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용] 쓱닷컴의 바로퀵, 남은 숙제는 매장 안에 

발행 2026년 10월 15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엄지용의 '물류로 세상 보기'

 

바로퀵 출시 1주년 대표 성과 /이미지=SSG닷컴

 

SSG닷컴이 운영하는 퀵커머스 서비스 '바로퀵'의 지난 8월 일평균 주문 건수는 출시 초기 3개월(지난해 9~11월) 평균의 약 7배였다. 같은 기간 점포당 일평균 주문도 약 2배로 늘었다. 거점이 늘어난 만큼 주문이 흩어진 게 아니라 점포 하나하나의 수요도 커졌다는 뜻이다. 8월 주문 고객 수는 출시 첫 달의 약 5배였고, 이 중 51%는 6개월 안에 다시 찾은 재구매 고객이었다.

 

바로퀵은 이마트 매장 반경 3km 고객에게 1시간 안팎으로 상품을 배송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매장 직원이 진열대에서 상품을 집어 포장하고, 라이더가 매장 한편 픽업존에서 가져간다. 별도 도심물류센터(MFC)를 짓지 않으니 거점 확장이 빠르다. 기존 매장을 재활용하는 만큼 실패해도 매몰 비용이 적다. 실제 출시 1년 만에 바로퀵 배송 거점은 19곳에서 이달 중 90곳으로, 취급 상품은 6천여 종에서 1만8천여 종으로 늘어났다.

 

팔리는 건 '즉시 장보기'


SSG닷컴의 올해 1월 자료를 보면 바로퀵 이용 고객의 약 80%가 여성이고, 40대(약 40%)와 50대(약 30%)가 주축이다. 올해 1~8월 바로퀵 매출의 93%는 신선·가공식품에서 나왔다. 8월 주문 1건당 평균 6.7개 상품을 샀고, 주문의 76%에 신선식품이 들어 있었다. 업계에서는 기존 이마트 장보기 고객이 요리 직전 빠진 재료를 채우는 용도로 바로퀵을 쓰는 것으로 분석했다.


SSG닷컴이 지난 7월 이마트 양재점과 하남점에서 '2시간 배송' 시범 운영을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륜차로 움직이는 바로퀵은 소량 보충에, 2시간 배송은 대용량 장보기에 맡기는 역할 분담이다. SSG닷컴은 2시간 배송을 연말까지 약 50개 점포로 넓히고, 예약배송과 즉시배송을 합쳐 하루 최대 15만 건을 처리하는 배송망을 꾸린다는 계획이다.


결국 바로퀵은 이마트 장보기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다. 그렇다면 성과도 기존 고객 이탈을 얼마나 막고 구매 빈도를 얼마나 끌어올렸느냐로 따져야 한다. 재구매율 51%가 의미 있는 지표인 이유다.


문제는 거점이 늘수록 매장 운영의 한계도 함께 드러난다는 점이다. 매장 직원은 본업을 하며 바로퀵 주문까지 처리한다. 주문이 몰려 포장이 늦어지면 픽업 대기가 길어지고, 라이더는 바로퀵 주문을 피한다. 배송이 늦어지는 악순환이다. 매대가 지하나 2층에 있어 동선이 긴 매장에서는 라이더 반발이 더 크다.


상품이 3배로 늘어난 것도 양날의 칼이다. 넓은 매장을 오가는 피킹 동선이 복잡해질수록 작업 피로와 오류가 는다. 구색이 넓어지면 크고 무거운 상품도 따라 들어온다. 초기 바로퀵은 이륜차에 맞는 품목만 골라 팔아 라이더 사이에서 '할 만한 콜'로 통했지만, 장보기 상품이 늘어나면서 이는 옛말이 됐다. 쌀 포대나 생수 같은 상품은 과적 할증 없이는 라이더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 즉석조리식품과 생활용품까지 더한 지금의 구색이 이 균형을 흔들 수 있다.

 

올리브영이 먼저 지나간 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쓰는 모델의 선례는 올리브영 '오늘드림'이다. 2018년 시작한 오늘드림은 별도 물류센터 없이 전국 매장 재고로 당일배송을 해왔다. 문제는 성공이 만든 병목이었다. 올리브영이 과거 분석한 바에 따르면 매장 직원 한 명이 접객 없이 물류만 전담해도 하루 70건 안팎을 처리하는 것이 한계선이었다. 서울 지역 온라인 주문 중 매장 기반 배송 비중이 40%에 육박하자 매장 운영에 지장이 생겼고, 오늘드림을 더는 못 하겠다고 손드는 매장도 나왔다.


올리브영의 답은 온라인 주문만 전담하는 MFC(Micro Fulfillment Center:도심이나 기존 매장 내부에 설치하는 초소형 물류센터)였다. 2021년 9월부터 매장 상품의 약 85%인 1만2천여 종을 선배치한 MFC를 세우기 시작해, 현재는 MFC 한 곳이 하루 1,000~2,000건을 처리한다. 지금은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전국 광역시와 제주도까지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렇다고 매장의 역할을 버린 건 아니다. 매장으로 감당되는 곳은 매장으로, 주문이 넘치는 권역은 MFC로 받는 하이브리드 구조다.


바로퀵도 비슷한 갈림길에 서 있다. 기존 매장을 쓰는 방식은 초기 투자가 적고 확장이 빠르지만, 서비스 품질을 통제하기 어렵다. 전용 거점을 짓는 MFC 모델은 반대다. 투자가 크고 느리지만, 궤도에 오르면 피킹 속도와 배송 품질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 동네 상점을 입점시키는 쿠팡이츠 쇼핑으로 빠르게 지역을 넓힌 쿠팡이츠가 다시 자체 MFC 기반 '쿠팡나우'를 준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90번째 거점까지는 매장을 빌려 빠르게 달려왔다. 다음 성적은 매장을 얼마나 퀵커머스답게 바꾸느냐, 그리고 매장이 버거워지는 권역에 언제 별도 거점을 더하느냐에 달렸다. 


한건수 SSG닷컴 SCM 담당은 "지역별 수요와 운영 효율을 면밀히 분석해 즉시배송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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