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식] 핑크 복면을 쓸 용기

발행 2022년 05월 02일

어패럴뉴스기자 , appnews@apparelnews.co.kr

출처=엠넷

 

래퍼들의 스타 등용문으로 잘 알려진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의 7회 우승자는 래퍼 나플라였지만 실질적 최대 수혜자는 핑크복면을 쓰고 나타난 마미손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놀라운 것은 평가전에서 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박 광고를 연이어 찍었고 발표한 뮤직비디오 소년점프는 유튜브 조회 수 4,400만 뷰를 넘는 기염을 토했다.

 

마미손이 핑크 복면을 쓰고 처음 등장했을 때 ‘너무 더울 것 같다’며 비웃거나 목소리 들으면 이 바닥에서 다 아는데 꼭 저렇게까지 해서 튀어야 하나’라는 등 곱지 않은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미손은 자신의 복면을 끝까지 벗지 않았고 이 독특한 마스크와 네이밍 덕분에 우승자 이상으로 많은 수혜를 입은 경연 참가자가 되었다. 이 참가자가 매드클라운이라는 기성 래퍼인 것을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지만 마미손은 지금까지도 능청스럽게 자신의 부캐로 더 왕성한 활동들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마케팅 서적의 고전이 된 세스 고딘의 <보랏빛 소가 온다>에서 저자는 수많은 소떼 중에 보랏빛 소가 있으면 사람들은 지루해하지 않고 그 소만 쳐다보게 되며, 보랏빛 소 즉 리마커블(remarkable)한 소를 만들어야 사람들이 결국 그 소에 대한 이야기를 전파하게 된다고 말한다. 벌써 오래전부터 수많은 기업들은 이 마케팅 기법을 적용해 리마커블 함을 만들어냄으로써 큰 성공을 거두었다. 놀라운 사실은 성공적인 기업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군가 사용한 방법을 따라할 때는 이미 리마커블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아직 어릴 때 중국으로 가족여행을 갔었다. 인터넷을 뒤져서 찾아간 식당에서는 식사를 하며 공연을 볼 수 있었는데 음식이 너무 맛이 없어 반 이상을 남기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맛없는 음식에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만족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그 식당의 리마커블한 소는 음식이 아니라 가면을 순식간에 갈아 치우는 변검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테이블 바로 앞에서 순식간에 변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는 그 순간, 느끼한 맛과 비싼 음식 값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고 아이들은 여행 후 내내 변검 얘기를 하고 다녔다. 한동안 화제(?)의 중심이 되었던 타다는 이동수단으로만 그치지 않고 차 내부에 은은한 향기와 더불어 자일리톨 원석 캔디를 비치해 두는 등 서비스에 집중하며 수많은 승객들의 입소문을 타게 되었고 단숨에 택시시장을 위협하게 되었다. 티파니의 파란 상자는 그 안의 내용물에 앞서 선물을 받을 때 마다 여성들이 입소문을 퍼뜨리게 만드는 마법의 상자가 되었다.

 

리마커블한 것은 더 좋은(the good) 것의 반대 의미라고 했다. 우리는 리마커블한 소를 만든다고 하면서 적당히 좋은 것에 만족하며 타협하고 만다. 리마커블한 길을 간다는 것은 남들이 가는 평범한 길을 포기해야 하고, 또 그 길을 갈 때는 누군가의 비판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스고딘은 적당히 타협하며 안전하게 가려는 기업은 위험해지고, 위험한 길을 감수하고 가는 기업만이 오히려 안전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 수 많은 경쟁 브랜드로 부터 위협을 받는 지금, 우리에게는 누구의 비아냥거림도 마다하지 않고 핑크 복면을 쓸 용기와 배짱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안전한 미래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장창식 대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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