강한 패션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리테일에 좌우되지 않고, 상품력 하나로 승부해 볼 수 있는 유통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다.

 

또 소비자들의 취향과 상품에 대한 선별력이 작지만 강한 패션 기업들을 키우는 자양분이 되어주고 있다. 게다가 좋아하는 상품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젊은 패션기업들을 믿어주고 지지하는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기에 상품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안타까운 것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관심도 없는 영역의 상품을 다른 사람, 특히 윗사람이 시켜서 디자인하고 마케팅하고 세일즈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먹고 산다는 것이 다 그렇지’라고 하지만 제대로 된 사업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히려 ‘좋아하는 상품, 잘 알고 있는 상품’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미 패션 산업을 포함한 다른 여러 산업이 성숙해진 만큼 ‘애정 없고 진정성 없는 기술자’들이 많아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상품 영역이 아니라 리테일 영역에서 상품 MD와 마케팅 업무를 주로 하고 있다. 그저 즐기기만 한다면, 다가오는 토요일 합주할 때 입을 ‘락 스피릿’이 넘치는 티셔츠를 꺼내어 두고, 주일 오후 코스모스가 활짝 핀 창릉천길을 따라 자전거 라이딩을 할 때 입을 핑크색 질렛과 보라색 바람막이를 찾아보면 될 터이다.

 

하지만 담당하는 사업을 위해, 또 필자 개인의 추가적인 패션 소비를 위해 펑키한 감각이 넘치는 그래픽 재킷과 재활용 소재로 만든 백팩, 파우치 등 감각적인 상품이 넘쳐나는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 더 좋아하고 더 즐기자!

 

박병철 요진개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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