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식의 '다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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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5번가 애플스토어 /사진=애플 |
2006년 뉴욕 5번가 한복판에 정육면체의 유리 구조물이 등장했다. 애플스토어였다. 지상에는 화려한 상품도 진열대도 없었다. 투명한 유리 큐브 하나가 지하 매장으로 내려가는 입구 역할을 했다. 애플은 유리라는 까다로운 소재를 단순한 건축 재료가 아니라 브랜드를 상징하는 얼굴로 만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다음 해다. 2007년 처음 세상에 나온 아이폰도 원래 화면 표면이 플라스틱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시제품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 화면에 생긴 작은 흠집을 발견했다. 출시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그는 유리로 바꾸자고 했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요구가 아니었다. 유리는 깨질 수 있었고, 생산 방식도 다시 검토해야 했으며, 무엇보다 출시 일정이 코앞이었다. 당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몇 년은 더 필요하다고 했지만 잡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아이폰은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 화면을 달고 세상에 나왔다. 유리로 만든 애플스토어와 유리로 만든 아이폰 사이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둘 다 기존의 방식에 머물렀다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이었다. 기술적으로 어렵고 위험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가 나온 뒤 평가는 달라졌다. 유리 큐브는 애플스토어의 상징이 되었고, 유리 화면은 이후 스마트폰에서 너무나 당연한 기준이 되었다.
패션의 역사도 다르지 않다. 1947년 2월 12일 크리스찬 디올은 첫 컬렉션에서 잘록한 허리와 풍성하게 퍼지는 긴 치마를 선보였다. 전쟁 직후 원단 부족과 배급이 이어지던 시기, 많은 천을 쓰는 옷은 낭비로 보였다. 실제로 뉴룩을 입은 여성들이 거리에서 공격받기도 했고, 미국에서는 디올의 긴 치마에 반대하는 시위까지 벌어졌다. 코코 샤넬도 디올의 옷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그 '뉴룩'은 곧 전후 여성복을 대표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가장 먼저 듣는 말은 대개 "좋은 생각입니다"가 아니다. "그게 되겠어?", "왜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지금도 괜찮은데 왜 바꿔?" 아직 보여줄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결과가 없는 아이디어는 불안해 보이고, 비효율적으로 보이며, 때로는 무모해 보인다.
그래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실패했을 때가 아니라, 결과를 보여주기도 전에 다른 사람의 평가를 자신의 결론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브랜드를 만드는 일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매장 콘셉트를 제안하면 운영을 걱정하고, 새로운 소재를 쓰자고 하면 원가를 걱정한다. 기존과 다른 광고를 만들자고 하면 소비자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반대에는 이유가 있다. 비용도 일정도 현실이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적인 판단이 언제나 내일의 정답인 것은 아니다. 성공하는 사람은 반대를 만나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길을 가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의심과 반대에 부딪힌다. 차이는 반대가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아니라, 그 반대를 넘어 결국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느냐에 있다. 아이폰의 유리 화면도, 디올의 뉴룩도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불필요한 고집이나 무모한 선택으로 보였을 수 있다. 그러나 결과가 나온 뒤 사람들은 그것을 '새로운 기준'이라고 불렀다.
평가는 결과의 앞과 뒤에서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진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은 말로 증명하기 어렵다. 때로는 백 번의 설명보다 하나의 결과가 더 강력하다. 지금 누군가 당신의 새로운 시도에 "왜 굳이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묻지는 않는가? 그 질문 때문에 멈출 것인지, 아니면 결과로 답할 것인지는 당신의 몫이다. 새로운 기준은 처음부터 박수를 받으며 등장하지 않는다. 수많은 반대와 의심을 지나 누군가 끝까지 만들어낸 결과가 어느 날 새로운 상식이 된다. 어쩌면 혁신이란 처음부터 인정받는 생각이 아니라, 끝내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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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창식 대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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