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
이재경 '패션법 이야기'

발행 2021년 04월 30일

어패럴뉴스기자 , webmaster@apparelnews.co.kr

출처=게티이미지

 

이 세상의 반은 여자, 물론 나머지 반은 남자다. 하지만, 대문호 세익스피어가 4백년 전부터 주구장창 읊어댔던 것처럼 ‘약한 자의 이름’은 왜 여자였어야만 했나? 그 때도 틀렸고, 지금은 더 틀렸다. 기업의 생태계가 점점 변하고 있다. 2020년대 접어들면서 기업에서 여성 임원들의 증가세는 주목할 만하다. 


누구든지 탐내는 임원 자리가 이제 더 이상 남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견고했던 유리천장이 이제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 여성 임원이 많아지는 현상은 단순히 여성 인권 및 지위의 신장만을 의미하지 아니한다. 기업의 투명 경영, 다양성, 개방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므로 결국 기업의 영속성과 건강한 체질 개선을 의미하는 것이다. 2021년 세계경제포럼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 격차 지수는 156개국 중 102위, 여성 임원 비율은 134위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말로는 남녀평등을 외치면서 막상 여성을 위한 자리는 전혀 내주지 않았던 것이다. 


고착화된 남존여비, 여성을 무시하는 그릇된 픙조, 이 사회의 뿌리깊은 남성독점 폐습을 깨기 위해서는 결국 법, 정책의 강제적인 방법이 동원될 수밖에 없었다. 2020년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의하면,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기업은 이사회에 1명 이상 여성 이사를 반드시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 100대 기업 여성 사외이사는 70% 이상 늘었고, 자산규모 2조 원 이상 기업에서 여성 등기이사는 2019년 28명에서 2020년 49명으로 75% 증가했다. 2021년 10대 그룹에서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 67명 중 여성은 28명으로 42%를 차지한다. 


패션계의 경우에도 2010년대 후반 이후 여성의 파워는 두드러진다. 삼성물산패션, LF, 코오롱FnC 등 패션 대기업에서 여성 임원의 성과는 그 어느 분야를 능가한다. 디자인이나 MD 등 상품기획 파트 출신답게 우먼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남성을 능가하는 마케팅 역량, 막무가내 권위보다 감각적 소통을 내세우면서 여성 리더들은 이미 패션업계에 우뚝 서 있다. 


패션 분야는 태생적으로 여성 인력이 다수였기 때문에 입사 초기에 밑바닥부터 차분하게 내실을 다져온 여성 인력을 조직의 리더로 내세울 때 장점이 더욱 크다. 


최근 MZ세대를 타깃으로 하여 온라인 사업에 집중한다면, 여성 임원의 강점은 더욱 살아난다.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함몰되어 있던 삼성 빈폴이 젊은 친구들과 소통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브랜드로 거듭 나는데는 여성 임원들의 활약이 필요하였다. 코오롱스포츠의 경우,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브랜드로 변신하기 위하여 여성 특유의 경험적 리더쉽이 큰 몫을 하였다. LF를 이끄는 여성임원들도 질스튜어트, 슈콤마보니 등 다양한 브랜드들의 균형적인 성장을 이끌어냈다. 


그대가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밀리던 시대는 이제 저물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자동차, LG, 한화, SK 등 대기업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속속 선임하는 움직임은 패션사 업체들에게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아직 한참 못 미치지만, 2013년부터 여성 임원 30%를 만들기 위한 ‘30% 클럽’ 움직임은 교보생명, 풀무원 등의 동참에 그칠 상황이 아니다. 여성 인력이 다수인 패션 기업의 경우, 임원 레벨에서 홍일점이라는 뉴스 자체는 무척 부끄럽다. ESG(Envioronment, Sustainability, Governence) 경영이 대세인 요즘 여성의 경영 참여 확대는 거스를 수 없다. 여성 임원 비율이 외부 투자 결정의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약한 자의 이름은 셰익스피어가 휘젓던 17세기에서나 물어봐야 한다. 2021년 패션업체에서의 능력은 성별을 묻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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